워싱턴 D.C. —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가 목요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ABC 레이트나잇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찰리 커크 살해 사건에 관한 사실을 대중에게 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카 위원장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생방송된 CNBC 프로그램 ‘Squawk on the Street’에 출연해 “이번 사안은 농담이 아니며, 국민 다수가 분노한 이유도 바로 그 점”이라고 말했다.
ABC 방송은 전날 밤 성명을 통해 “‘지미 키멜 라이브!’를 ‘무기한’ 편성에서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키멜이 찰리 커크의 피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운동과 연계했다는 발언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카 위원장은 “문제의 발언은 농담(joke)이 아니며, 희화화(making fun)도 아니다”라면서 “오랫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중대한 정치적 암살 사건에 대해 미국 국민을 직접적으로 현혹시킨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를 다루면서 사망 원인이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언론 윤리와 표현의 자유의 균형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멜은 9월 15일(현지시간) 밤 방영된 자신의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MAGA 집단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소년이 자기네 진영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려 필사적이며, 이번 사건으로 정치적 점수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 발언했다.
ABC 측은 해당 에피소드 이후 연이어 쏟아진 시청자 항의와 광고주 반발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기사의 원문 역시 “This is breaking news. Please refresh for updates.”라는 문구로 추가 업데이트를 예고한 상태다.
용어 해설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는 미국 행정부 산하 독립 규제기관으로, 방송·통신·위성·케이블 등 전기통신 전반을 감독한다. 방송 면허 발급부터 전파 스펙트럼 관리, 소비자 보호 정책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며,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MAGA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사용한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로, 현재는 그의 정치적 지지층을 가리키는 상징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 시각
언론학자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프레임 전쟁’의 연장선으로 본다. 유명 진행자가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방식은 시청률을 높이지만, 결과적으로 사실 검증 과정(Fact-checking)을 약화시켜 공론장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케이블 뉴스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실시간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속보 배틀’에서 한발 앞서려는 압박이 각종 오류와 과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ABC의 결단은 미국 방송계가 자체 정화에 나선 신호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표현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경계선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향후 전망
당장 시청률 면에서는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미디어 브랜드 평판 관리 측면에서는 ‘조기 진화’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광고주와 투자자의 불안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FCC가 직접 조사에 착수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카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 권력과 방송 콘텐츠 간 갈등을 증폭시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몇 주간 ABC·디즈니, FCC, 그리고 의회 간의 청문회 일정이 구체화될 경우, 콘텐츠 편집권과 정치적 압력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국내외 투자자와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해당 논의가 규제 리스크로 번질 여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토크쇼 프로그램 중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은 정보의 진위 여부를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방송사는 ‘재미’와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숙제를 다시 받아 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