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KKR의 220억 유로 규모 텔레콤 이탈리아 고정망 인수 관련 허위 정보 제출 여부 조사 착수

[브뤼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 경쟁총국이 미국계 사모투자회사 KKR텔레콤 이탈리아(Telecom Italia, 티커: TLIT)의 고정망 자회사 지분 인수 과정에서 잘못된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공식 조사한다고 25일 밝혔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C는 이 거래를 2024년 5월 무조건 승인했으나, 승인 근거였던 파이버콥(FiberCop)과 통신사 패스트웹(Fastweb), 일리아드(Iliad) 간의 장기계약 정보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후검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는 총액 220억 유로(약 260억 달러) 규모로, 텔레콤 이탈리아의 ‘라스트마일(last-mile)’ 광케이블망을 운영하는 파이버콥 지분을 KKR이 인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EC는 당시 “시장 경쟁에 중대한 저해 요소가 없다”며 조건 없이 승인했으나, 승인 결정문에는 패스트웹·일리아드와 체결된 장기 도매접속 계약이 충분한 경쟁을 담보한다는 판단이 명시돼 있었다.

라스트마일(last-mile) 네트워크란?
통신망에서 가입자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마지막 구간’을 의미한다. 광케이블·구리선 등으로 구성되며, 속도·품질·접속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매·도매 사업자 간 분쟁이 잦은 분야다.


EC 공식 성명 EC는 이번 조사에서 KKR이 제출한 장기계약 관련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기재됐는지 면밀히 살필 것이다.”

이에 대해 KKR은 “승인 심사 과정에서 선의로,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파이버콥은 이탈리아 통신 규제기관 AGCOM이 정한 경제 규제와 고객 약속을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AGCOM(Autorità per le Garanzie nelle Comunicazioni)은 방송·통신·우편 서비스를 총괄 감독하는 이탈리아의 독립 규제기관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M&A 심사 과정에서 허위 자료 제출을 강력히 단속해 왔다. 2021년에는 글로벌 기업 두 곳에 각각 2000만 유로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2023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큰 다국적 기업에 1% 매출에 달하는 벌금을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 진단

유럽 경쟁법 전문가들은 “KKR이 고의성 없이 정보 오류를 냈더라도, EC가 최대 1% 전 세계 매출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KKR의 2024년 순매출이 약 190억 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최악의 경우 1억 9천만 달러 규모의 제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정보 오류 정도·시장영향·시정조치 이행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사후 조사 자체가 합병 무효재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상 EC는 구조적 시정조치(지분 매각 등) 대신 행태적 시정조치(계약 수정·정보공개 확대 등)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차 지연 및 불확실성이 주가 변동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텔레콤 이탈리아·KKR·이탈리아 정부의 3자 협상 구도가 변수로 꼽힌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① EC의 추가 자료요청 시, 60영업일 내 답변 의무가 발생한다. ② 사실관계 다툼이 길어지면 Phase II 심층조사로 전환돼 최대 105영업일까지 심사 기한이 늘어난다. ③ 과징금은 결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납부해야 하며, 불복 시 EU 일반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텔레콤 이탈리아는 “회사 차원의 별도 입장 발표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며,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도 “규제기관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일정
EC는 내부 예비조사를 거쳐 서면 이의제기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발송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정식 이의제기서가 발송되면 KKR은 2주 내 구두 청문을 요청할 수 있고, 양측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규제 승인 이후에도 기업의 정보공개 의무가 계속됨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다국적 투자를 추진 중인 다른 사모펀드에도 경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EC는 조사 완료 목표 시점을 공식화하지 않았으며, KKR과 텔레콤 이탈리아는 조사 협조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