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철강업계가 유럽연합(EU)의 수입쿼터 50% 감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급 불균형과 저조한 설비 가동률에 시달려 온 업계로서는 반가운 조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된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현행 철강 세이프가드(safeguard)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새로운 보호무역 패키지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 골자는 2018년 도입된 할당 물량(quota)을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40~5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급증해 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발동되는 세계무역기구(WTO) 허용 긴급 수입제한 조치다. EU는 2026년 만료 예정인 현 제도를 2년 앞두고 강화를 추진하며, EU 철강협회(Eurofer)와 11개 회원국이 직접 로비에 나서 파장을 키우고 있다.
“목표 가동률 85%는 요원”…바클레이즈의 냉정한 분석
“무역 규제만으로 가동률 85%에 도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 팀(톰 장 등)
바클레이즈는 쿼터 50% 감축 시 실제 수입 감소폭은 약 30%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 모든 국가가 할당량을 100% 소진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국가는 규제 면제를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으로 유입되는 철강은 연간 8.8백만 톤(약 30%) 줄어드나, 설비 가동률은 4.4%포인트 오른 73% 선에 머물 전망이다.
수익성·주가 영향
수익성 측면에선 구조적 스프레드(제품 가격-원재료·스크랩 가격 차이)가 톤당 15달러 개선돼, 장기적으로 2026년까지 기업별 2~8% 순이익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시장 반응과 유력 수혜주
현재 시장은 쿼터 축소폭을 25~30% 수준으로 가정하고 있다. 50% 단행 시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티센크루프(thyssenkrupp) ▲아페람(Aperam) ▲아우토쿰푸(Outokumpu) 등 레버리지(변동성 노출)가 큰 종목이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바클레이즈의 최선호주는 보에스탈피네(Voestalpine)로, 방어적이면서도 현금 창출력이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책 과정의 변수
애널리스트들은 EU 입법 절차에서 “물타기(watering down)” 가능성을 경계한다. 철강 생산국과 소비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최종안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설령 강도 높은 감축안이 합의되더라도, 수요 회복이나 영구적 설비 감축 없이 효과가 일시적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더 공격적 시나리오와 한계
만약 가동률을 목표치인 85%까지 끌어올린다면 스프레드는 톤당 115달러까지 확대되고, 기업 실적은 최대 48%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쿼터 조정 외에도 내수 회복·설비 폐쇄·추가 관세 등 여러 조건이 결합해야 현실화될 수 있다.
개념 정리: 가동률·스프레드·세이프가드
*가동률(Utilisation rate)은 설비의 실제 생산량을 최대 생산능력으로 나눈 지표다. 통상 85% 이상을 ‘건강한 수준’으로 본다.
*스프레드(Spread)는 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재료비를 뺀 차액으로, 철강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다.
*세이프가드는 과도한 수입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발동되는 임시 조치로, 탄력관세·쿼터제 등이 포함된다.
기자 분석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업황 회복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으나, “무역장벽+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이슈를 동시에 풀지 않는 한 EU 철강업계의 만성적인 저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 특히 자동차·건설 등 수요 산업이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고비용·고탄소 설비를 과감히 폐쇄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친환경 투자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도 크다. 향후 정책 방향은 단순 보호무역을 넘어 친환경·고부가가치 전환 전략과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