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법원, 메타·틱톡에 손 들어주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 비용을 둘러싸고 메타 플랫폼스와 바이트댄스 산하 틱톡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12개월 내에 감독수수료(이하 수수료) 산정 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을 기반으로 한 EU 집행기관은 디지털서비스법(DSA)에 근거해 메타와 틱톡에 전 세계 순이익의 0.05%를 수수료로 부과했다. 그러나 룩셈부르크 소재 EU 일반법원(General Court)은 이날 판결에서 “수수료 산정 근거가 잘못된 법적 절차에 의해 마련됐다”는 기업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의 핵심
“산정 방법론은 DSA가 정한 ‘위임입법(delegated act)’이 아니라 단순 ‘이행결정(implementing decisions)’ 절차를 통해 도입됐다는 점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 — EU 일반법원 판결문
법원은 1 “집행위는 수수료 산정 방식 자체를 새 법률 행위로 다시 제정하라”고 명령했으며, 2 이미 납부된 2023년분 수수료는 향후 새로운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환급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기업과 집행위의 입장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법원이 절차적 보완만 지적했을 뿐, 수수료의 원칙과 금액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12개월 내에 위임입법 형태로 수수료 산정 기준을 공식화하고 새로운 이행결정을 채택해야 한다.
틱톡 측은 “판결을 환영하며, 위임입법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 대변인은 “현행 방식은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에 대한 면제 때문에 사용자 수 대비 규제 부담이 더 큰 기업이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모순이 있다”며 “결함이 시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감독수수료란?
DSA는 2022년 11월 발효된 EU의 핵심 디지털 규제 법령이다. ‘매우 대형 온라인 플랫폼(very large online platforms)’으로 지정된 기업은 불법·유해 콘텐츠를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DSA는 감독 및 집행 비용 충당을 위해 회계연도별 순이익의 최대 0.05%를 수수료로 납부하도록 규정한다. 납부 대상에는 메타·틱톡 외에도 아마존,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엘론 머스크의 X(구 트위터), 스냅챗, 핀터레스트 등이 포함된다.
이번 판결은 Meta Platforms Ireland v Commission(사건번호 T-55/24)와 TikTok Technology v Commission(T-58/24) 두 건이 병합돼 심리됐다.
규제·산업적 시사점
이번 판결은 EU가 추진해 온 ‘빅테크 책임 강화’ 프레임워크의 절차적 완결성을 재검증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법적 ‘위임입법’ 방식은 유럽의회·이사회가 위임한 특정 사안을 집행위가 세부 규정으로 구체화하는 절차다. 반면 ‘이행결정’은 주로 행정적 세부 사항을 다룬다. 이번 판결은 규제 투명성과 법적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업 측은 사용자 기반과 실제 규제 부담을 고려한 공정 과금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적자 기업은 면제, 흑자 기업은 부담’이라는 현행 구조가 혁신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향후 집행위가 새로운 모델을 도입할 때 손익 여부와 이용자 규모를 별도 가중치로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빅테크의 막대한 자원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회사가 이윤을 내지 않아도 감독 비용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규제 정비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의견 충돌이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전망
EU 집행위가 위임입법 절차를 거쳐 새 산정안을 마련할 때까지 12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해당 기간 동안 2024·2025 회계연도 수수료 산정은 잠정적 공백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계·재무 보고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DSA 자체의 콘텐츠 관리 의무와 6% 과징금 규정이 무효화된 것은 아니므로, 플랫폼들은 여전히 알고리즘 투명성·불법 콘텐츠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규제 체계가 확정되는 12개월 이후에는 한층 정교한 비용 부담 구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테크뿐 아니라 성장 단계 스타트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수수료 상한선·차등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규제 모델은 전 세계 다른 관할권에 선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플랫폼들은 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리
결론적으로, EU 일반법원의 이번 판결은 메타와 틱톡이 주장해 온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인정했으며, 집행위로 하여금 투명하고 합리적인 새로운 수수료 산정 방식을 마련하도록 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EU 규제체계와 글로벌 빅테크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