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유럽연합(EU)이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옛 트위터)에 대해 진행 중이던 핵심 조사를 예정보다 늦추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플랫폼이 디지털서비스법(DSA)상 투명성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해 왔으나, 미·EU 간 통상 협상이 한창이라는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보고서 확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는 당초 올여름 휴회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무기한 보류’ 쪽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결정은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전했다. 관계자 중 한 명은 “모든 사안이 밀접히 얽혀 있다”면서, 미국과 관련된 규제 조치가 미칠 파장을 EU가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사 대상과 쟁점
EU는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뿐 아니라, 2022년 말 인수한 소셜 플랫폼 X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감시를 이어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만적인 디자인 관행 ▲서비스 운영의 투명성 결여 등 두 가지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DSA 위반이 확정될 경우 최대 글로벌 매출의 6%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FT는 내부 관료들의 말을 빌려 “실제 제재 수준은 이론상 상한보다는 한참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통상 협상과 규제 집행의 미묘한 균형
유럽연합 집행위는 공식적으로 “규제 집행은 통상 협상과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럼에도 조사 지연이라는 행정적 결과는 브뤼셀과 워싱턴 사이에서 불거진 기술 규제 주도권 갈등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EU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은 미국 테크 기업 전반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통상 테이블에 결코 가벼운 변수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X의 반박
플랫폼 측은 집행위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X는 “우리는 DSA를 충실히 준수하고 있으며, 집행위가 제시한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구체적 반박 근거와 대응 전략은 공개하지 않았다.
규제 공백의 파급 효과
조사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시장은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EU 내 정책 감시기관들은 “DSA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판례 효과가 막대하다”면서, 결론 도출 지연이 다른 플랫폼의 규제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여러 다국적 IT 기업은 “최종 가이드라인이 확정될 때까지 막대한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전문적 해석
“이번 지연 결정은 규제의 실질적 강도보다 정치·외교적 타이밍이 시장 변수로 작동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유럽 테크 규제 흐름을 추적해온 정책 분석가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EU는 2020년 이후 ‘디지털 주권’을 내세우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규제 구상을 잇달아 내놓았으나, 실행 국면에서는 통상 전략과 충돌할 때 유연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DSA란 무엇인가
기사에서 언급된 DSA는 EU가 온라인 플랫폼에 적용하는 디지털 투명성 및 책임 규정을 말한다. 핵심은 ▲불법 콘텐츠 신속 제거 ▲광고 알고리즘 공개 ▲사용자 권리 강화 등으로, 위반 시 과징금과 서비스 제한 같은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플랫폼별 글로벌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 상한을 책정한 점이 특징이다.
향후 전망
집행위는 공식 브리핑에서 “수사팀이 필요 데이터를 확보하는 대로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는 원론적 설명만 반복했다. 그러나 통상 협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결론 발표는 2026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플랫폼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국 규제 당국의 대응이 확정되기 전까지 EU가 단독으로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 평가
이번 사건은 EU가 단순 규제기관을 넘어 지정학적 당사자로서 행동하고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한다. X를 겨냥한 과징금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선포 그 자체가 글로벌 기술 질서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이다. 미·EU 양측은 각각 ‘자국 중심’ 디지털 규범을 세계 표준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의도를 품고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