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마즈(Mars Inc.)의 360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 켈라노바(Kellanova) 인수에 대한 심사를 일시 중단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U 경쟁 당국은 두 기업이 요청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스톱 더 클록(stop-the-clock)’ 절차를 발동했다.
EU 집행위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심사 과정에서 필수 자료가 기한 내 도착하지 않을 경우 조사는 자동으로 중단된다”라며 “자료가 제출되는 즉시 심사 시계가 다시 가동된다”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본격적인 2단계(심화) 조사를 개시하면서, 이번 거래가 과자·스낵류 시장에서 가격 인상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쟁 제한성을 우려한 바 있다. 기존 결정 시한은 10월 31일이었지만, 이번 중단으로 새 기한은 자료 제출 후 재설정될 예정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한 달 전 조건 없이 거래를 승인했다. EU가 보다 강도 높은 검증에 나선 배경에는, 유럽 시장에서 프링글스·트윅스·M&M 등 브랜드 집중도가 높은 구조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top-the-clock’란?
EU 합병 심사에서 ‘시계중단’은 당사자들이 핵심 정보를 미제출할 때 발동된다. 공식적으로는 최대 90영업일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시계가 멈춘 기간은 계산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추가 질의·자료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하며, 지연이 길어질수록 인수 일정은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마즈는 애완동물 사료(로열캐닌·셰바), 초콜릿(스니커즈)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비상장 글로벌 식품기업이다. 켈라노바는 지난해 시리얼 부문을 분사한 뒤 과자·스낵류에 집중해 온 기업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양사의 결합은 전 세계 스낵 시장에 의미 있는 규모의 변화로 평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EU가 추가로 요구한 데이터에는 유럽 시장 내 브랜드별 점유율, 유통 채널별 가격 정책, 원가·공급망 구조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 여부를 정밀 분석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향후 전망으로, ①기업 측이 자료를 신속히 제출할 경우 2025년 말 이전 최종 승인·조건부 승인·불승인 가운데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②만약 EU가 ‘구조적 시정조치’(특정 브랜드 매각 등)를 요구한다면 협상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③FTC와 EU의 결론이 엇갈릴 경우, 양사는 거래 조건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심사 지연이 단기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만, EU의 엄격한 경쟁 정책이 글로벌 식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인수 성공 여부가 켈라노바 주가와 마즈의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용어 해설
• 심화조사(Phase II): 간단 심사(Phase I)에서 문제가 발견될 때 적용되는 EU 경쟁 당국의 두 번째 조사 단계.
• 조건 없는 승인(Unconditional Clearance): 시정 조치나 추가 조건 없이 합병·인수를 허용하는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