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합의한 15% 상호 관세가 글로벌 제약사에 130억~19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제시됐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U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혁신 신약(브랜드 의약품)에 15% 관세가 일괄 적용될 전망이다. 기존에 무관세였던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사상 처음이어서 업계의 파급 효과가 주목된다.
관세 부과 배경과 세부 내용
EU와 미국은 전날(현지시간) 체결된 양자 무역협정에서 의약품 전반을 15% 관세 대상에 포함시키되, 일부 제네릭(복제약)은 예외로 두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전통적으로 면세 품목이던 의약품이 관세망에 편입되면서, 수출입 물량이 큰 제약사들의 비용 구조가 일시에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은 EU의 대미(對美) 최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다. 전체 미국 의약품 수입 가운데 약 60%가 EU에서 들어온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관세 부담이 없다는 전제 하에 글로벌 공급망을 설계해 왔으나, 이번 합의로 공급 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비용을 모두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 한, 제약사들은 대규모 비용 절감과 공급망 재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 ─ UBS 애널리스트 매슈 웨스턴
추가 비용 추정치
UBS의 매슈 웨스턴 애널리스트는 관세로 인해 최소 130억 달러의 비용이 산업 전반에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번스타인의 코트니 브린 애널리스트는 19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사람 모두 “제약사들이 이미 진행 중인 재고 비축(Stockpiling) 및 계약연구조직(CRO)과의 파트너십 확대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용어 해설
· 스톡파일링(Stockpiling)1은 관세나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완제품 또는 원료를 미리 대량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 계약연구조직(CRO)2은 의약품 임상·비임상 시험을 제약사 대신 수행해 주는 전문 업체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비용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 조사’ 변수
미국 정부는 별도로 의약품 분야 국가안보 조사(Section 232)를 진행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개시 전 “의약품 관세를 최대 200%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만 웨스턴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의가 체결되면 추가 관세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EU·영국·스위스와 병행 중인 방어 장치 논의를 거론했다.
반면 ING의 디에데릭 스타디히 애널리스트는 “협정 서명 전까진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다”며 불확실성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상한선 15% 외에 추가 관세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모든 조항이 명문화되어야 실제 비용 규모를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별 대응 현황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Sanofi, 나스닥: SNY)는 이달 초 미국 뉴저지 공장을 써모 피셔(Thermo Fisher, 뉴욕증권거래소: TMO)에 매각하고, 자사 치료제 생산을 해당 시설에서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의 로슈(Roche) 토마스 쉬네커 CEO는 지난주 미국 내 재고를 확대해 관세 충격을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UBS의 웨스턴은 “제네릭 면세 범위가 아직 불명확하지만, 스위스 제네릭 전문업체 산도즈(Sandoz, 스위스증권거래소: SDZ)의 올해 실적 영향은 대부분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뉴스가 전해진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사노피·로슈·산도즈 주가는 0.5%~1%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200% 관세)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 덕분에 안도 랠리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무역·제약 정책 전문가들은 일단 15% 관세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과 약가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경우, 미국 내 보험사·PBM(약제급여관리업체)·병원 등이 제약사에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제약사들이 원가 절감과 자동화를 강화해 마진을 방어할 수도 있다.
또한 의약품 무역은 환율·규제·특허 만료와도 맞물려 있어, 실제 비용 효과는 기업별 파이프라인·생산 위치·재고 전략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향후 최종 협정문 공개와 미국 국가안보 조사 결과가 관세 수준과 적용 범위에 결정적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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