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무역협상이 시한을 나흘 앞두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관세 충돌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갈등이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만 확전(擴戰)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2025년 7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유럽연합(EU) 통상 담당자들은 워싱턴 D.C.를 찾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유예돼 온 미국의 일괄적 ‛상호주의(rec iprocal) 관세’ 적용이 7월 9일(수)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U 측은 “핵심 산업에 즉각적인 관세 완화가 포함된 ‘원칙적 합의(in-principle agreement)’가 필요하다”며 서둘러 타결을 압박했다. 반면 미 행정부는 최소 10% 기본관세를 고수하고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EU 내부도 의견 분열…독·이탈리아 vs 프랑스
협상 방식을 둘러싼 EU 회원국 간 균열 역시 변수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신속한 합의를 선호하지만,
프랑스는 보다 공세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리서치 책임 애널리스트인 실비아 아르다냐는 고객 메모에서 이렇게 전했다.
바클레이즈의 기본 시나리오
아르다냐 애널리스트팀은 ‘현상 유지+부분 연장’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1) EU 대(對)미 수출품에 대한 평균 관세가 약 15% 수준에서 일단 결정되고,
(2) 7월 9일 이후에도 추가 협상을 위해 유예기간이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제약·반도체 부문은 현행 무관세에서 25%로 껑충 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할당(quota)이나 품목별 인하로 실질 관세율이 낮아질 ‘상방(上方) 위험’도 존재한다”며 변동성을 경고했다.
용어 풀이: ‘상호주의 관세’란?
‘reciprocal tariff’는 상대국이 자국에 부과하는 관세만큼 동일·유사한 관세를 매기는 정책을 뜻한다. 파트너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한 압박 카드로 자주 활용된다.
부담 커지는 기업들
EU 집행위원회는 “관세가 현실화되면 EU 교역량의 약 3,800억 달러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자동차·화학·기계 등 독일 주력 산업과, 반도체·제약 등 고부가가치 품목이 1차 표적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및 한국에의 시사점
기자의 판단으로는, 유럽이 미국에 비해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유로존 경제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탈리아가 조기 타결을 원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프랑스는 농산물·사치재 등 미 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공세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라면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유로 약세와 함께 유럽 수출주 실적 하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된 한국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도 간접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국 고율 관세가 유럽 칩메이커의 설비 투자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장비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일정
• 7월 9일: 상호주의 관세 유예 만료
• 7월 중순: EU 집행위원회 임시회의(추가 대응안 논의)
• 8~9월: G20 재무장관 회의(협상 테이블 재가동 예상)
협상이 타결될지, 아니면 ‘10%+α’ 관세가 현실화될지는 며칠 내 판가름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헤드라인 리스크 확대 속 변동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