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팬들의 콘텐츠 선택권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ESPN과 폭스(Fox)는 10월 2일부터 자사의 신규 스트리밍 서비스를 월 39.99달러에 번들(Bundle) 형태로 제공한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묶음 상품은 NFL·NBA·대학 스포츠를 포함한 주요 경기 중계를 하나의 구독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고 사용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번들 상품은 월 39.99달러라는 단일 요금으로 두 회사가 새로 선보이는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각각을 별도로 구독할 때보다 할인된 가격이며, 이용자들은 결제·로그인 절차를 한 번만 진행해 두 채널의 방대한 스포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월트디즈니(NYSE:DIS)·폭스(NASDAQ:FOXA)·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NASDAQ:WBD)가 추진했던 합작 법인 베누 스포츠(Venu Sports) 프로젝트가 법적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이후 체결된 첫 번째 대형 스포츠 판권 제휴다. 세 회사가 공동 플랫폼 출범 계획을 철회하면서, 시장에서는 ‘각사 단독 혹은 양자 간 파트너십’ 전략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번들 전략, 왜 중요한가
전 세계 미디어 기업들은 구독료 인상·플랫폼 난립으로 지친 이용자들의 구독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묶음(번들)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우리는 궁극적인 스포츠 팬을 위해 사용자 경험을 단순화할 기회를 꾸준히 모색해 왔다.”
폭스 DTC(Direct to Consumer) 사업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토니 빌레터(Tony Billetter)는 이 같은 배경을 강조했다.
‘Direct-to-Consumer(직접 판매)’ 플랫폼이란, 전통 케이블을 거치지 않고 시청자가 인터넷을 통해 방송사를 직접 구독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용자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곧바로 가입·결제하며, 케이블 셋톱박스나 장기 약정 없이 원하는 채널만 골라 시청할 수 있다.
폭스의 신규 서비스 ‘폭스 원(Fox One)’은 스포츠 외에도 뉴스·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통합 제공하며, ESPN의 새 DTC 네트워크는 NFL·NBA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대학 미식축구·농구 등 미국 내 핵심 스포츠 이벤트를 실시간 스트리밍한다. 두 플랫폼 모두 8월 21일 정식 출시된다.
업계에서는 폭스 원이 기존 케이블 중심의 시청자를 넘어 커드 컷팅(cord-cutting)*1 세대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각사 내부 추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월 40달러 미만 수준의 가격 설정이 ‘케이블 대신 선택할 만한 대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의 반응과 전망
가격 경쟁력 외에도, ESPN·폭스는 UI·UX(사용자 경험) 일원화를 통해 ‘경기 시작 알림’, ‘멀티뷰 기능’ 등 부가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NFL·NBA와 같은 프라임 콘텐츠를 확보한 두 회사가 묶음으로 시청 점유율을 끌어올리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파라마운트+·피콕 등 경쟁 OTT 서비스에도 가격 인하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권리료 부담이 큰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를 월 40달러 이하로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광고·스폰서 매출로 구독료 손실을 상쇄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해설: 핵심 용어 이해
*1커드 컷팅(Cord-cutting)이란, 기존 케이블·위성방송 계약을 해지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의 OTT(Over-the-Top) 서비스만 이용하는 소비자 행태를 말한다.
번들(Bundle)은 복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별도 구매 대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판매 방식을 의미한다. 미디어·통신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구독, 인터넷·전화 상품 등을 일괄 제공해 고객 이탈률을 낮추는 전략으로 활용된다.
이번 ESPN·폭스 번들은 스포츠 판권 분야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동맹으로, 향후 방송사 간 ‘스포츠 슈퍼 앱’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사들이 유사 제휴 모델을 따를지 여부가 시장 재편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