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미디어 업계의 거대 기업인 디즈니(ESPN)와 폭스(Fox Corp.)가 손잡고 자사 신규 직접소비자형(Direct-to-Consumer, DTC)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나의 번들로 묶어 월 39.99달러에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스포츠 중심 가입자를 적극 확보하기 위해 이번 번들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통적인 유료 TV(케이블·위성) 해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시청자 이탈을 막고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번들(ESPN + Fox One)은 오는 10월 2일부터 이용 가능하다. 개별 서비스 요금은 ESPN이 월 29.99달러, Fox One이 월 19.99달러이나, 패키지로 가입하면 10달러 이상 할인받을 수 있다. 두 서비스 모두 8월 21일에 정식 출시돼 미국 대학 풋볼 시즌과 NFL 시즌 개막 전에 맞춰 서비스를 시작한다.
ESPN: ‘올인원’ 스포츠 생태계 구축
ESPN의 플래그십 앱은 본래 TV 네트워크에서 방영되던 ESPN, ESPN2, SEC 네트워크는 물론, 디즈니 소유 지상파 채널 ABC를 통해 중계되는 스포츠 경기까지 포괄한다. 또 판타지 스포츠 기능, 베팅 연동, 스튜디오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부가 콘텐츠가 포함돼 있다.
ESPN은 별도로 Disney+·Hulu와 월 35.99달러 패키지를 제공해 가족·엔터테인먼트 중심 구독자를 공략한다. 지난주 ESPN은 WWE와 5년 계약을 체결해 2026년부터 WrestleMania, Royal Rumble, SummerSlam 등 메가 이벤트의 미국 중계권을 확보했다. 또 NFL과의 합의를 통해 NFL 네트워크 및 기타 미디어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며,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했다.
Fox One: 모든 채널을 한데 모은 ‘올인’ 전략
폭스는 경쟁사들이 이미 DTC 시장에 뛰어든 뒤에도 관망해 왔으나, 올해 들어 폭스 방송국·유료 TV 채널에서 송출되는 뉴스·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Fox One을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기존 편성 프로그램을 전면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Fox Nation(보수 논평 중심 OTT)과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머 Tubi가 담당하지 못한 실시간 방송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전략적 보완책이다. 폭스는 앞서 디즈니·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공동 추진하던 스포츠 스트리밍 합작사 ‘Venu’ 계획을 접은 뒤, 단독 DTC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DTC·번들링, 왜 중요한가?
DTC 스트리밍은 플랫폼 기업이 중간 사업자(케이블·위성)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 과정에서 ‘번들링’은 다양한 채널·플랫폼을 묶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청자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스포츠 콘텐츠는 실시간 시청 수요가 강해 해지율(Churn)을 낮추는 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각사 간 협력·제휴 경쟁이 치열하다.
“ESPN을 첫 번들 파트너로 발표한 것은 당사 고객에게 최적의 가치와 시청 경험을 제공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 토니 빌레터(Tony Billetter) 폭스 DTC 사업부 전략·사업개발 수석부사장
경쟁 지형과 전망
디즈니 밥 아이거(Bob Iger) CEO와 폭스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 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 자리에서 타사 서비스와의 추가 번들 협력을 모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파라마운트+, 피콕 등 다수 플랫폼 간 ‘메가 번들’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2024년 51달러로, 이번 패키지가 출시되면 스포츠 팬들의 ‘구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NFL·대학 풋볼 시즌 개막과 맞물린 일정은 가입 초기 모멘텀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시각
미디어 컨설턴트들은 ESPN이 확보한 WWE·NFL 자산과 폭스의 뉴스·엔터테인먼트를 한 번에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 가치 제고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다. 다만 ESPN 플랫폼의 가격이 이미 단독 29.99달러로 높게 책정된 만큼, 장기 유지율은 할인 폭과 사용자 경험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광고·베팅 연동 기능을 강화한 ESPN 앱은 실시간 데이터·타사 연동 파트너십이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며, 폭스 역시 정치·사회 이슈가 집중되는 대선 시즌에 맞춰 뉴스·오피니언 프로그램을 적극 노출할 계획이다.
잠재적 리스크
1) 콘텐츠 중복으로 인한 이용자 피로, 2) 가격 민감도 상승, 3) 스포츠 리그 중계권 재계약 비용 급등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특히 ESPN의 WWE·NFL 계약은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장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
이번 ESPN·폭스 번들 출시는 전통 케이블의 붕괴와 OTT 생태계 재편이라는 흐름 속에서, 콘텐츠·가격·유통을 통합하려는 양사의 공동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10월 서비스 개시 이후 가입자 성장 속도와 해지율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