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티커: CLU25)은 8월 12일(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일 대비 0.79달러(-1.24%) 하락한 배럴당 62.78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9월물 RBOB 휘발유(티커: RBU25)도 0.0022달러(-0.11%) 떨어져 갤런당 2.0125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제재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재가 완화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늘어나 글로벌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EIA(미국 에너지정보청)은 같은 날 발표한 단기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 규모를 종전 하루 11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2026년에도 초과 공급이 15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봐 이전 전망(110만 배럴)을 웃돌았다. 이 같은 전망은 공급 과잉 압력을 재확인하며 유가 하락을 가속했다.
가격 하락 요인과 달리 달러화 약세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고율 관세 90일 유예는 경기와 에너지 수요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장의 초점은 여전히 공급 과잉 위험에 맞춰져 있다.
EIA는 또 미국 원유 생산이 2026년에 하루 1,328만 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생산이 줄어드는 셈이다. 셰일업체들이 낮은 유가에 따라 시추와 생산 계획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활성 시추 장비(Baker Hughes 기준)는 8월 1일 기준 3.75년 만의 최저치인 410기까지 떨어졌다가, 8월 8일 주간에는 1기 증가한 411기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휴전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인도를 상대로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높인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 수출 규모와 OPEC 여유 생산량의 한계를 고려할 때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OPEC+ 증산 및 장기 공급 전망
OPEC+는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지속됐던 감산을 단계적으로 거둬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회복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6만 배럴 규모의 물량은 2026년 말까지 여전히 가동 중단 상태로 남을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분기 세계 원유 시장이 전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잉여 공급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OPEC 산유량은 하루 28.31백만 배럴로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했다.
해상 저장 물량도 감소세다. 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는 8,052만 배럴로 전주 대비 5% 줄었다. 통상 해상 저장 물량이 줄면 공급이 시장에 풀리는 속도가 늦어져 유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EIA 재고·생산 데이터
EIA 주간 보고서(8월 6일 발표)는 8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계절 평균 대비 6.5% 낮고, 휘발유 재고는 0.3% 낮으며, 증류유 재고는 16.1% 낮다고 밝혔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하루 1,328만4,000배럴로 전주 대비 0.2% 감소해 2024년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000배럴)보다 소폭 낮았다.
용어 해설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중질유로 북미 벤치마크 유종이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산소 함량을 조정한 휘발유 선물이다. bpd(barrels per day)는 하루 배럴 단위 생산·소비량을 뜻한다.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석유·가스 데이터와 전망을 발표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 시각
단기적으로 원유 시장은 공급 과잉 확대와 지정학적 변수 간 힘겨루기에 직면해 있다. EIA·IEA가 제시한 잉여 공급 전망은 유가 하방 압력 요인이지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추가 관세나 우크라이나 정세 악화는 즉각적인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OPEC+가 증산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미국 셰일 업계의 둔화는 중장기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에 따라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투자자들은 재고·시추 장비 추이와 정책 변수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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