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L, 새 美 통관 규정으로 미국발·행 일반 소포 대부분 배송 일시 중단

독일 물류기업 DHL(도이체 포스트 DHL 그룹)이 미국 측 새로운 통관 규정에 따라 대미(對美) 일반 소포 배송을 전격 중단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DHL은 이날(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독일 간 일반 소포·소형포장물(DHL Parcel Germany) 서비스를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새로 개정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규정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상화를 위해 미국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DHL 관계자는 “미국발·미국행 배송 수취·발송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친숙한 DHL Express 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개인 간 선물용 소포로 분류되는 100달러 이하 물품도 별도 차질 없이 배송이 가능하다. 다만 상업 목적 또는 100달러 초과 물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 소포는 새로운 규정이 안정적으로 구축될 때까지 접수되지 않는다.

■ ‘DHL Express’와 ‘DHL Parcel Germany’ 차이는?

국내 소비자에게 ‘DHL’이라는 명칭은 주로 항공 특송(Express)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DHL 그룹 내부적으로는 익스프레스(Express), 글로벌 포워딩(Global Forwarding),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우편·소포(Postal & Parcel Germany) 등 총 5개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중단 대상은 독일 내에서 접수해 우편망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는 우편·소포 부문이며, 항공 특송인 익스프레스 부문은 별도 규정이 적용돼 정상 운영된다.

“DHL은 미국 관세 당국과 유럽 파트너사들과 실시간으로 협의 중이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빠르게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을 1순위 목표로 두고 있다” – DHL 공식 보도자료 중

■ 왜 지금, 통관 규정이 문제인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은 2025년 8월부로 우편·소포를 통한 해외 물품 반입 시 세관 데이터 사전 제출(Standardized Data Set)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발송자·수취인의 세부 주소, 상품별 HS코드, 개별 단가 등 세분화된 정보를 전자적으로 선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폭증함에 따라 ‘불법 의약품·모조품’ 유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크다. 그러나 유럽 우편망과 정보 시스템 상호 연결 규격이 아직 완비되지 않아, DHL뿐 아니라 유럽 주요 우편사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류·관세 전문가들은 “항공 특송·국제 특송(Express)이 통상 운송 서류를 이미 전자화한 것에 비해, 우편·소포(Postal) 부문은 세계우편협약(UPU) 절차에 따라 서류 전산화가 더디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서류 요건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나, 유럽 시장은 ‘시스템 통합→테스트→실행’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내·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에 미칠 파장

독일을 경유해 미국으로 상품을 판매하던 소규모 한국 셀러(판매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FBA(미국 내 창고 반입)이베이US 직구에 DHL 독일 우편망을 활용하는 셀러라면 당분간 운송 루트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DHL Express, UPS, FedEx와 같은 특송사로 전환할 경우 단가가 최소 20~30% 상승하는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연말 쇼핑시즌(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을 앞두고 물류 병목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이커머스 판매자들은 운임 인상·배송지연·반품 비용 증가라는 ‘삼중 고통’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DHL이 10월 이전에 서비스를 정상화하지 못하면, 2025년 연말 성수기 판매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정부·업계 대응 현황

DHL은 독일 연방우정청(BNetzA)·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도 협력해 데이터 표준화 파일럿 테스트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CBP는 전담 기술 지원팀을 파견해 ‘선제출 데이터 포맷 검증’ 및 ‘시범 운송’ 절차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9월 중순까지 시범 운영(Test Run)을 완료하고 10월부터 단계적 정상화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한다.

한편 독일 온라인상점협회(Handelsverband Deutschland)는 “소상공인이 물류망을 갑자기 변경하기 어려운 만큼, 유예기간(Grace Period) 연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미국 소비자단체는 “엄격한 통관 절차는 마약·밀수·짝퉁 제품 유입을 막는 데 필수”라며 지지 입장을 내놓았다.


■ 기자 전문 분석

이번 사태는 ‘전자상거래 급성장’‘국가별 규제 강화’가 충돌한 대표 사례다. 과거에는 우편·소포가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저가품목)로 간주됐지만, 팬데믹 이후 온라인직구 물량 폭증으로 인해 정부가 세관 데이터의 정확성을 필수 조건으로 삼고 있다. DHL이 최단 기간 내 시스템 호환성을 확보하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나, 지연될 경우 고객 이탈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판매자·소비자 모두 대체 물류 루트 확보, 운임 변동성 대응, 그리고 통관 데이터 입력 정확성 강화를 지금부터 점검해야 한다. 특히 한국 판매자는 전자상거래 특송통관(E-Commerce Customs Clearance) 제도를 숙지하고, HS코드·품목명을 정확히 기재해 잠재적 통관 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 용어 해설※국내 독자 이해 도움

  • DHL Express: 항공 특송(빠른 운송)을 담당하는 DHL 사업부로, 일반 우편 대비 요금이 높지만 배송 속도가 빠르다.
  • DHL Parcel Germany: 독일 내 우편망을 기반으로 한 소포·우편 서비스. 해외 배송 시 각국 우편망과 연계된다.
  • HS코드: ‘Harmonized System Code’의 약자로, 국제 통일 상품 분류 체계. 세관 신고 시 필수 기재.
  • CBP: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세관·출입국·국경 보안 관할.

현재로서는 DHL Express가 유일한 우회 노선이지만, 비용 부담을 고려할 때 ‘물류비 상승 → 판매가 인상 → 소비자 수요 둔화’라는 연쇄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관련 업계의 가격·물량 전략 재조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