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그룹(Development Bank of Singapore)은 동남아 최대 자산 보유 은행으로서 최근 중국 수출업체들이 위안화(RMB)로 무역 대금을 결제하려는 수요가 뚜렷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DBS의 기관금융 총괄 한 쿠이후안(Han Kwee Juan) 그룹 헤드는 취임 이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RMB로 판매하니 결제도 RMB로 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전 세계—특히 미국 외 지역—와의 교역 확대에 달려 있다”면서도, “중국 본토 밖에서는 여전히 달러 결제가 대세”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결제 패러다임 변화와 위안화 활용 확대
수십 년간 글로벌 교역·자본 흐름을 지배해 온 달러 체제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자, 브라질·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신흥국은 자국 통화 결제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은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중국 국경 간 은행결제 시스템)을 2015년에 도입해 위안화 결제 인프라를 강화해 왔다.
한 총괄은 “DBS 중국법인은 2015년부터 CIPS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2024년 CIPS 결제 흐름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CIPS는 전 세계 은행들이 중국 본토 은행을 통해 직접 위안화 결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의 홍콩·싱가포르 등 오프쇼어 위안화 허브를 경유하는 복잡성을 줄여,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DBS의 전략 — 결제·자문·현금관리로 수수료 수익 다변화
DBS는 기관금융(FI) 결제 역량 강화를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 총괄은 “우리는 결제·자문·현금관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단순 대출·순이자수익(NII)을 넘어선 수수료 기반(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DBS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로, 지난주 발표된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웃돌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는 “기관금융 비즈니스가 ROE를 추가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 기업 대응 전략
인터뷰에서 한 총괄은 “트럼프 재임 시 부과된 관세가 재도입될 가능성”을 예로 들며, 기업 고객들이 원자재 재고 관리·공급망 다변화·환리스크 헤징 등 복합 전략으로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DBS는 고객사와 함께 무역금융, 파생상품 헤징, 통화 스와프 솔루션을 적극 활용해 정책 리스크를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해설 및 추가 맥락
CIPS : 중국 인민은행 주도로 구축된 국제 결제 네트워크로, SWIFT와 유사한 메시징 기능과 실제 결제(Clearing) 기능을 결합했다. 지금까지 약 1,500여 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참여해 위안화 국제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순이자수익(NII) : 은행이 대출·예금 등 금리차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기본 수익.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이자 수익(수수료·자문료 등) 강화가 은행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부상했다.
위안화(RMB) : 국제표준화기구(ISO) 통화코드는 CNY(온쇼어), CNH(오프쇼어)로 구분되나, 일반적으로 통칭해 RMB라 부른다.
오프쇼어 위안화 시장(CNH) : 중국 본토 외부에서 통제 완화된 상태로 거래되는 위안화 시장으로, 홍콩·싱가포르·런던이 대표 허브다.
전망 —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완만하지만 지속적’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 결제가 당분간 우위를 유지하겠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정치적 블록화·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산이 복합 작용해 위안화 사용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중동 지역의 원자재 수출 기업들이 중국 바이어와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DBS는 “결제 통화 다변화는 고객의 비용 절감·리스크 분산에 기여한다”며, 자체 클리어링 네트워크 확충·CIPS 연계 강화로 아시아 최전선에서 해당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수출업체의 위안화 결제 요구는 특정 지역의 무역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으며, 달러 절대우위 체제에 도전하는 ‘점진적이지만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