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Davidson는 최근 공개된 신형 아이폰과 주변 기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애플(AAPL)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은행은 “제품군의 실질적 혁신이 미미하다”는 평과 함께, 향후 모멘텀 둔화를 우려했다.
2025년 9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Gil Luria)는 목표주가 250달러를 유지했으며, 이는 전날 종가 대비 약 10%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가격 상승 여력과 별개로 단기 성장 견인 요소가 부재하다”며 투자의견을 낮췄다.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지난 1년간 애플의 제품 전략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신 모델들이 소비자에게 즉각적 교체 수요를 자극할 만한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이폰에 대한 혁신 정체를 지적하며, “애플 핵심 라인업 전반에서 밋밋한 업그레이드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접이식(foldable) 아이폰이 내년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반 사용자가 굳이 업그레이드를 감행할 만큼 매력적인 이유가 될지는 의문이다.” —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
그는 또한 중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서 경쟁사들이 ‘애플 못지않거나 더 나은’ 대안을 빠르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해외 경쟁 압력이 애플의 성장 둔화와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 생태계 부재도 문제로 꼽혔다. 루리아는 “최근 제품 발표를 통해 보건대, 애플은 당분간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회사가 AI 트렌드에 뒤처졌거나, 이노베이터의 딜레마(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을 스스로 막는 상황)에 봉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가 흐름도 부진하다. 2025년 연초 이후 애플 주가는 9% 하락해 동일 그룹에 속한 엔비디아(Nvidia)·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 등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당 빅테크 7개 종목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중 가장 부진한 편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과 영향력이 큰 7개 테크·소비자주(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를 일컫는 용어다. 국내 투자자에게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월가에서는 시장 흐름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점을 덧붙인다.
한편, D.A. Davidson은 1935년 설립된 미국 중견 투자은행으로, 소매·기관 고객 대상 리서치와 자산 관리를 제공한다. 이 회사의 평가는 대형 투자은행들의 ‘컨센서스’와 달리 비교적 보수적이거나 독립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월가에서는 ‘체크 앤드 밸런스(견제 장치)’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기자 해설] 본 리포트는 애플이 당면한 핵심 과제—혁신 정체, AI 전략 부족, 중국 내 점유율 압박—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애플이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개척하거나, 현 라인업에 체감형 혁신을 담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SaaS)·생태계 강화가 그 대안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현재 분석가 컨센서스는 “가시적 로드맵이 불투명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주가 모멘텀은 제한적일 수 있으며, 투자자는 향후 발표될 AI·XR(확장현실) 관련 로드맵과 실제 출시 일정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