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완화로 연준 9월 금리 인하 기대 확대, 달러 가치 하락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가 달러 약세를 부추기며,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96%까지 치솟았다고 시장이 평가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43% 하락 마감했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연준이 9월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전일 88%에서 96%로 급등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7월 CPI 결과가 ‘악재’ 없이 예상에 부합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7월 CPI 세부 내용(y/y: 전년 동월 대비, m/m: 전월 대비)
헤드라인 CPI: +0.2% m/m, +2.7% y/y
코어 CPI: +0.3% m/m, +3.1% y/y
헤드라인 지표는 6월과 동일, 코어 지표는 전년 대비 0.2%p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8%, 3.0%)를 각각 0.1%p 하회·상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기록했던 2.3%(헤드라인)·2.8%(코어)의 4년 3개월 최저치에서 반등은 있었지만, 여전히 연준의 2% 목표와 큰 괴리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해석이다.


10년물 미 국채금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립적인 CPI에도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0.4bp 상승한 4.289%를 기록했다. 이날 아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청사 공사 관련 제롬 파월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허용할 수 있다”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것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시장은 “정치적 압박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재가열 위험을 경계했다.

관세(타리프) 이슈가 복합 리스크로 부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들어 ▲대(對)중국 관세 유예 90일 연장 ▲반도체 수입 100% 관세 예고 ▲전자제품·의약품·인도산 상품 등 전방위 관세 인상을 잇달아 발표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예고안이 모두 시행되면 평균 미국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치솟는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관세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달러는 연준의 완화 기조 기대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유로/달러(EUR/USD)는 0.52% 상승했다. 다만 유럽연합(EU)은 미국 관세의 직접 타격을 우려하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ECB(유럽중앙은행) 금리선물은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5%로 반영했다.

엔/달러(USD/JPY)는 0.30% 내렸다.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관세 확대가 일본 수출기업에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엔의 안전자산 매력을 일부 상쇄했다.


귀금속 시장: 금·은 상반된 흐름

12월 금 선물은 5.70달러(0.17%) 하락, 9월 은 선물은 0.215달러(0.57%) 상승으로 마감됐다. 전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 수입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된 것이 금 가격을 끌어내렸다. 동시에 10년물 국채금리 소폭 상승도 금을 누르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금·은 ETF(상장지수펀드) 보유량은 각각 2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 수요가 견조하다는 신호를 줬다. CPI 완화로 인한 연준 완화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표·용어 해설

CPI(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된다.
코어 CPI: CPI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로, 장기 물가 흐름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달러 인덱스(DXY): 주요 6개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다.
bp(basis point):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25bp는 0.25%를 뜻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시장전문가들은 “9월 FOMC까지 발표될 고용·PCE(개인소비지출·연준 선호 물가지표) 흐름이 추가 금리인하의 실질적 근거가 될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신흥시장 자본유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물가에 미칠 파장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향후 “연준과 백악관, 두 축의 정책 변수가 엇갈리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한편 연방기금선물은 10월 28~29일 회의까지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10월 인하 확률 58%). 이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정치·무역 변수가 상존하는 만큼 섣부른 낙관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결론적으로 7월 CPI가 ‘예상 부합’이라는 호재를 제공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세와 파월 의장에 대한 공격으로 금융시장은 정책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우려라는 이중 리스크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