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제한적 범위에서 등락을 이어가며,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현·물 시장의 랠리를 이어갈지 여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05:15 ET(09:15 GMT) 기준 다우존스30 선물은 38포인트(0.1%) 상승했고, S&P 500 선물은 10포인트(0.2%) 올랐으며, 나스닥100 선물은 56포인트(0.2%) 뛰었다. 전날 현물시장에서 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각각 경신했다. 반면 대형주 위주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 하락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 CPI·PPI, 연준(Fed) 통화정책의 분수령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이날 장 개장 전(현지시간) 공개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CPI는 일반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핵심 판단 근거로 삼는다. 시장 컨센서스는 전월 대비 0.3% 상승,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이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전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물가 둔화 기대를 더욱 키웠다. 8월 P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2.6%로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PPI는 기업이 재화·서비스를 생산·판매할 때 마주치는 도매물가를 보여주며, 통상 몇 달 후 CPI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시장 비중이 크다.
ING는 보고서에서 “(관세 등으로 인한) 투입 비용 증가분을 기업들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예상치를 밑돈 PPI 덕분에 CPI가 0.3%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올해 말까지 연준이 25bp(0.25%p)씩 세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 9월 FOMC 금리 인하…“뒤집을 변수는 CPI 급등 뿐”
연준은 9월 17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0.25%p 인하를 이미 100% 이상 반영하고 있어, CPI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정책 경로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또한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나, 시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어도비 실적 발표·크로거 개장 전 실적 공개 예정
장 마감 후 어도비(Adobe Systems)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어도비는 6월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으나, Vital Knowledge는 “경기순환적·구조적 역풍이 상당하다”고 지적하면서 투자 심리가 다소 위축된 상태다. 한편, 개장 전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Kroger Company)가 실적을 내놓는다.
◆ 국제 유가, 수요 둔화 신호에 혼조
05:15 ET 기준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7.25달러로 0.4%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3.39달러로 0.4% 내렸다. 금주 초 러시아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2% 넘게 올랐던 유가는 미국 내 석유 수요가 감소할 조짐을 보이자 조정을 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원유 재고는 390만 배럴 증가(예상 –100만 배럴), 휘발유 재고는 150만 배럴 증가(예상 –20만 배럴)했다.
재고 증가는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연말 수요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용어 설명·투자 체크포인트
① CPI(Consumer Price Index) —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재화·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 인플레이션 체감도를 보여준다. 연준 목표물가(2% 내외)와 직접 연관된다.
② PPI(Producer Price Index) — 생산 단계에서 형성되는 도매물가를 뜻하며, 일반적으로 CPI에 2~3개월 선행한다는 특성이 있다.
③ 선물(Futures) — 특정 자산을 미래 일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파는 계약. 지수 선물은 현물 지수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CPI 발표가 ‘3연속 금리 인하’ 기대를 확정짓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헤드라인 CPI가 0.4%를 웃돌면 단기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주식 조정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예상치 부합 또는 하회 시 연준이 “연착륙 시나리오”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주식·채권 시장 모두 안도 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Ayushman Ojha 기자가 본 기사 취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