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O “트럼프 관세, 향후 10년간 미 재정적자 4조 달러 줄일 수 있다” 전망

워싱턴 D.C.—미 의회예산처(CB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전면적 관세 인상 조치가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를 최대 4조 달러(약 5,340조 원)까지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025년 8월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CBO는 최근 발표한 중기 전망 보고서에서 “관세 수입 확대가 기본 재정수지(primary deficit)를 3조 3,000억 달러 줄이고, 이로 인해 연방채 이자지급 부담도 7,00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계했다.

트럼프 관세 그래프

기본 재정수지정부 총세입에서 이자비용을 제외한 총지출을 뺀 값을 의미한다. 즉 정부가 이자를 제외하고 실제로 얼마를 적자‧흑자 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기본 재정수지가 개선되면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시장 금리와 신용등급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관세율 16.7%로 상승…수입업계 경고음

CBO가 이번 분석을 내놓기 직전인 8월 기준,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국가·품목 전반에서 16.7%를 기록했다. 이는 6월의 15.1%에서 1.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경제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세관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이 부과한 관세액은 260억 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년 전 수백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관세는 단기적으로 세수를 늘리지만, 장기적으로 무역금융 비용과 생산자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브리핑 중


■ 재정적자 확대 요인과 관세 상쇄 효과

CBO는 공화당이 올해 초 통과시킨 감세 및 지출 확대 법안 탓에 같은 기간 재정적자가 3조 4,000억 달러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적자 확대 요인이 관세 수입으로 상당 부분 상쇄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향후 무역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아, 추계치는 불확실성을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7조 1,8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공화‧민주 양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지출 규모를 줄이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국채 발행은 매년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 시계


■ 9월 말 예산 시한…셧다운 리스크 고조

연방의회는 9월 말까지 예산 처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정부 기관이 부분 폐쇄(셧다운)에 들어갈 수 있다. 예산안 협상이 막판까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공화당 일부 의원은 “관세 수입을 적극 활용해 지출 삭감 폭을 줄이자”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관세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과 수출업계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시카고대 해리스공공정책대학원 존 골드윈 교수는 “관세만으로 구조적 재정적자를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연구 결과 장기적 경기 둔화를 초래할 경우 세수 감소로 오히려 적자가 커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시장 반응 및 전망

채권시장은 이번 CBO 발표에 즉각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투자은행은 보고서 공개 직후 미 10년물 국채금리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 시티그룹은 노트에서 “관세 수입 증가가 이자 비용을 줄여 채권 공급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무역갈등이 심화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장기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시장에서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소매유통 업종이 연일 약세를 보이는 반면, 일부 내수 중심 산업은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 기자 해설: 관세와 재정의 함수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재정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무역보복, 기업 투자 위축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과거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사례에서도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수입 증가는 일정 부분 불가피한 비용을 수반하며, 이를 감안한 종합적 재정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논점은 재정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처럼 저금리 환경이 끝나고 높은 이자율이 지속될 경우, 국채 이자비용이 다시 상승해 관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CBO가 관세 수입으로 7,000억 달러의 이자 절감 효과를 제시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전제로 한 가정이다.

관세 영향 인포그래픽

결국 관세가 재정적자 감축에 미치는 순효과는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 글로벌 경기, 국내 통화정책 등의 변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역·재정 정책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일정으로는 9월 말 예산 시한, 11월 중간선거, 그리고 WTO 판결 등이 거론된다. 각각의 이벤트가 관세 정책과 재정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CBO의 최신 전망은 관세 인상이 예상 외로 큰 규모의 재정 개선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여러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정책 결정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