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실시한 2025년 8월 ‘펀드 매니저 설문(Fund Manager Survey)’에서 확인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총 197명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4,750억 달러(약 628조 원)에 달한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순 41%가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경기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해 지난달(31%) 대비 우려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미국 노동시장 둔화 조짐과 소비 감소 가능성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90%의 투자자들은 1년 후 아시아 주가지수가 현재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 BofA 보고서 중
아시아(일본 제외) 지역에 한정하면, 순 31%의 응답자가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이는 6월 대비 소폭 악화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의 90%는 앞으로 12개월 내 지역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해, 이익 추정치 상향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컨센서스 기준 이익 전망치가 과도하게 높지 않아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정책 기대
이번 설문에서 중국의 경기 전망은 전월 대비 개선됐다. 중국 성장률이 약해질 것이라 답한 비중은 순 3%로, 7월의 10%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대응을 위한 추가 정책 완화 가능성과 가계의 소비·투자 전환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BofA는 “중국 증시의 구조적 과제—고령화, 부채, 생산성 둔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전반적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소비·투자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가격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임금이 정체돼 경기 둔화가 심화될 위험이 있다. 최근 중국발 디플레이션 논의는 소비 부진과 생산자물가(PPI) 하락이 맞물리며 부각됐으며, 시장은 정부의 재정·통화정책 대응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구조개혁과 금리 인상 기대
일본은 응답자들이 선택한 ‘가장 매력적인 시장’ 1위를 유지했다. BofA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 그리고 2026년 초까지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내 섹터 선호도는 은행과 반도체가 두드러졌으며, 이는 금리 정상화 수혜와 글로벌 기술 수요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국가별·섹터별 선호도 변화
국가별 선호도에서 중국이 2위로 올라섰고, 뒤이어 대만과 한국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인도는 미국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부각되며 최하위로 밀려났다. 섹터별로 보면, 아시아(일본 제외)에서는 기술 하드웨어·반도체·금융서비스가 선호 대상이었고, 소재와 자동차 섹터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BofA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수익률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견조한 배경은 이익 전망치의 합리적 수준”이라며 “극단적으로 낙관적이지도, 비관적이지도 않은 밸류에이션이 투자심리를 지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늘어날 가능성도 긍정적 요인으로 제시됐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용어
・ 컨센서스(Consensus):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전망치를 의미하며, 이는 기업 실적이나 거시지표를 종합해 예측한 숫자다.
・ 순(net) 응답 비중: ‘긍정’ 응답 비율에서 ‘부정’ 응답 비율을 뺀 값으로, 0% 이상이면 긍정적 시각이 우세함을 뜻한다.
・ 세미컨덕터(Semiconductor): 일반적으로 반도체로 번역되며, 정보기술(IT) 하드웨어의 핵심 부품이다.
편집자 시각: 본 설문은 대규모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해 기관투자자들의 포지셔닝과 심리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 자료다. 다만, 현실 시장은 거시 환경·정책 변수·지정학 리스크 등에 따라 단기간에 크게 변동할 수 있으므로, 투자 결정 시에는 자산 배분 전략과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