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세계적 광산기업 BHP 그룹과 발레(Vale)가 2015년 브라질 남동부에서 발생한 마리아나(Mariana) 광미댐 붕괴 사고와 관련해 영국 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집단소송을 약 14억 달러에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두 회사는 피해자 배상을 위해 8억 달러, 소송 비용 충당을 위해 6억 달러를 각각 제시했다. 이는 현재 런던 고등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가액—피해자 측 변호인단이 평가한 최대 360억 파운드(약 482억 9,000만 달러)—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이다.
사고와 소송의 배경
문제의 댐은 BHP와 발레가 50:50으로 합작한 사마르코(Samarco)가 소유·운영했다. 2015년 11월 발생한 붕괴로 190여 명이 사망하고, 강과 토지가 중금속으로 오염돼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후 수십만 명의 주민·어민·소규모 상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소송은 호주·브라질·영국 등 다수 관할로 확산됐다.
합의 제안의 구체적 내용
금융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이번 합의안은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영국 로펌 포거스트 굿헤드(Pogust Goodhead)와 소송 자금을 댄 미국계 헤지펀드 그라머시(Gramercy) 관계자가 참석했다.
“우리는 피해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 포거스트 굿헤드 대변인(회의 발언 인용)
기업 측 반응과 향후 전망
BHP와 발레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BHP는 지난해 10월 안전보다 이익을 중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고 근거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고등법원이 합의안을 승인해야 최종 타결이 가능하지만, 청구액 대비 3% 남짓에 불과해 피해자 단체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용어 풀이※
※집단소송(class action): 다수의 피해자가 동일한 피고를 상대로 공동으로 제기하는 소송 형태로, 판결이나 합의가 모든 원고에게 일괄 적용된다.
헤지펀드(hedge fund): 고수익을 추구하며 레버리지·파생상품 등을 적극 활용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소송자금을 선투자해 승소·합의 시 배분받는 “소송펀딩” 사업 모델도 운영한다.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의 1심 고등민사법원으로, 고액 상사·집단 소송이 집중된다.
전망 및 기자 관전평
본 합의 제안은 기업이 장기화된 분쟁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브라질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가 요구해 온 생태 복원·지역사회 재건 비용까지 감안하면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영국법원 판례상 피해자 동의를 얻지 못한 ‘일방적 합의’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협상 개시점”에 가깝고, 실제 합의액은 대폭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투자자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기업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사회정의 기여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영국 소송 결과는 호주·브라질 법원의 손해배상 산정에도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향후 글로벌 광산업계의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