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독자 프로세서 설계 추진…‘칩렛’ 전략으로 고객사와 경쟁 구도 전환

Arm Holdings가 설계(IP) 라이선스 사업 중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자체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제조하는 쪽으로 사업의 무게추를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Arm이 고객사와 동시 경쟁자(co-opetition)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르네 하스(Rene Haas) Arm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단순 설계를 넘어 칩렛(chiplet)이나 완성형 솔루션 구축을 위해 의도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Arm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하락했다. 시장은 Arm의 ‘라이선스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추가 투자 부담을 동시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칩렛이란 무엇인가

“칩렛은 단일(모놀리식) 프로세서를 여러 개의 소형 모듈로 분할해 필요한 기능을 조합·집적하는 설계 기법”

이다. 즉, 각 칩렛이 CPU, GPU, NPU 등 특정 역할을 담당하며, 설계자는 여러 칩렛을 ‘스티칭(stitching)’ 방식으로 연결해 하나의 완성형 프로세서를 만든다. 공정 유연성, 수율 개선, 성능·전력 최적화 측면에서 최근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는 기술 트렌드다.


Arm의 새로운 투자 전략 ― CSS에서 칩렛으로

하스 CEO는 자사의 CSS(Complete Solution Solutions) 전략을 ‘더 완전한 설계’로 확장해온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Arm은 이미 고객사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하며 칩렛·완제품 프로세서 개발팀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투자 회수 시점이나 구체적인 신제품 일정·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행보는 곧바로 고객사와의 이해충돌 문제를 낳는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Nvidia)는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자체 모바일·데이터센터 프로세서를 제작해 왔다. Arm이 독자 칩을 판매하면, 자사 기술을 쓰는 고객과 직접 경쟁하는 모순이 형성된다.


실적 가이던스·매크로 환경

Arm은 2분기(회계연도 기준) 조정 EPS(주당순이익) 전망치를 0.29~0.37달러로 제시했다. 중간값(0.33달러)이 LSEG 집계 시장 컨센서스 0.36달러를 소폭 하회한다. 매출 가이던스는 10억1,000만~11억1,000만 달러로, 컨센서스(10억6,000만 달러)에 부합한다.

1분기 실적은 매출 10억5,000만 달러(예상 10억6,000만 달러)를 약간 밑돌았고, 조정 EPS 0.35달러로 시장 추정치와 일치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Arm 매출의 ‘캐시카우’다. 모닝스타는 Arm이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서 99%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중 무역 갈등 격화, 관세 변동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스마트폰 출하가 부진하다. IDC에 따르면 4~6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쳤다.


데이터센터·AI 시장 공략

Arm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CPU 시장도 노린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Graviton 시리즈처럼 Arm 기반 맞춤형 서버용 칩을 사용한다. 해당 시장은 전통적으로 인텔·AMD의 x86 아키텍처가 지배했으나, AI 워크로드 급증으로 CPU+GPU 병렬 구성이 일반화되면서 Arm에게 신기회가 열렸다.

특히 칩렛 설계가 본격화되면, 고성능·저전력 특성을 이유로 Arm IP를 도입하려는 데이터센터 업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Arm이 완제품 칩까지 내놓을 경우, 칼 같은 가격·성능 경쟁이 불가피하다.


시장·투자자 관전 포인트

첫째, 라이선스 사업 모델과 제조·판매 모델 간 균형이다. Arm이 독자 칩 출시를 통해 로열티 비즈니스 의존도를 낮추면 총 주소 가능한 시장(TAM)은 넓어지지만, 자본·R&D 비용 급증, 마진 하락, 고객사 반발 리스크가 동반된다.

둘째, 공급망 재편이다. 칩렛 조립·테스트(ATMP) 생태계, 파운드리(제조) 파트너 선정 등이 관건이다. 특히 TSMC·삼성·인텔 파운드리 등과의 협업 관계가 Arm의 실행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셋째, AI·엣지 컴퓨팅 확산이다. 소비자·산업 현장에서 AI 추론 연산 수요가 폭발함에 따라, Arm의 저전력 설계 강점이 재조명될 수 있다. 반면 AI 가속 부문에서 GPU·NPU 업체와의 에코시스템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용어 해설전문가용

칩렛(Chiplet): 하나의 거대한 반도체 칩을 여러 개의 작은 칩 모듈로 나눈 뒤, 고속 인터커넥트로 연결해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식. 대형 칩 대비 수율 손실 최소화·공정 선택 다변화·모듈 재활용 장점이 있다.

모놀리식(Monolithic) 프로세서: 모든 기능 블록을 단일 실리콘 다이에 집적하는 전통적 칩 설계 방식. 크기와 전력·열 관리 부담이 칩렛 대비 크다.

CSS(Complete Solution Solutions): Arm이 CPU·GPU·NPU·인터커넥트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준완성’ IP 묶음. 고객사는 이를 기반으로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EPS(주당순이익, Earnings Per Share): 기업의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 주주가치·이익창출력을 판단하는 대표 지표다.

TAM(Total Addressable Market): 기업이 공급 가능한 제품·서비스로 이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장 규모.


결론적으로, Arm의 ‘칩 설계→제조’ 수직 통합 시도가 성공할 경우, 스마트폰·데이터센터·AI 엣지 전 영역에서 파괴적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은 실적 가이던스 변화와 고객사 반응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