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ANZ(Group)가 정부채권 거래에서의 ‘부도덕한(unconscionable)’ 행위부터 사망 고객에게 수수료를 청구한 사례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A$240억이 아닌 A$2억4천만(미화 약 1억5,950만 달러)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과태료 납부에 합의했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금은 호주 금융 규제 당국인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Australian Securities and Investments Commission)이 산정한 금액으로, 단일 금융기관에 부과된 사상 최대 벌금이다. 투자은행·시중은행을 겸하는 ANZ는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이번 제재는 그 정점으로 평가된다.
ASIC 제재 타임라인
ASIC가 공개한 징계 연혁에 따르면, ANZ는 2017년부터 거의 매년 크고 작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2017년 11월에는 18개월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호주 기준금리(BBSW)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A$1,000만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8년 2월, 멜버른 지방법원은 Esanda 자동차 금융 사업부가 고객 소득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 A$500만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2020년 10월에는 연방법원이 고객들에게 잘못된 연체 수수료를 부과한 사실이 확인돼 A$1,000만을 다시 물어냈다.
2022년 10월, 20년 동안 68만9,000개 고객 계정에 약정된 혜택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2,500만이 부과됐다. 불과 1년 뒤인 2023년 3월, 무면허 제3자로부터 서류를 수령·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선한 사실이 드러나 A$1,000만을 추가 납부했다.
같은 해 2023년 9월, 특정 신용카드 계좌의 이용 가능 한도를 오도해 초과 인출·이자 비용을 발생시킨 혐의로 A$1,500만이 부과됐고, 2023년 12월에는 2015년 A$25억 규모 기관투자자 대상 유상증자 과정에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90만의 벌금이 추가됐다.
2025년 9월 최종적으로 발표된 2억4천만 호주달러 벌금에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사안이 포함된다. ① 14억 호주달러 규모 정부채권 거래 과정에서 정부 및 투자자들을 오도한 행위 ② 고객의 ‘재정적 고난(hardship)’ 신고에 대한 미흡한 대응 ③ 사망한 고객 계정에서 발생한 수수료·보험료 등 환불 누락이다.
전문가 분석 및 시사점
금융 규제·컴플라이언스 전문가들은 “ANZ의 반복적 위반은 단순한 일회성 ‘실수’가 아니라 조직문화·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결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고객 혜택 미제공이나 사망 고객 과금은 내부 통제 미비뿐 아니라 윤리적 감수성 부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ASIC 역할 해설
ASIC는 호주 내 모든 상장·비상장 기업과 금융서비스 업체를 감독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1998년 설립된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은행·보험·증권·투자상품 전반을 포괄한다. 최근 들어 소비자 보호 이슈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ASIC의 조사·제재 강도도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금융소비자에게 미칠 영향
이번 대규모 벌금은 주주 배당과 경영진 인센티브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ANZ가 자발적으로 내부 시스템 ‘전면 재점검’ 계획을 밝힘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서비스 지연 혹은 절차 강화로 소비자 불편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보호 시스템이 강화돼 금융서비스의 신뢰도가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도 병존한다.
편집자 시각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은 수익성과 더불어 규제 준수(Compliance)에 달려 있다. ANZ 사례는 대형 금융사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복합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 준다. 한국 금융업계 또한 잇따르는 해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부통제 체계와 소비자 보호 장치를 한층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