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YouTube)가 출범 20주년을 맞아 단순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미국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최강자로 재탄생했다. 이제 플랫폼은 27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이용자와 두아 리파(Dua Lipa) 같은 세계적 스타를 거느리며, 미국 시청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TV 시청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올해 월트디즈니를 제치고 미디어 부문 매출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닐슨(Nielsen) 자료에서 7월 미국 시청 점유율 13.4%를 기록한 결과로, 디즈니(9.4%)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이번 주 화요일(현지시간) 개최된 연례 행사 Made on YouTube에서 알파벳(Alphabet)의 자회사인 유튜브 경영진은 앞으로 수십 년간 플랫폼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지목했다. 특히 제작·편집·배포 전 과정을 혁신할 30여 개 신기능을 공개하며, AI가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든 것은 크리에이터를 돕는 도구일 뿐이며, 어떤 스튜디오·네트워크·테크 기업도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독점할 수 없다.” — 닐 모한(Neal Mohan)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모한 CEO는 AI 확장이 크리에이터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유튜브 제작이 “존중받고 지속 가능한 경력”이 되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는 지난 4년 동안 콘텐츠 제작자에게 1,000억 달러 이상을 지급했다. 상위 채널들은 이를 토대로 영화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전용 세트와 후반 제작 설비를 구축하며, 할리우드와 경쟁 가능한 제작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행사 현장에는 가수 두아 리파, 전 NASA 엔지니어 마크 로버(Mark Rober), 코미디 듀오 스모시(Smosh), 실험 채널 운영자 브랜든 B(Brandon B) 등 1,6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전통적 심야 토크쇼 진행자를 대체하며 Z세대·알파세대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AI가 바꾸는 제작 파이프라인
이번에 공개된 신기능 상당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을 토대로 한다. 대표적으로 △영상에 맞춤형 쇼핑 링크를 자동 삽입하는 AI 쇼핑 태그 △다수 클립을 즉시 1차 편집본으로 묶어 주는 스마트 러프컷 △오디오 전용 팟캐스트에 자동으로 이미지를 생성해 영상화하는 기능 △음성을 멜로디로 변환하는 Speech-to-Song 등이 포함됐다.
아므자드 하니프(Amjad Hanif) 유튜브 부사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직접 AI를 활용해 아이디어 구상 및 시제품 제작 속도를 끌어올린 덕분에, 올해 신규 기능 수가 지난해 대비 3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AI 논란과 헐리우드 파업의 교훈
2023년 할리우드에서는 AI가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수개월간 파업이 벌어졌다. 유튜브는 이를 의식해 AI를 “도구”로 규정하며, 콘텐츠 제작자 주도권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투명성 있는 AI 활용 가이드라인과 저작권 보호 장치를 마련할 때 크리에이터·플랫폼·시청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닐슨 시청률·매출 데이터 해설
한국 독자에게 다소 낯선 닐슨은 미국 TV·스트리밍 시청률 조사 전문 기업이다. 이들이 집계한 7월 데이터에서 유튜브는 전체 스트리밍·케이블·지상파를 통틀어 13.4%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전통 강자 디즈니는 9.4%로 밀려났으며, 이는 유튜브가 광고 및 구독 수입에서 올해 600억 달러 이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알파벳은 정확한 분기별 유튜브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2024년 9월 기준 최근 4개 분기 합산 광고·구독 매출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미디어 판도 변화와 전망
전문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전통 TV보다 유튜브를 선택하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플랫폼이 방송·영화·음악·게임 등 전 영역을 통합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또한 AI-기반 번역·더빙 기술이 개선되면 글로벌 동시 배포가 더욱 용이해져, 향후 한국 크리에이터에게도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저작권 보호·가짜 뉴스 필터링·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는 유튜브가 구글의 AI 연구 역량과 막대한 현금을 활용해 규제 환경과 기술 발전 속도 사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결국 유튜브는 AI를 통해 콘텐츠 제작·유통의 장벽을 낮추고, 크리에이터가 전 세계 시청자와 직접 연결되는 생태계를 강화하려 한다. 향후 20년 동안 플랫폼의 다음 도약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전통 미디어와 신흥 디지털 플레이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