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재 실적에 소프트뱅크그룹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

도쿄 증시의 소프트뱅크그룹(TYO: 9984) 주가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깜짝 실적 발표 직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당 주식은 9일 장중 한때 14,230엔으로 전일 대비 약 13% 급등하며, Nikkei 225 지수를 2% 이상 끌어올렸다. 동시에 TOPIX 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6월 회계분기(2025 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이 4,218억 엔(약 28억 7,000만 달러)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고 밝혔다. 실적 호조의 직접적 배경은 AI 관련 투자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이다.

이 기술 투자 대기업은 엔비디아(NASDAQ: NVDA) 등 다수의 상장·비상장 AI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주식 평가이익이 분기 실적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AI 수혜 포트폴리오와 비상장 자산 가치 상승

소프트뱅크는 영국 기반의 반도체 설계사 Arm을 100% 소유하고 있어, AI 칩 수요 증가가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또 인도 안경 이커머스 업체 Lenskart 등 다수 포트폴리오 회사가 올해 안에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어서 추가적인 투자 회수 모멘텀이 예상된다.

회사는 “6월 분기 기준 비전펀드(Ⅰ·Ⅱ)의 순자산가치가 전 분기 대비 48억 달러 증가했다”며 “2021년 같은 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분기별 자산 가치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비전펀드(Vision Fund)는 소프트뱅크가 2017년부터 운용 중인 대형 글로벌 벤처·프라이빗에쿼티 펀드다. AI, 로봇, 바이오 등 미래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세계 자본시장에서 ‘초대형 테크 리스크 테이커’로 평가받는다.


시장 영향 및 분석

주가 급등은 단순 실적 서프라이즈를 넘어, 일본 증시에 ‘AI 모멘텀’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닛케이 225가 소프트뱅크 한 종목만으로 2%p 이상 상승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AI 버블 우려가 상존하지만,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한 Arm 상장 재추진, 포트폴리오 IPO 등 후속 이벤트가 주가를 추가로 부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비전펀드가 거대 규모인 만큼, 글로벌 금리 변동거시경제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평가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달러 강세→엔 약세 구도가 이어진다면 달러 자산 가치는 엔화 환산 시 확대될 수 있지만, 동시에 해외 차입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낯선 용어 설명

TOPIX : 도쿄증권거래소 1·2부 상장 전 종목을 대상으로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되는 대표 지수다. 우리나라의 코스피200과 비슷하다.

비전펀드 : 사우디아라비아 PIF, 아부다비 무바달라, 애플 등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조성된 1,0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IT·벤처 투자펀드로, 글로벌 스타트업에 후행투자를 집중한다.

Lenskart : 인도 최대 온라인 안경 커머스 플랫폼으로,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자체 브랜드를 생산·유통한다. 인도 내 빠른 중산층 확대와 온라인 소비 확대로 몸값이 급증 중이다.


기자 시각

소프트뱅크의 이번 실적은 “AI 슈퍼사이클”이라는 거시 흐름이 구체적 숫자와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연결되는 단적인 사례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큰 손’으로 통하는 손정의 회장의 투자 기조가 앞으로도 AI와 반도체 생태계에 상당한 자금 회전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2021~2022년 팬데믹 이후 기술주 급락 당시처럼, 매크로 환경 악화 시 비전펀드의 변동성이 실적으로 즉시 반영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