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이 오픈AI(OpenAI)와 체결한 수년간의 초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둘러싸고 시장의 경계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5년 9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10일(현지시간) 발표된 2026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1992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36%)을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발표한 4,550억 달러 규모의 ‘남은 수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RPO)’ 가운데 대부분이 오픈AI 한 곳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AI 수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 ‘3000억 달러 구매 약정’의 진실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는 2027년부터 5년간 오라클 데이터센터에서 3,000억 달러어치 컴퓨팅 파워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이미 오픈AI는 다른 AI·네오클라우드 프로젝트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선집행했고, 현재 연간 반복 매출(ARR)은 12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오픈AI가 그 정도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3,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이 필요하다.” — D.A. 데이비드슨 매니징디렉터 길 루리아
루리아는 오라클 주가가 연초 대비 75% 급등했음에도 ‘중립’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30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13일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이 3% 미만임을 뜻한다.
그는 오픈AI가 비영리(Non-profit) 상태인 만큼 3월에 발표한 400억 달러 조달액을 전액 수혈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분 구조가 정리되면 2026년까지는 자금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JPMorgan “고객 집중도 불투명”
JPMorgan 애널리스트 마크 머피 또한 ‘중립’을 유지하며 연말 목표주가를 270달러로 상향했다. 이는 주가가 7%가량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머피는 70% 이상이 “반복 매출”인 오라클의 안정성을 높이 평가했지만, RPO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오픈AI 외에도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이 두 건 더 있다지만, 그 금액이 40억 달러인지 100억 달러인지조차 불투명하다.” — 마크 머피
그는 *고객 집중도 위험*과 향후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매그니피센트 7’과의 현금 격차
오라클은 5월 31일 기준 현금 및 단기투자 자산이 112억 달러에 불과해, 각각 950억 달러 안팎의 현금을 보유한 MS·알파벳(구글) 등 ‘매그니피센트 7’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다만 오라클은 2025 회계연도에 58억 달러의 자유현금흐름(FCF)을 창출해 전년(3억9,4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자유현금흐름은 기업이 투자·배당·부채상환 등에 활용 가능한 순현금 창출력을 의미한다.
■ ‘AI 버블’ 논쟁 재점화
뉴욕대(NYU) 교수이자 지오메트릭 인텔리전스 창립자인 게리 마커스는 “이번 주 오라클 급등은 AI 거품의 정점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hatGPT-5의 기대 이하 성과와 오픈AI의 기술적 우위 부재를 거론하며 “3000억 달러 전액을 회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도 “AI 생태계는 모델 개발사·GPU 하드웨어 공급사·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가 과도하게 얽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라클은 칩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부채를 져야 하고, 오픈AI는 100억 달러 매출로 연간 60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감당해야 한다.” — 오피어 거틀리브, CML CEO
라자드(Lazard) 포트폴리오 매니저 샤누 매튜 역시 “AI 산업 전체가 오픈AI의 수익 창출 능력에 과도하게 레버리지돼 있다”며 ‘하우스 오브 카드’를 언급했다.
● 용어 풀이
남은 수행 의무(RPO)는 이미 체결된 계약에서 앞으로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 총액을 뜻한다. 일종의 백로그(backlog)로, 클라우드 기업의 미래 매출 지표로 활용된다.
네오클라우드(Neo-cloud)는 전통 클라우드보다 고성능 AI 학습·추론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은 구독료·유지보수료처럼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매출로,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수익원이다.
■ 전망과 과제
오라클의 단기 주가 흐름은 헤드라인 모멘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1) 오픈AI의 자금조달·현금창출력, 2) GPU 공급망 확보, 3) RPO 세부 내역 공개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AI 투자 붐이 실체 없는 과열인지, 혹은 생산성 혁신의 서막인지”를 가늠하기까지 수분기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