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수요 폭증이 촉발한 ‘원전 르네상스’…美 전력시장·원자력 생태계 10년 장기 지형도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이 초래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이 미국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가 동시다발적으로 AI 초대형 언어모델(LLM) 학습‧추론 전용 슈퍼클러스터를 증설하면서, 2030년 미국 전력총수요는 현재 대비 최대 15 ~ 20%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한다. 최근 구글과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아이오와주 ‘듀앤 아널드 에너지 센터(Duane Arnold Energy Center)’를 2029년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결정은 이러한 구조적 수요 압력과 원전의 전략적 귀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Ⅰ. 문제 제기 ‑ ‘AI 슈퍼사이클’과 전력 수급 딜레마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 년 말 기준 미국 데이터센터 군(群)의 연간 전력소비를 127 TWh(국가 전체 소비의 2.4%)로 추산한다. 그러나 生成형 AI 모델 파라미터 수가 GPT-3 (175 B) → GPT-4 (>1 T) → 차세대 모델로 팽창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2029년에는 데이터센터용 전력만 300 TWh±α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모건스탠리, 2025.9)이 제기된다.

  • GPU · AI ASIC 챕터 발열 밀도 상승 → 냉각 전력 부담 ↑
  • 추론(Inference) 빈도 폭증 → 24/365 가동률 상승
  • 재생에너지 간헐성·전력망 제약 → 베이스로드 전원 필요성 재부각

석탄 · 가스 발전은 탈탄소 규제와 EU 탄소국경조정제(CBAM) 확대, 그리고 ESG 투자 흐름으로 증설 여력이 제한된다. 태양광·풍력은 LCOE(균등화발전단가)는 저렴하지만 출력 변동성이 크다.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후보로 원자력의 귀환이 조명되고 있다.

주목

Ⅱ. 사례 분석 – 듀앤 아널드 재가동 MOU의 구조와 파급

항목 주요 내용
발전소 개요 듀앤 아널드 BWR 방식, 615 MW, 1974∼2020 가동, 아이오와주 유일 상업용 NPP
재가동 시점 2029 년 1 Q(예정) – 규제기관(NRC) 승인·안전성 평가 이후
주도 컨소시엄 넥스트에라 에너지 (발전소 소유), 구글(전력 offtaker), CIP Utility
계약 구조 ① 구글 ↔ 넥스트에라 : 24/7 CFE* PPA
② CIP ↔ 지역 전력망 : 잉여 전력 수급·재생 결합
*CFE Carbon-Free Energy ; 탄소배출 0 전원

구글은 이미 2030 년 ‘넷제로 데이터센터’ 공약을 내걸었지만, AI 클러스터 증설로 전력 파이가 예측 불가능하게 커졌다. 이에 따라 상시 베이스로드 + 탄소중립 = 원전이라는 ‘불가피한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Ⅲ. 원전 르네상스를 견인할 5가지 장기 요인

  1. AI 트래픽 기하급수적 증가
     구글 내부 추정: GPT-style 추론 전력 2024→2030 연평균 40%+ 성장. 베이스로드 수요의 상시성(스핀업·스핀다운 불가)이 원전의 경제성을 재점화.
  2. IRA (Inflation Reduction Act) 원전 PTC 연장
     2024 년 개정 §45Y 청정전력 생산세액공제: 기존 원전에 MWh당 최대 15 달러 지급.
  3.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성숙
     2024 미 NRC 최초 SMR 디자인 승인 후, NuScale · X-energy · Last Energy 투자 라운드 → CAPEX 1 GW당 45 억 $ → 30 억 $ 하락 전망.
  4. AI + Grid Edge 최적화
     원전은 가변성 0 % 출력 특성. AI-based 수요응답(DR) & 가상발전소(VPP)와 결합 시 전력망 주파수 안정성 ↑, 보조서비스 매출 ↑.
  5. 정책·안보 뉴노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UR · 리튬 · 희토류 공급망 친서방 블록화. 원전 공급사슬(연료·정비) 내재화 필요성 부각.

Ⅳ. 잠재 리스크 – 기술·정책·재무

1) 기술 안전성

• BWR 구식 설계 : 지진·기후변수 대응 설비 업그레이드 필수
• 멀웨어 공격 : IT/OT 융합 → 사이버보안 강화 비용 상승

2) 규제 및 사회 수용성

• NRC 재가동 라이선스 평균 42 개월 • 지역 주민 NIMBY •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부재

3) 재무 구조

• 금리 고점 → WACC 상승 • CAPEX 10억 달러 단위 · 프로젝트 파이낸스 구조 복잡화

주목

→ 장기 perspective: 리스크는 존재하나, AI-Data 슈퍼사이클과 IRA 인센티브 ‘이중 추진력’이 위험가중수익률(Sharpe) 개선을 덮을 가능성이 높다.


Ⅴ. 장기 투자 · 정책 인사이트

1. Utility 2.0 투자 아이디어

  • 동부 PJM 계통 :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 SMR 파일럿 (Exelon, Constellation Energy)
  • 중서부 MISO : 풍력 + 원전 하이브리드 → 원전 보조서비스 시장 조기 개방 시 업사이드
  • ERCOT(텍사스) : 태양광 과잉에 따른 낮 전력가 제로 현상 → SMR 야간 출력 매력 부각

2. 연방·주 정부 Policy Mix

  1. SMR 허가 패스트트랙 (허가 프로세스 42 → 24 개월)
  2. 데이터센터 전력계약(PPA) 투명 공시 : CFE tracing standard 도입
  3. 연방 차원의 사용후핵연료 민관 SPC 설립 – AI 기업 수요 기반 채권 발행 모델

Ⅵ. 전망 — 2035 년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전력 총수요 증가율 원전 설비용량 (GW) AI 데이터센터 CFE 비중
Base Bull Base Bull
보수(Conservative) +8% +12% 95 110 54%
중간(Balanced) +12% +17% 110 135 72%
확장(Accelerated) +17% +20% 135 170 90%

주: Base는 현재 94 GW 기설 포함, Bull은 SMR + 대형 APS(Advanced Pressurized Water) 추가 투입 가정.


Ⅶ. 결론 — “AI 시대 원전은 선택 아닌 필수”

AI 슈퍼사이클은 <전력망 용량 한계>라는 물리적 제약과 <탄소중립>이라는 정책 제약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간헐성 전원만으로는 24/365 딥러닝 팩토리의 갈증을 풀 수 없다. 구글-넥스트에라 사례가 보여주듯 원전은 ① 무탄소 ② 베이스로드 ③ 장수명이라는 세 가지 속성으로 ‘에너지-AI 연합’의 핵심 축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IRA 세제 인센티브, SMR 경제성 개선, 그리고 AI 비즈니스 모델의 현금창출력이 맞물린다면, 향후 10년 미국 전력 믹스에서 원전 비중이 다시 증가하는 ‘원전 르네상스 2.0’ 시나리오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과거의 공포’ 가 아닌 ‘미래의 수요’ 관점에서 원전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이중석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