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칼럼】 2025년을 관통한 거대한 증시 키워드는 단연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 등 초대형 테크 기업은 불과 24개월 만에 1조 달러가 넘는 현금을 데이터센터·전용 반도체·전력망 증설에 쏟아부었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S&P500을 6,800선 위로 밀어 올렸다. 투자자들은 ‘생산성 혁명’이라는 장밋빛 시나리오에 베팅한 반면, 실물경제 최전선에 서 있는 중소 사업자들은 관세·금리·전력요금 인상이라는 3중 부담을 호소한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①AI CAPEX(자본지출)의 구조적 특성, ②총요소생산성(TFP)·에너지 수급·노동시장에 미칠 장기 파급효과, ③연준·재정당국의 정책 옵션을 종합 분석하고 1년 이상을 내다본 투자·산업 시사점을 제시한다.
1. AI 투자 열풍의 현주소
① 숫자로 본 ‘빅5’ 투자 규모
- 엔비디아: 2024~2027년 자체 슈퍼컴 구축·후공정용 패키지 라인 증설 등에 1,800억 달러 CAPEX 발표
- 마이크로소프트: ‘메가 데이터센터 캠퍼스’ 프로젝트 레이니어에 2.25GW 전력용량, 투자액 1,200억 달러 배정
- 아마존 AWS: 인디애나·버지니아·호주 등 4개 지역에 10GW 규모 클러스터 건설, 2026년까지 누적 1,000억 달러
- 알파벳: TPU v7·v8 라인 증설과 ‘제미니’ 학습 전용 팜(PaLM) 설비 확충—연간 450억 달러
- 메타: Llama 4·5 학습용 데이터센터 리디자인, 2025~2027년 누적 800억 달러 계획
글로벌 AI CAPEX는 2024년 4,500억 달러에서 2028년 1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28% 증가가 예상된다(모건스탠리 추정). JP모건은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 중 1.1%p가 AI 설비투자 덕분에 추가로 확보됐다고 분석했다.
② CAPEX의 편중 구조—‘파워 5 > 나머지 전 세계’ 공식이 확립됐다. 상위 5개사가 글로벌 AI 물리 인프라의 77%를 소유·통제한다. 이는 규모의 경제·네트워크 효과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에너지·토지·인력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위험도 내포한다.
2. 생산성·총요소생산성(TFP) 논쟁
① 노동생산성과 TFP 간 괴리
CIBC 에이버리 셴펠드 수석이코노미스트 보고서를 보면, AI 도입으로 기업 내부 노동생산성은 즉시 개선될 수 있지만, 자본·에너지·원자재까지 모두 고려한 총요소생산성 상승은 불확실하다. 다음 식을 보자.
TFP ≒ (산출/노동·자본·에너지·원재료 투입)
AI 서버 한 대의 학습·추론 전력은 최대 5kW, 냉각 포함 10kW에 달한다. 10GW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면 美 매사추세츠주 주택 전체 연간 전력소비와 맞먹는다. AI 전력 수요→전기요금 상승→산업 전반의 에너지 비용 분담이라는 ‘간접 비용’이 TFP 상승폭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논리다.
② 기회비용의 관점
GDP·고용에 더 빠른 효과를 주는 교량·철도·병원·학교 투자가 AI로 대체될 때 사회적 순편익이 플러스일지 음수일지는 미지수다. 브루킹스연구소는 ‘AI 투자 1달러당 파생 GDP 기여도’를 0.62달러로 추정했다(도로·항만 0.93달러 대비 낮음).
3. 에너지·환경 리스크—‘전력·물·탄소’ 삼중 부담
① 전력망 스트레스 테스트
| 연도 |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GW) | 미국 전체 전력수요 대비 | 
|---|---|---|
| 2023 | 2.1 | 1.5% | 
| 2026E | 11.3 | 7.8% | 
| 2030E | 22.0 | 14.5% | 
출처: EIA, Bernstein 계산
전력망 투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병목(blackout) 위험이 커진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2027년부터 동부 PJM 전력계통이 여름 피크 수요를 6% 초과해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② 냉각용 물 사용 & 탄소배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GW는 연 평균 1억2,000만 갤런의 냉각수를 증발시킨다. 서부·남부 가뭄 지역에 센터가 집중될 경우 물분쟁 물가 발생 가능성이 있다. 탄소 배출 측면에선 태양광·풍력 기반 RE100 계약이 증가하지만,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가격 상승으로 전력요금 부담이 전가될 여지가 있다.
4. 연준·재정당국의 고민
① 연준(Fed)
연준은 10월 FOMC에서 25bp 추가 인하 및 QT 중단이 유력하다. 긴축 피로도를 완화해 중소기업·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AI에 기인한 설비투자 호황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비화할 경우 정책 스탠스가 흔들릴 수 있다.
② 재정당국
바이든 행정부는 ‘IRA+CHIPS 법’로 반도체·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 세액공제를 약속했다. 재정적자 GDP 대비 비율은 2024년 7.3%→2026년 6.9%로 소폭 개선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AI 전력 인프라 관련 주·연방 보조금이 적자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5. 산업·투자 시사점 (2025~2027년)
① 전력·송배전 설비주
- 얼라이언트 에너지(LNT)
 —데이터센터 수요 지역(아이오와·위스콘신) 전력 증설 CAPEX 발표
 —UBS 목표주가 79달러, P/E 18배로 전력 유틸리티 평균 15배 대비 프리미엄 정당화
- 퀴노바(Quinova Transmission)
 —HVDC(초고압 직류) 케이블 수주잔고 3년치 확보, 미국 인플라 감세법(IRA) 세액공제 수혜
② 리튬·희토류 공급망
앨버말(ALB), 피드몬트 리튬(PLL) 등 미국·호주계 업체는 중국 공급 리스크 재부상이 낳은 리튬 가격 반등의 직접적 수혜. 단, 메탈 가격 변동성이 높아 롱–숏 스프레드 전략 권장.
③ AI 반도체·FPGA
AMD·인텔이 FPGA+CPU 이종(heterogeneous) 아키텍처로 틈새를 공략 중. 다만 엔비디아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존재하나, 수요 시점·소프트웨어 생태계 의존도가 변수.
④ ‘소외 섹터’로 이동하는 스마트 머니
- 소비재(프라이빗 브랜드 확대), 저평가 배당주(전통 금융·정유)로 자금 일부 이동
- ETF 측면에선 RSP(S&P Equal Weight)·SPLV(S&P Low Volatility)가 상대 강세 전환 조짐
6. 결론
AI 열풍이 단기간 증시를 밀어 올리고 GDP 헤드라인을 돋보이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대한 CAPEX·에너지·금융 비용이 장기총요소생산성(TFP)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연준·재정당국은 ①전력망 확충, ②친환경 에너지 공급, ③노동 전환 교육이 동반되지 않으면 ‘AI 디바이드’가 경기와 분배 구조를 왜곡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투자자는 ‘성장 서사’에만 매몰되기보다 인프라·원자재·소외 가치주로 시야를 넓혀 ‘두 번째 순환’을 대비해야 한다. 엘리트 불마켓의 다음 1년은 여전히 상방이 열려 있지만, 그 혜택은 전력코드가 꽂힌 기업과 유연하게 비용을 흡수한 기업으로 집중될 것이다.
(작성자: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