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해저 케이블 전쟁’: 2030년까지 미국 증시·경제를 좌우할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흥망

AI 시대 ‘해저 케이블 전쟁’: 2030년까지 미국 증시·경제를 좌우할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흥망

이중석 |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 이상은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AI 대전(大戰)이 본격화한 2025년, 해저 케이블은 더 이상 통신사 전용 설비가 아니다.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웹스케일(초대형) 기업이 직접 ‘해저망(海底網)’을 깔며 데이터센터를 초대륙적으로 메쉬(mesh)화하는 중이다. 이 글은 최근 2년간의 뉴스·데이터를 종합해, 해저 케이블이 왜 미국 주식·경제의 장기 변수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인지, 그리고 투자·정책 측면에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1) 데이터로 본 현황: 인터넷의 뼈대, 이제는 AI의 동맥

디지털 경제의 심장은 데이터센터이고, 그 심장을 잇는 동맥은 해저 케이블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국제 통신의 95%+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총 연장은 약 100만 마일에 달한다. 위성은 보완재일 뿐 대체재가 아니다. 위성은 지연(latency)·용량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실시간·대용량 처리를 요구하는 오늘의 인터넷–그리고 내일의 AI–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주목

투자 사이클도 가팔라졌다. 업계 데이터(텔리지오그래피·CNBC 인용)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은 약 13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 배다. 단순 트래픽 증가가 아니라, AI 학습·추론이라는 초대형 트래픽이 ‘북미–유럽–아시아–중동/아프리카’의 다극 허브를 고속·저지연으로 촘촘히 연결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AI와 해저 케이블
출처: CNBC, “How a million miles of undersea cables power the internet — and now AI”

2) AI가 바꾼 수요 함수: ‘컴퓨트 10배’가 부르는 초대륙 연결의 시대

모건스탠리는 최근 리서치에서 프런티어 모델 학습에 투입되는 컴퓨트가 약 10배로 늘고 있으며, 확장법칙이 유효하다면 모델 ‘지능’은 2배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능 도약은 단순히 GPU 수요를 키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모델 학습–검증–배포 전체 파이프라인을 대륙 간 연결해야 하는 요구를 급격히 끌어올린다. 같은 이유로, 해저 케이블은 AI 인프라의 필수 모듈로 승격됐다.

메타는 프로젝트 워터워스(Project Waterworth)를 공개했다. 총 길이 약 5만km(3.1만 마일)의 세계 최장 해저 케이블로, 5개 대륙을 연결한다. 아마존은 첫 단독 케이블 패스트넷(Fastnet)을 발표했다. 미국 메릴랜드 동부 해안–아일랜드 코크를 잇고, 용량은 320Tbps+로 동시 HD 영화 1,250만 편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구글은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을 잇는 솔(Sol) 등 30개 이상에 투자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글로벌 경로를 보강 중이다.

아마존 패스트넷
출처: CNBC, “Amazon is building Fastnet, its first solo subsea cable project”

“AI는 해저 인프라 수요를 증가시킨다…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연결성 없이는 그저 값비싼 창고일 뿐이다.” — 메타 네트워크 투자 담당 부사장 알렉스 에임

요약하면 AI의 수직(BOM: GPU·HBM·전력·냉각)뿐 아니라 AI의 수평(케이블·전송·라우팅·해저랜딩)이 동시에 증설돼야 한다. 이 ‘수평 축’이 바로 해저 케이블이다.

주목

3) 누가 주도하는가: 통신사에서 웹스케일 기업으로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 영업총괄은 “최근 10년간 메타·구글·아마존 같은 웹스케일 기업이 시장의 50%를 차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통신사 중심 생태계는, 초대형 데이터센터–클라우드–콘텐츠 배급을 겸하는 빅테크 중심 생태계로 축이 이동했다. 이는 미국 증시에도 장기적 시그널이다. AI CAPEX를 둘러싼 투자전선이 ‘GPU–메모리–전력’에서 ‘해저 케이블–랜딩 스테이션–국제 백본’으로 확장되며 밸류체인 수혜군이 넓어진다.

한편, AI CAPEX 급증을 지지하던 거시 ‘완화’ 환경은 관세·금리·정책 리스크와 교차한다. 모건스탠리는 관세의 전면적 효과가 향후 분기에 경제 전반으로 관통될 것이란 소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CAPEX 방향성 자체는, AI로 인한 효율·수요 탄성으로 중장기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 이 과정에서 승자–패자 구도가 더 분명해질 뿐이다.

4) 리스크의 해부: ‘절단’과 ‘안보’의 그림자

해저 케이블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절단이다. 2025년 9월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 성능 저하와 지연이 관측됐다. 과거 통가 사례처럼, 단일 노선 혹은 소수 노선 의존 지역에서의 절단은 금융거래·전자상거래·통신의 동시 마비를 부를 수 있다. 대체 경로로 우회해도 지연은 증가하고, 서비스 품질(QoS) 저하는 불가피하다.

둘째는 의도적 파손(안보) 이슈다. 레코디드 퓨처발트해·대만 주변에서 2024~2025년 의심 사례가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국–대만 등 지정학적 긴장고조와 보조를 맞춘 패턴이다. NATO는 2025년 1월 ‘Baltic Sentry’ 작전을 발동해 드론·항공기·수중/수상함정으로 발트해 해저 인프라 감시를 강화했고, 이후 케이블 절단 보고가 없었다. 공격과 사고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정책·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셋째는 공급망·규제다. 미국 FCC는 화웨이·ZTE 등 ‘의심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중국·러시아와 직접 연결하는 케이블 구축을 사실상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7월에는 하원 의원들이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중국 연계 유지보수업체 사용 여부를 질의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중국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규제 환경은 허가·착공·운영의 리드타임과 비용을 높인다.

미 하원 질의서
미 하원 질의서 사본(공개 자료)

5) 경제·산업 파급: 미국 증시의 중장기 포지셔닝

해저 케이블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이기에, 가격 발견이 느리고 종종 저평가된다. 그러나 AI 빅사이클은 이 영역을 핵심 팩터로 끌어올렸다. 투자자 관점에서 파급은 세 갈래다.

  • 제조·시공·유지: 케이블 제조(광섬유·파장분할·증폭기)·포설선(敷設船)·랜딩 장비·해저 중계기 등. 글로벌 플레이어(ASN·SubCom·NEC 등), 부품(광섬유·광증폭·해저전원)을 공급하는 소재·장비업체, 케이블 수리·유지 부문.
  • 클라우드·콘텐츠: 메타·아마존(AWS)·구글·MS는 직접 소유 모델로, CAPEX 확대의 2차 수혜가 국제 백본·국경 간 데이터 교환·국가별 IX(Internet Exchange)로 확장된다.
  • 보안·정책·보험: 케이블 리던던시(이중화)·다중 경로 설계·수리선 확보·감시 시스템 수요 증가. 사이버·물리 보안 결합형 솔루션, 사고·테러 리스크를 반영한 보험·재보험 프라이싱 재편.

한편 위성 통신은 저지연·대용량 측면에서 해저망을 대체하지 못하지만, 재난·절단 리스크 국면에서 보완 수단으로 중요성이 올라간다. 이원화(해저+위성)는 정책적으로도 회복탄력성(Resilience) 프레임의 핵심 축이 된다.

6) 시나리오 플래닝(2025~2030): 기준·상방·하방

시나리오 핵심 가정 케이블 투자/용량 미국 증시 파급
기준(Baseline) 프런티어 모델 학습 컴퓨트 5~7x 증가, 빅테크 CAPEX 고원(plateau)화 후 완만한 상승. FCC 심사 정례화, 발트해·홍해 리스크 관리 정착. 텔리지오그래피 추정치 근접(‘25~’27년 130억 달러). 대서양·태평양·인도양 3축 증설. 웹스케일·네트워크·광부품 ‘퀄리티 프리미엄’ 유지. 보안·감시 솔루션 점진 수혜.
상방(Upside) 컴퓨트 10x+ 지속, AI 상용화가 생성·요약을 넘어 실시간 에이전트·비전·로보틱스로 확장. 노선 다변화 가속, 중동·아프리카 허브 부상. ‘25~’30 누적 투자 추정 초과, 신규 루트 급증(대서양 2중화·삼중화, 미–남미·인도 루트 강화). 해저·광자·전송 장비 멀티플 리레이팅. 데이터센터 REIT–전력–네트워킹 동시 재평가.
하방(Downside) 지정학 충돌로 의도적 파손·허가 지연 빈발. 관세·금리·정책 불확실성으로 CAPEX 디플레이션, AI 투자 속도 둔화. 투자 집행 지체·리드타임 연장, 일부 지역 단일 노선 의존 고착. 클라우드·네트워크 섹터 밸류에이션 압축. 보안·보험 가격 상승, 리스크 회피형 회귀.

7) 사례 분석: 홍해 사건과 발트해 ‘Baltic Sentry’가 남긴 것

홍해 케이블 절단은 글로벌 트래픽 우회의 현실적 비용을 보여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우회로를 통해 장애를 완화했지만, 아시아–중동 이용자 지연이 증가했다. 이는 ‘단일 경로 의존’의 취약성을 실증한다. 반대로 발트해에선 NATO의 Baltic Sentry가 케이블 보호에 실효적임을 보여줬다. 공역·수역 전반의 멀티 레이어 감시가 해저 인프라 안정성의 전제임을 확인한 셈이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① 허가–착공–운영의 원스톱 절차 설계(리드타임 단축), ② 표준·인증을 통한 장비 신뢰성 제고(의심 장비 배제), ③ 동맹 간 공동투자·정보공유로 지정학 리스크 분산. 미국–EU–일본–대서양–인도양 축의 정책 공조는 CAPEX 효율을 높이고, 해상 교란 리스크를 줄인다.

8) 거시·정책 맥락과의 결합: CAPEX, 관세, 노동·기술

AI CAPEX의 거시 파급은 이중적이다. CAPEX는 단기 GDP에 기여하지만, 관세·금리·규제 불확실성은 체감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관세가 AI 붐의 거시 파급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해저 케이블 투자는 생산성 인프라로 축적되며 장기 총요소생산성(TFP)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인력·기술 측면에서는 케이블 포설선·수리선·해양공학 인력 병목이 비용을 밀어올릴 수 있어, 인력 파이프라인을 미리 확충할 필요가 있다.

9) 투자 관점 프레임워크: 체크리스트 10

  1. 케이블 길이·용량 공시: 메타 Waterworth, 아마존 Fastnet, 구글 Sol 등 신규 루트 및 Tbps 공지 빈도.
  2. 클라우드 CAPEX 가이던스: 메타·아마존·구글·MS의 연간 CAPEX, 해저·전송 비중 언급.
  3. 장애 리포트: 홍해·발트해·대만·남중국해 등 지정학 리스크 해역의 장애 빈도.
  4. FCC·해양감시 정책: 라이선스 심사 강화/완화, 의심 장비 배제 가이드라인.
  5. 랜딩 스테이션: 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 등 환승 허브 투자 증가 여부(중간 노드의 부상).
  6. 광부품 사이클: 광섬유·증폭기·파장분할(DWDM) 단가·리드타임 추세.
  7. 보험·재보험 요율: 케이블 파손 리스크 프라이싱 변화.
  8. 위성 보완도: 재난·절단 시 위성 백업 연결 실제 활용도(대체/보완의 비중).
  9. 포설·수리선 가동률: 함대(艦隊) 가동률·신조선 발주 지표.
  10. 표준·보안 인증: 랜딩 장비·중계기의 보안 인증 체계 성숙도.

10) 독자 Q&A: 왜 지금 해저 케이블인가

Q1. 위성과 5G는 대체재가 아닌가
아니다. 위성은 지연·용량의 물리 한계가 있다. 5G는 ‘라스트마일’에 해당하고, 대륙 간 ‘백본’은 해저가 담당한다. 결국 해저–백본–IX–5G/와이파이의 통합이 핵심이다.

Q2. 절단 리스크는 어떻게 해소하나
다중 경로 설계와 조기 탐지·신속 수리가 현실적 해법이다. 발트해의 Baltic Sentry처럼 상시 감시가 사고·공격 모두에 억지력을 준다.

Q3. 미국 주식 포지셔닝의 핵심은
단기에는 웹스케일–네트워크–광부품의 퀄리티 프리미엄과 보안·감시·보험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동시에 작동한다. 장기에는 표준과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 리던던시 설계를 선도하는 사업자에게 지속 초과수익이 쌓일 수 있다.

11) 결론: 해저를 선점하는 자가 AI를 지배한다

AI는 GPU의 게임이자, 연결성의 게임이다. 프런티어 모델의 경쟁은 모델 파라미터·토큰 수를 넘어, 대륙과 해역을 가르는 물리적 인터넷의 경쟁으로 옮겨갔다. 메타의 워터워스, 아마존의 패스트넷, 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투자 가속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홍해의 장애와 발트해의 보호작전은 ‘안정적 연결’의 경제·안보 가치를 실증했다.

미국 주식과 경제의 관점에서, 해저 케이블은 2030년을 향한 장기 핵심 변수다. 투자자는 CAPEX의 방향성과 리스크 프라이싱의 변화를 주시해야 하고, 정책은 허가–표준–감시–동맹 공조로 리드타임·비용·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결론은 명료하다. 해저를 선점하는 자가 AI를 지배한다. 이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앞서는 국가·기업만이, 생산성과 부(富)의 새로운 물결을 선도할 것이다.


참고 기사·자료(본문 반영): 메타·아마존의 해저 케이블 투자(CNBC), 홍해 케이블 절단으로 인한 애저 장애(CNBC), NATO ‘Baltic Sentry’ 감시 강화(CNBC), FCC의 안보 심사 강화·하원 질의서(공개 PDF), 모건스탠리의 AI 컴퓨트 10x 논의(인베스팅닷컴 보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