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해저 케이블 대전: 2030년까지 누가 데이터의 바닷길을 지배할 것인가 — 투자·안보·규제의 3중 파고
전 세계 국제 데이터와 음성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 통신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총 연장 약 100만 마일의 이 보이지 않는 인프라는 정부 통신, 금융결제, 스트리밍, 전자상거래, 그리고 지금은 인공지능(AI) 학습·추론까지 뒷받침하는 디지털 경제의 골격이다.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투자만 약 130억 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웹스케일(Big Tech) 기업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바닷길 주도권’을 재편하고 있다. 본 칼럼은 2030년을 넘어서는 장기 관점에서 해저 케이블 인프라의 구조적 변화를 투자, 안보, 규제의 세 축으로 분해·통합 분석하고,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함의를 정량·정성 결합 프레임으로 제시한다.
1) 왜 지금 해저 케이블인가: AI·클라우드의 ‘숨은 병목’
AI 확장 국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반도체(GPU·ASIC), 데이터센터, 전력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간 초고속·저지연 연결성(connectivity)이 확보되지 않으면,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 메타는 5개 대륙을 잇는 총 5만km(31,000마일) 규모의 단독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워터워스)를 가동했고, 아마존은 미 동부-아일랜드를 잇는 320Tbps급 패스트넷을 발표했다. 구글은 솔(Sol) 등 30개 이상 케이블에 투자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적극적이다. 웹스케일 플레이어가 전체 발주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현재의 지형은, AI·클라우드 트래픽이 전통 통신사 중심의 설계·투자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음을 방증한다.
숫자는 이를 뒷받침한다. 텔리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는 약 130억 달러가 집행되어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 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UBS는 글로벌 AI 설비투자가 2026년 5,710억 달러를, 2030년 총지출이 1조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AI 토큰 소비가 18개월간 130배 증가했다는 내부 지표(구글)와, 대형 플랫폼의 ‘메가딜’(예: 오픈AI-아마존 380억 달러 계약, MS의 IREN 용량 확보)은 연산 수요뿐 아니라, 대륙 간·대륙 내 데이터 이동량의 장기적 상향 안정화를 시사한다. 요컨대, AI의 성쇠는 전력과 반도체에서 시작되어 ‘연결성’에서 완성된다.
2) 안보 리스크의 실체: 의도적 절단과 회복탄력성(R)”
해저 케이블은 상업 시설이지만 전략적 기반시설로 분류된다. 홍해에서의 연쇄 절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라우팅 지연을 야기했고, 발트해와 대만 해역에서도 의심사례가 늘었다. 실제 손상은 상당수가 어로·투묘(닻) 사고 같은 우발 요인이지만, 러시아·중국의 ‘회색지대’ 활동 가능성에 대한 서방 정보·보안 커뮤니티의 경계는 높다. NATO의 발틱 센트리 작전(드론·항공기·수중·수상함정 감시) 가동 이후 2025년 1월 말부터 발트해 절단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은 적극적 감시·억제의 효용을 방증한다.
안보 리스크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함의를 갖는다. 첫째, 다중 경로·다중 상륙 설계가 표준화되며 중복(리던던시) 확보를 위한 CAPEX가 증가한다. 둘째, 복원력(BC/DR) 요건이 강화되어 대체 경로 확보·자동 우회·지연 최적화 알고리즘 투자 수요가 커진다. 셋째, 특정 해역(발트해, 타이완 주변, 홍해 등) 리스크 프리미엄이 프로젝트 IRR과 조달금리에 반영된다. 넷째, 케이블 수리선·부품·전용 보험시장의 수요가 구조화된다. 안보 리스크는 단기 변동성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수가 되어 ‘해저 인프라 CAPEX의 바닥’을 올려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 규제의 파고: FCC 심사 강화와 데이터 주권
미국 FCC는 중국·러시아 연계 장비·사업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며, 화웨이·ZTE 등 ‘스파이 장비’의 해저망 투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미 하원은 빅테크 4사(메타·아마존·구글·MS) CEO에게 중국 연계 케이블 유지보수 사용 여부를 질의했고, 기업들은 대체로 관련 협력 부인을 명시했다. 유럽은 다른 각도에서 규제 파도를 일으킨다. EU는 주권 클라우드·AI 기가팩토리 투자(총 2,000억 유로 규모, GPU 10만개 이상급 팩토리 건설 등)와 데이터법·GDPR 준수를 앞세워 데이터의 위치·접근·처리를 ‘유럽 관할’로 묶는 구조를 설계 중이다. 이 흐름은 케이블 라우팅·랜딩 스테이션 입지, 계통 혼잡·허가 리드타임, 규제 비용(컴플라이언스 CAPEX/OPEX)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면, 미·EU는 상이한 규제 배경(안보 vs. 주권)에서 출발하지만, 결과적으로 데이터 트래픽의 지역화를 가속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서양·태평양 횡단 케이블 분할, 북미-라틴·아프리카 연계, 유럽 내-아웃바운드 분기 등 복수의 ‘거점 라우팅 허브’ 출현을 촉진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지역별 정책 신호는 규제 프리미엄(혹은 디스카운트)을 통해 사업자 멀티플에 차등을 만든다.
4) 미국 주식·경제에의 장기 함의: 승자와 과제
4-1. 수혜 업종·종목 축
- 웹스케일 클라우드: 메타·아마존(AWS)·구글·MS. 해저 케이블 자산의 직접·공동 소유, 용량 선점·지연 최소화로 AI/클라우드 QoS 경쟁에서 규모의 경제 강화. CAPEX는 현금흐름을 일시 압박하나, 높은 유틸라이제이션과 플랫폼 록인으로 회수 가능성 높음.
- 광전송·DCI(데이터센터 인터커넥트) 밸류체인: 시에나(CIEN), 인피네라(INFN), 루멘텀(LITE), 코히런트(COHR), 브로드컴(AVGO), 마벨(MRVL) 등. 초장거리·해저 구간 및 대용량 WDM, Coherent 광모듈, DSP 솔루션 수요 추세적 증가.
- 섬유·케이블/설치: 미국 상장 SubCom(비상장 계열) 등 직접 노출은 제한적이지만, 코닝(GLW) 등 광섬유 소재의 중장기 수혜 파이프 존재. 일본·유럽 상장사(ASN-노키아 계열, 프리즈미안 등)와의 경쟁·협업 구도 주시.
- 캐리어 중립 데이터센터·케이블 랜딩 스테이션: 이퀴닉스(EQIX), 디지털리얼티(DLR). 해저 케이블 랜딩과 장거리 백홀의 ‘캠퍼스형 집적’은 트래픽 집산·피어링 경제성을 통해 지속적인 테넌트 다변화 유리.
4-2. 중립·경합 축
- 통신 캐리어: 역사적으로 케이블 컨소시엄 주도권을 빅테크에게 넘긴 만큼, 구조적 약세. 다만 지역 규제·접속 의무·도메스틱 백홀에서 협상력 일부 유지. 라스트마일과의 번들링 경쟁력에 향후 해저-육상 통합 패키지 제안이 관건.
4-3. 리스크 축
- 규제·안보 변동성: 미-중/대만해협/홍해 지정학 사건이 라우팅 리스크를 상시화. 특정 해역 노선의 수리·우회 빈발은 비용·SLA 리스크로 회귀.
- CAPEX 사이클 과열: 2026~2030년 AI CAPEX가 가팔라지는 동안, 동시다발적 케이블 착공이 공급과잉·IRR 하방 요인이 될 수 있음. 다중 경로 표준화로 희석.
- 기술 전환 리스크: 차세대 광모듈/코히어런트 DSP 세대교체 주기에서 재고·가격 압박. 개방형 광전송(Disaggregated) 확산은 일부 벤더 마진에 부담.
5) 시나리오 플래닝: 2026~2035
| 시나리오 | 주요 가정 | 해저 케이블 영향 | 미국 주식·경제 함의 |
|---|---|---|---|
| Base(확장 지속) | AI CAPEX 25~30% CAGR, 규제 안정적 관리, 사건 빈발 제한 | 신규 노선 다변화·중복성 강화, 용량/지연 지표 개선 | 웹스케일·광통신·DCI 지속 초과수익, DC REIT 안정적 성장 |
| Upside(초과확장) | AI 토큰 소비·상용화 수익 고성장, 유럽 주권 클라우드 동조 | 대서양·태평양 동시 증설, 랜딩 스테이션·백홀 투자 급증 | 밸류체인 멀티플 리레이팅, CAPEX 대비 현금흐름 가시성↑ |
| Downside(충격) | 대만해협·홍해 등 주요 케이블 대규모 절단, 강경 규제 | 대체 라우팅 병목·지연 급증, 보험·수리비용 급등 | 트래픽 민감 업종 변동성 확대, 회복탄력성 투자·규제비용 증가 |
6) 모니터링 KPI: 신호를 앞서 읽는 방법
- 용량/속도: 신규 케이블 총 Tbps, 점유율(웹스케일 vs. 캐리어), 평균 라운드트립 지연(RTT)
- 신뢰성: 케이블 절단/우회 건수, 평균 복구시간(MTTR), 수리선 가용성
- 규제: FCC 승인·거부·조건부 승인 추이, EU 데이터 주권 관련 케이블 정책 변화
- 자본: 케이블 컨소시엄 조달금리, CAPEX/IRR 민감도, 보험프리미엄 추세
- 밸류체인 실적: 광통신 벤더 수주잔고, 리드타임, 가격/마진(세대교체 국면 체크)
7) 시장 구조의 장기 재편: 3가지 거시 동학
7-1. 지역화(Localization)의 제도화
미국의 안보 심사와 EU의 데이터 주권은 서로 다른 레토릭이지만, 트래픽의 지역화를 공통 분모로 만든다. 북미-유럽-아시아 간 ‘대양 횡단’ 허브는 유지하되, 역내 케이블·랜딩 스테이션·백홀 집적이 강화되는 구조다. 이는 지역 경기 변동과 규제 속도에 따라 케이블 IRR의 지역 간 차등을 낳는다.
7-2. CAPEX의 ‘바닥’ 상승
다중 경로 표준화·복원력 요건·규제 컴플라이언스는 전체 프로젝트 원가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한다. 이는 사이클 다운 국면에서도 CAPEX 급감이 제한될 가능성을 의미하며, 대형 벤더·EPC의 가동률 유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7-3. 웹스케일의 수직화
해저-랜딩-백홀-DCI-데이터센터를 수직 통합하는 플레이어가 QoS와 원가경쟁력을 동시 확보한다. 이는 플랫폼 록인을 강화하고, 통신 캐리어의 역할을 지역·접속영역으로 한정시키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8) 반론과 리스크 밸런싱: 위성·LEO가 대체할 수 없는가
LEO(저궤도) 위성은 재난 복구·외딴 지역 접속·특정 국지 트래픽 흡수에 유용하나, 대규모 AI/클라우드 트래픽의 대양 횡단 백본을 대체하기에는 지연·용량·원가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실무적으로 위성은 해저 케이블의 ‘보험’이자 니치이며, 케이블은 백본의 ‘본체’로 남는다. 2030년 전후 도래할 차세대 광모듈·장거리 코히어런트 기술(>1.6T 시대) 진화는 해저망의 지위 유지·강화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한다.
9) 투자 전략: ‘바닷길’의 선별적 동승
장기 포지셔닝은 세 갈래다. 첫째, 플랫폼(메타·AMZN·GOOGL·MSFT): CAPEX 사이클 변동성을 수반하지만, 해저망 자산화가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진정한 초과이익을 만든다. 둘째, 광통신 밸류체인(CIEN/INFN/LITE/COHR/AVGO/MRVL): 세대교체 주기·재고리스크를 고려하되, 장기 수요곡선은 우상향이다. 셋째, 중립 데이터센터(EQIX/DLR): 랜딩·백홀·피어링 ‘캠퍼스’ 집적을 활용한 구조적 수요가 지속된다. 단, 규제·안보 리스크의 사건 변동성은 항상성 프리미엄을 요구하므로, 개별 노출도를 분산하고, 사이클 상단의 멀티플 확장을 경계하는 ‘규율 있는 매수’가 필요하다.
10) 결론: 해저 케이블은 AI 경제의 ‘수은주’다
AI·클라우드 경제의 온도는 해저 케이블에서 먼저 오른다. 2025~2027년 130억 달러 투자, 웹스케일 50% 지배, 메타·아마존의 단독 프로젝트, FCC의 심사 강화, NATO의 감시, EU의 데이터 주권은 서로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구조 변화를 구성하는 퍼즐 조각이다. 미국 주식·경제 관점에서 이는 세 가지를 뜻한다. 첫째, AI CAPEX 사이클의 지속성과 함께 해저망 CAPEX의 하방이 견조해 밸류체인 수요 곡선이 장기적으로 완만한 우상향을 그린다. 둘째, 안보·규제 리스크는 사건형 변동성을 키우지만, 동시에 복원력 투자를 촉진해 총수요의 ‘바닥’을 높인다. 셋째, 데이터 주권은 트래픽 지역화를 통해 다중 거점·다중 경로 표준을 만들며, 미국·동맹권 자본·정책·기술 동맹의 중요성을 강화한다.
장기 투자자는 ‘보이지 않는 바닷길’을 보아야 한다. GPU·전력만 보아서는 AI의 미래를 설명할 수 없다. 데이터는 흘러야 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 흐름은 바다 밑에서 결정된다. 향후 10년,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투자·안보·규제의 3중 파고를 선별적으로 타는 자가, AI 경제의 진정한 초과수익을 거둘 것이다.
부록: 체크리스트 요약
- 용량: 신규 케이블 Tbps, 웹스케일 점유율
- 신뢰성: 절단 발생·복구시간, 대체 라우팅 성능
- 규제: FCC 결정, EU 데이터 주권 정책
- 자본: 컨소시엄 조달금리, 보험료·수리선 가용성
- 밸류체인: 광모듈·DSP 세대교체 주기, 벤더 수주잔고·마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