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바다 밑 ‘실크로드’: 해저 케이블이 미국 증시·경제를 재편할 5~10년의 시나리오

요약: 왜 지금 ‘해저 케이블’인가

AI 컴퓨팅 사이클이 전례 없이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5%+를 운반하는 해저 통신 케이블이 미국 증시·경제의 중장기(5~10년)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1) AI·클라우드의 초대형 데이터 이동 수요, 2) 빅테크의 직접 소유·투자 모델 급증, 3) 지정학·안보 리스크의 구조적 상향이라는 3대 추세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최근 보도에 제시된 객관적 수치와 사건을 토대로, 해저 케이블이 향후 미국 자본시장의 밸류체인·리스크 프리미엄·규제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를 정량·정성 양면에서 분석한다.


1) 데이터로 보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실체

  • 트래픽 비중: 국제 데이터·음성의 95% 이상이 위성이 아닌 해저 광섬유를 통해 이동한다(총 연장 약 100만 마일).
  • AI 수요의 폭증: UBS는 글로벌 AI 설비투자(capex)2026년 5,710억 달러에 달하고, 2030년 누적 1.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상향 전망했다. 구글·메타의 토큰 소비와 컴퓨트 수요 급증이 가시화된 점이 근거다.
  • 투자 사이클: 텔리지오그래피는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투자액이 약 130억 달러로, 직전 3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요컨대, AI가 데이터센터 내부의 가속기와 전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륙 간·대양 횡단의 ‘데이터 파이프라인’ 문제라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미국 경기의 디지털 생산성, 자본배분, 안보 프리미엄에 동시에 관여한다.


2) 빅테크의 ‘직접 소유’ 전환: CAPEX·거버넌스가 바뀐다

전통적으로 통신사 중심이던 해저 케이블 생태계는 지난 10년 사이 웹스케일 플레이어(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로 축이 이동했다. 업계 1위 설치사인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는 웹스케일 기업들이 전체 수요의 약 50%를 차지한다고 평가한다. 최근 사례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주목
  • 메타 ‘프로젝트 워터워스’: 총 연장 5만 km(세계 최장급) 규모의 단독 소유 케이블 네트워크. 5개 대륙을 잇는 ‘바다 밑 실크로드’ 구축으로, AI·클라우드 트래픽의 자체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 아마존 ‘패스트넷(Fastnet)’: 미국 메릴랜드–아일랜드 코크를 잇는 단독 케이블. 용량 320Tbps+(동시 HD 영화 1,250만 편 스트리밍에 해당)로 공개됐다. AWS는 위성 대비 지연시간·비용·처리량에서 해저의 절대우위를 강조했다.
  • 구글 ‘솔(Sol)’: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을 잇는 신규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해저 인프라를 확대하는 한편, 홍해 절단 사태를 겪으며 우회·복구 역량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 흐름은 미국 증시에서 밸류체인 재평가로 이어진다. 과거엔 통신사·국가 컨소시엄 중심의 공공재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빅테크의 전략자산(Strategic Asset)으로 편입되며, CAPEX의 직접 통제, 보안·규제 준수의 내재화, 운용 데이터의 폐곡선이 강화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1) 상면·전력과 더불어 해저 광섬유가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으로 부상하고, (2) IRR과 위험조정 수익이 케이블–데이터센터–전력망을 묶는 복합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결정됨을 뜻한다.


3) 리스크의 정체: 절단 사고, 지정학, 규제

3-1. 물리적 리스크: 사고와 수리의 시간

  • 홍해 절단(2025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장애·지연이 발생했다. 우회로로 복구했지만 아시아·중동 사용자들의 성능 저하가 관측됐다.
  • 통가 단절: 화산 분화로 유일한 케이블이 끊기며 외부와의 연결이 일시 상실됐다.

현실적으로 케이블 손상의 다수는 어로·투묘 사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도적 파손 정황에 대한 의심도 쌓이고 있다. 발트해·대만 주변에서 ‘우발’로 보기 어려운 패턴이 늘었다는 민간 보안 연구기관의 관찰은 예사롭지 않다.

3-2. 군사·안보 대응: 감시와 억지

  • NATO ‘Baltic Sentry’: 발트해 케이블 연쇄 절단 이후 드론·항공기·수중·수상함정을 동원한 감시·보호 작전 개시. 이후 해당 해역에서의 사고 보고는 사실상 멈췄다.

이는 정보·감시·정찰(ISR)의 그레이존(Gray Zone) 충돌 대응이 민간 디지털 인프라까지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 관점에선, 해저 케이블 업체·운영자에 대한 보험료, 운영비(OPEX), 규정 준수비용 상승과 같은 리스크 프리미엄의 구조적 상향을 직시해야 한다.

3-3. 규제 리스크: FCC·의회의 시선

  • FCC 심사 강화: 중·러 등의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과 적대국을 직접 연결하는 케이블 구축을 제한·차단하는 조치가 강화됐다. 화웨이·ZTE 등 의심 장비의 사용은 금지되는 흐름이다.
  • 의회 질의: 미 하원은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중국 연계 유지보수 업체 사용 여부를 질의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중국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책축은 ‘공급망 검증→지배구조 강화→심사 장기화’로 이어진다. 빅테크의 단독 소유 모델이 보안·준수 면에서 유리한 반면, 프로젝트 리드타임자본비용은 높아질 것이다.

주목

4) 위성은 대체재가 될 수 있나

아마존은 위성이 작동 가능하나, 지연시간·비용·처리량에서 해저 인프라의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저궤도 위성(LEO)은 특수 수요(재난·농어촌·이동체)엔 강점을 보이지만, 대륙 간 대용량·초저지연 전송의 주력은 해저 광섬유가 유지한다. 이 구조는 2030년까지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


5) 2025~2030 시나리오: 세 갈래 미래

시나리오 핵심 가정 시장 함의(미국) 포트폴리오 시사점
기준선 AI CAPEX(UBS) 경로 근접, 케이블 투자 130억 달러(25~27) 집행, 우발 사고만 산발 빅테크 CAPEX 지속, 네트워크·보안 OPEX 완만 상승 하이퍼스케일러, 네트워킹(예: 시스코)·해저 EPC 파트너 비중 확대
가속 LLM·에이전틱 AI 상용화 가속, 워터워스/패스트넷 후속 프로젝트 동시 추진, 다중 경로 구축 트래픽·케이블 용량 선행증설, CAPEX↑, M&A 활성화 해저 케이블 체인(제조·설치·유지), 광학·전송장비, 데이터센터 REIT 중 회선 연계형 우위
쇼크 발트해/홍해급 의도적 손상 다발, 규제 심사 장기화, 보험료 급등 복구비용·리드타임 상승→리스크 프리미엄↑, 일부 서비스 품질 저하 복구·수리선·감시기술 업체 수혜, 위성·지상 루프 백업 결합형 사업자 상대적 방어

6) 밸류체인·지표: 무엇을 추적할 것인가

  • 용량·지연: 신규 시스템 Tbps 추가, 왕복 지연(ms) 개선 추세.
  • 복구 KPI: 평균 고장-수리 소요 시간(Mean Time to Repair), 경로 다변화 비율.
  • CAPEX 믹스: 빅테크 CAPEX 중 네트워크/해저 비중, 장기 PPA(전력)-회선 장기 계약의 결합도.
  • 규제 시그널: FCC 심사 착수 건수·기간, 의회의 공급망 질의 빈도.
  • 보안비용: 보험료율, 보안·감시 OPEX, NATO·동맹 협조 레벨.

7) 투자 관점: 승자·패자, 그리고 리스크

7-1. 구조적 수혜

  • 하이퍼스케일러(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자가망 확대를 통해 성능·보안·단가를 통제, AI 수익화 가속의 전제 조건을 확보한다. 다만 CAPEX 상방은 멀티플·현금흐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 네트워킹·보안(예: 시스코): 대륙 간·캠퍼스·엣지까지 엔드투엔드로 트래픽 흐름을 최적화하는 기업이 다년 성장 사이클에 진입한다는 애널리스트 견해가 확인된다.
  • 해저 EPC·유지: 제조·설치·수리선·감시 시스템 전주기가 동반 팽창. (개별 티커 비공개)

7-2. 구조적 도전

  • 위성 ‘대체’ 내러티브: LEO가 일부 수요를 흡수하더라도, 백본 대체는 현실성이 낮다. 내러티브 디스카운트 리스크.
  • 규제·정책: FCC 심사 장기화, 중국·러시아 리스크 재평가로 프로젝트 착수 지연·리드타임 연장.
  • 보안·보험: 케이블 절단 빈도·수리시간 상승 시 OPEX·보험료 확대→총소유비용(TCO) 상향.

7-3. 포트폴리오 원칙

  1. 핵심(코어): 빅테크 중 네트워크 통제·AI 상용화의 결합도가 높은 종목 비중 확대. 장기 CAPEX 상단을 감안해 현금흐름 민감도 점검.
  2. 위성·지상 보완: 다중 경로·복구 역량을 보유한 통신·인프라 기업을 리스크 헤지로 병행.
  3. 전술(택티컬): 절단 이슈·규제 헤드라인에 따른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수리·감시·보안 섹터를 전술 활용.

8) 정책·거버넌스 제언: 민관 동맹의 ‘표준화’가 해법이다

  • 표준·감시: 케이블 경로·중계소·해안국 상호감시 공유 프로토콜의 표준화, 민관 합동 실시간 이상징후 탐지 체계 구축.
  • 복구역량: 동맹국 공동 수리선 풀(Pool)·부품 비축·훈련의 제도화로 Mean Time to Repair 단축.
  • 입찰·심사: 공급망 검증의 명확한 기준과 심사기간 상한 가이드를 병기해 ‘보안’과 ‘시간’을 균형.
  • 세제·금융: 전략 인프라에 대한 세제 가속상각, 보험료 세액공제, 공공 보증 등으로 민간투자 촉진.

9) 결론: AI의 임계는 ‘전력–상면–네트워크’ 3각 동시해결이다

최근 제퍼리스는 미국 전력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AI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재산업화’에서 찾았다. 전력은 AI의 첫 번째 임계이며, 상면(데이터센터 부지·냉각)과 더불어 해저 케이블은 두 번째·세 번째 임계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전력–상면–네트워크라는 3각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업·국가에 집중되고, 그 중심축에 해저 케이블이 자리한다. 미국 증시 관점에서 이는 에너지–데이터센터–케이블삼중 동학을 읽는 투자자에게 장기 알파의 원천이 될 것이다.


부록: 사실·사건 인용(출처: 제공 기사 집합)

  • 해저 케이블: 글로벌 트래픽의 95%+, 총 연장 약 100만 마일(해저 케이블 심층 보도).
  • AI CAPEX: UBS, 2026년 5,710억 달러, 2030년 누적 1.3조 달러(UBS 보고 인용 기사).
  • 메타 ‘워터워스’ 5만 km, 아마존 ‘패스트넷’ 320Tbps+, 구글 ‘솔’(각사 발표 인용).
  • 홍해 절단→애저 장애(2025년 9월 보도), 통가 케이블 단절 사례.
  • NATO ‘Baltic Sentry’ 작전 개시 후 발트해 사고 보고 감소(보도 인용).
  • FCC 규제 강화·중국 연계 업체 질의, 메타·아마존의 비협력 확인(의회 서한·기업 답변 보도).
  • 텔리지오그래피: 2025~2027년 케이블 투자 약 130억 달러 전망.

요약 체크리스트(투자자용)

  • What: 해저 케이블은 AI·클라우드 시대의 ‘바다 밑 실크로드’다.
  • Why Now: AI CAPEX 상향(UBS), 케이블 투자 사이클 가속(텔리지오그래피), 지정학 리스크 상향.
  • So What: 빅테크·네트워킹·해저 EPC·복구·감시 생태계의 다년 성장, 규제·보험·OPEX 상향이라는 이면.
  • How to Act: 코어(빅테크·네트워크) 비중 확대, 위성·지상 백업 결합, 변동성 구간 전술 트레이딩.

결언: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전력을 조달하고, 가장 넓은 상면을 확보하며, 가장 굵고 안전한 ‘바다 밑 파이프’를 가진 이들이다. 해저 케이블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