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상반기 1,043억 달러 투자 유치… ‘엑시트 가뭄’ 속 자금만 몰린다

[AI 투자와 회수의 불균형]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043억 달러(약 143조 원)를 조달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끌어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VC) 업계가 원하는 ‘엑시트(투자 회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AI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64%에 달했다. 리서치업체 피치북(PitchBook)은 지난해 49%였던 AI 투자 비중이 불과 1년 만에 15%포인트 넘게 뛰었다고 집계했다.

특히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사인 오픈AI(OpenAI)가 3월 소프트뱅크 주도로 400억 달러를 유치하며 ‘사상 최대 단일 민간 펀드레이징’ 기록을 세운 것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렸다. 이어 ▲메타(Meta)가 6월 AI 데이터 라벨링 기업 스케일AI(Scale AI)에 143억 달러를 투자하며 CEO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을 영입했고, ▲오픈AI의 경쟁사 안트로픽(Anthropic)은 35억 달러, ▲오픈AI 공동 창업자 일리야 서츠케버(Ilya Sutskever)가 설립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는 20억 달러를 각각 확보했다.

Goldman Sachs Interview

그러나 투자금 유입과 달리 투자 회수(엑시트) 시장은 한산하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 상반기 VC가 지원한 스타트업 엑시트 건수는 281건, 총액 360억 달러에 그쳤다. 눈에 띄는 사례로는 ▲장애·상해 보험 청구 AI 플랫폼 이볼루션IQ(EvolutionIQ)의 약 7억 달러 규모 매각(인수 기업: CCC 인텔리전트 솔루션) ▲주택 보장성 보험을 AI로 설계하는 슬라이드 인슈어런스(Slide Insurance)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시가총액 약 23억 달러) 정도다.

인프라 영역의 예외도 존재한다. GPU 클라우드 서비스 코어위브(CoreWeave)는 1분기 말 상장 직후 2분기에 주가가 340% 급등했고, 현재 63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는 ‘희소 사례’일 뿐, 전반적 흐름은 소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피치북 AI·사이버보안 담당 시니어 애널리스트 디미트리 자벨린(Dimitri Zabelin)의 설명이다.

“현재 엑시트 트렌드는 거래는 잦지만 규모는 작고, 대형 IPO는 드물지만 발생하면 시가총액이 매우 높다“고 자벨린은 진단했다.

그는 ‘볼트온(Bolt-on) 딜’이 확산되는 점도 주목했다. 이는 대기업이 자사 가치 제고를 노려 스타트업을 덧붙이듯(bolt on) 인수하는 전략으로, 통상 IPO나 대규모 M&A 이전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볼트온(Bolt-on) 인수
볼트온은 ‘기존 기계에 부품을 볼트로 고정해 확장한다’는 이미지에서 유래한 금융·경영 용어다. 주로 사모펀드(PEF)나 대기업이 핵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은 회사를 빠르게 편입해 성장을 가속화할 때 사용된다.

AI 분야를 제외한 벤처투자는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슨(Tracxn)은 미국 핀테크 자금이 올해 상반기 42% 줄어 105억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암호화폐 분야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자금 이탈이 이어졌다.

자벨린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하와 거시 환경 개선이 이뤄질 경우 IPO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다”며 “특히 기업용 수직 AI 솔루션(특정 산업에 특화된 AI)은 투자자들의 식욕이 여전히 왕성하다”고 덧붙였다.

Claude AI & Anthropic

※ 사진 설명: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클로드(Claude) 로고와 PC 모니터에 나타난 안트로픽(Anthropic) 로고. (Photo Illustration by Pavlo Gonchar/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시장 관전 포인트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6~12개월 안에 AI 기반 수직 솔루션 업체가 추가 상장을 추진할지 주시하고 있다. 동시에 ‘슈퍼컴퓨터 전력 확보’ ‘AI 인재 스카우트’ 등 빅테크의 대규모 지출 패턴이 스타트업 가치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편, CNBC는 ‘스콰크 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골드만삭스 M&A 총괄 스테판 펠드괴제(Stephan Feldgoise)의 발언을 인용해 “연초 이후 100억 달러 이상 초대형 거래 건수가 최근 몇 년 중 가장 많다”는 점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