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트업 데이타브릭스, 새로운 투자 라운드로 기업가치 1,000억 달러 돌파 전망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데이타브릭스(Databricks)가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기업가치가 약 1,000억 달러(약 134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5년 8월 1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타브릭스는 Series K 라운드(11번째 투자 라운드) 조건부 계약서(term shee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평가금액이 직전 라운드 대비 61% 급등해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평가는 핵심 기술 분야 시장 선도 기업에 대한 후반기 자본 집중 현상을 잘 보여준다”라고 피치북(PitchBook)데릭 에르난데스 수석연구원은 분석했다.

데이타브릭스는 블록(Block), 쉘(Shell), 리비안(Rivian) 등 약 1만 5,000개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임직원 수는 8,000명 수준이다. 미 상장 데이터 클라우드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스노우플레이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660억 달러 안팎이다.


Series K 라운드와 ‘후기 단계 자본’이란?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투자 라운드는 알파벳 순서(A, B, C…)로 진행되며, Series K는 11번째 단계다. 과거 IPO 직전 단계로 간주되던 ‘Pre-IPO 라운드’가 최근에는 Series G 이후에도 이어지는 등,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비상장사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달 자금 중 일부는 제품 개발AI 분야 인수·합병(M&A)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과 정부 기관이 AI를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데이타브릭스 역시 ‘공격적 확장’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피치북의 에르난데스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주소 가능한 전체 시장 규모(TAM)가 복수의 고가치 기업을 수용할 만큼 크다고 판단하며, 데이타브릭스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2024년 말 데이타브릭스는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인 100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를 620억 달러로 끌어올린 바 있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60% 이상 추가 상승한 셈이다.


높은 금리·IPO 시장 불확실성이 만든 ‘비상장 장기 체류’ 현상
최근 몇 년간 미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머무르면서 공모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다수 스타트업이 상장(IPO)을 미루고 비상장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모시장 투자자들은 그간 축적한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를 대형 후기 단계 라운드에 집중 투입하며 성장주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드라이 파우더: 투자자들이 아직 집행하지 않고 보유 중인 현금을 지칭하는 사모투자업계 용어다.

또한 챗GPT의 개발사 오픈AI(OpenAI)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세컨더리) 거래를 추진 중이며, 기업가치가 약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Pre-IPO 라운드로 불리던 단계가 이제는 Series G 이후로 밀렸고, 유입 자본은 사실상 상장사 지분처럼 기능하면서도 공시 의무 등 ‘공공의 감시’로부터 자유롭다”라고 래비린스 캐피털 파트너스크리스 로런스 창업자는 지적했다.


데이타브릭스의 성장 원동력과 향후 관전 포인트

1) 데이터 레이크하우스(Lakehouse) 아키텍처 선점: 구조화·비구조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모델로, 대기업 고객의 데이터 인프라 현대화를 지원한다.
2)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 GPT·Llama와 호환되는 오픈소스 모델을 직접 호스팅하며, 파트너십을 통한 기술 확장을 도모한다.
3) 글로벌 채널 강화: 북미·유럽 중심에서 아시아·중동으로 진출 범위를 확대, 다국적 에너지·제조 기업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향후 투자자들은 ▲매출 성장률 유지 여부, ▲마진 개선 속도, ▲AI 규제 환경을 주요 관전 포인트로 삼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EU의 AI 규제 프레임이 구체화될수록, 데이타브릭스의 제품 로드맵과 인수 전략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 함의와 기자의 시각
이번 평가가 실제 조달 완료로 이어질 경우, 비상장 AI 유니콘 전반의 밸류에이션 지표가 재조정될 공산이 크다. 필자는 1) 심화되는 AI 플랫폼 경쟁, 2) 투자자들의 ‘규모의 경제’ 선호, 3) 공모시장 정상화 지연이 맞물려, 데이타브릭스와 유사한 후기 단계 기업으로 자본이 쏠리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다만, 거품 논란을 잠재우려면 향후 견조한 현금 흐름 창출명확한 수익 모델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별 기업들의 고평가 리스크는 물론, AI 버블 우려로 시장 전반의 리프레이싱(repricing)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