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의 명과 암: 빅테크 설비투자 폭증이 미국 주식·경제에 남길 7가지 장기 상흔

이중석 칼럼 —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 시즌의 최대 화두는 ‘빅테크발(發) AI 설비투자(CapEx) 폭증’이었다.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이른바 ‘MAMA-G’ 4대 기업이 제시한 연간 CapEx 가이던스 합계는 3,650억~3,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20년 대비 2.6배 수준이며, S&P500 전체 설비투자 증가액 중 83%를 이들 네 기업이 차지한다는 의미다.


Ⅰ. 숫자로 읽는 ‘AI 설비투자 슈퍼사이클’

기업 2024 CapEx
(억달러)
2025 가이던스
(억달러)
YoY 증감률 주요 투자 용도
알파벳 910 930 +2.2% TPU v6 데이터센터, Gemini 모델 학습
마이크로소프트 980 1,120 +14.3% 인프라·코파일럿용 GPU, 광섬유 네트워크
아마존(AWS) 820 1,060 +29.3% 프로젝트 ‘레이니어’ AI 데이터센터, Trainium2
메타 660 720 +9.1% Llama-3·Super-Labs, 전력·냉각 리포커스

자료: 각 사 IR, FactSet 종합. 1달러=7.12위안·1440원 환산.

4대 기업 CapEx 총합은 미국 총고정자본형성(GFCF)의 9.8%에 해당한다. 단일 산업군이 두 자릿수 국가 설비투자를 사실상 ‘점유’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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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자본시장의 첫 번째 파장 — 국채 수급과 금리 구조

기업 설비투자는 전통적으로 내부유보·현금흐름으로 충당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AI 전용 GPU·고밀도 서버·액침냉각 설비·송전망 증설 등은 초기 현금 소모가 막대하다. 2025~27년 MAMA-G의 증가 CapEx 1.2조 달러 중 최소 35%가 회사채커머셜페이퍼(CP) 발행으로 조달될 전망이다.

연준·재무부 추계: BBB이상 IG(투자등급) 회사채 순공급은 2024년 6,600억 달러 → 2026년 9,200억 달러.

회사채 증발은 ▲국채 대비 신용스프레드 축소(채권시장 Crowding) ▲장기물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미 10년물 금리는 ‘AI 디스카운트’를 반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질금리가 2%대를 상회하면 S&P500 할인율이 상승, 밸류에이션 상단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Ⅲ. 두 번째 파장 — 에너지·전력·원자재 슈퍼사이클

AI 데이터센터 1MW당 연간 전력 사용량은 기존 용도의 2.3배다. 美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년 4.1GW인 데이터센터 전력 피크 수요가 2029년 11.8G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5년간 중형 원전 6기에 해당하는 전력 증설을 요구한다.

  • 전력 망 투자: 유틸리티 섹터 5년 투자계획 2.8배 확대(NextEra·PG&E·Duke 자료)
  • 천연가스: 데이터센터 냉각·백업 발전기로 연 6.5Bcf 추가 수요. Henry Hub 2027선물 +14%
  • 구리·알루미늄: 전력 케이블 및 냉각 라디에이터 수요로 LME 3M 구리 5년 랠리 전망

따라서 에너지·원자재 슈퍼사이클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압력으로 돌아와 연준 통화정책을 제약한다. 디플레이션 vs. AI 인플레이션 기로에서 후자 쪽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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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세 번째 파장 — 반도체·장비·부품 밸류체인 재편

AI CapEx의 40%가량이 반도체·서버·스토리지다. 엔비디아·AMD·인텔·Arm을 필두로, 하이닉스·마이크론(HBM), ASML·ASMI(노광·원자층증착), 테즈랩(TSMC 테스트 자회사) 등 공급사 전반이 연평균 25% 내외의 수주 증가를 보고 있다.

그러나 공급병목은 존재한다. HBM3e·CoWoS 패키징 캐파가 2026년까지 사실상 매진 상황이며, 미국 BIS의 對중국 GPU·HBM 규제도 글로벌 공급 맵을 뒤흔든다. 필자는 ▲가격 디스카운트 축소 ▲조달기간 리드타임 장기화가 하위 밸류체인 전반에 추가 마진을 남길 것으로 본다.


Ⅴ. 네 번째 파장 — 노동시장과 ‘디지털 파워 시프트’

AI 설비투자는 고숙련 전력·냉각·데브옵스·AI 연구 인력을 집중적으로 흡수한다. 물가조정 평균임금이 이미 19% 상승한 직군도 있다. 반면 백오피스·단순 사무직은 AI 자동화로 대체 압력이 높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K자형 분화를 심화시켜 중산층 소비 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맥킨지 ‘정부 셧다운 시나리오’ 모델: AI 자동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숙련 일자리 320만 개 순감소 가능.


Ⅵ. 다섯 번째 파장 — ESG·탄소 규제와 정책 리스크

민주·공화 양당 모두 2030년 이전 전력 탄소집약도 60% 감축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주목받는 데이터센터는 Scope 2 탄소세 도입 시 최전선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세·규제 리스크는 장기 주가 할인요인(Policy Discount)으로 작용한다.


Ⅶ. 투자전략: 장기 포트폴리오 어떻게 짤 것인가

필자가 제안하는 3단계 로테이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1단계(2025~26): GPU·HBM·첨단 패키징 장비 등 병목 자산에 집중(엔비디아·ASML·테라다인).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으나 공급 제한이 가격을 방어.
  2. 2단계(2026~28): 전력·송배전·재생에너지 인프라주(NextEra·AES·한국전력 ADR) 편입. 데이터센터 전력 PPA 확대로 수익 가시성이 높음.
  3. 3단계(2028 이후): AI 활용 생산성 향상이 실적에 반영될 전통 제조·헬스케어·교육 플랫폼으로 시야 확대. 여기서 승부는 ‘AI 적응 속도’.

Ⅷ. 결론 — 거대한 파도, 어떻게 서핑할 것인가

비유하자면 빅테크의 AI 설비투자는 20세기 초 전기화·고속도로 건설과 맞먹는 혁신적 도로망 구축이다. 그러나 파급 반경이 워낙 넓어 물가, 금리, 에너지, 노동, 환경까지 ‘7중 굴절’이 뒤따른다. 슈퍼사이클의 과실은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 집중될 것이며, 정반대편에서는 구조적 비용규제 리스크가 쌓인다.

투자자는 ① 공급 병목을 지배하거나 ② 파급효과를 흡수하는 인프라·에너지·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잉여현금흐름(FCF)이 취약한 신생 SaaS, 고금리 노출 부동산 리츠는 피하기를 권한다.

궁극적으로 이 거대한 투자 물결이 생산성 레짐 시프트로 이어질지, 아니면 자산·물가 버블로 귀결될지는 규제·전력·노동·기후 정책의 방정식에 달려 있다. 독자 여러분은 ‘슈퍼사이클’이라는 단어 이면에 존재하는 복합 파장을 읽어내는 안목을 갖추길 바란다. 필자의 펜끝은 앞으로도 데이터와 사실을 토대로 그 안목을 돕는 데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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