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우려 확산에 아시아 반도체·기술주 급락

아시아 반도체 및 기술주수요일 일제히 급락했다. 전일 미국 기술주 약세인공지능(AI) 주도 시장 버블 우려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2025년 11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코스피(KOSPI)지수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수 중 하나로 장중 최대 6%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인 SK하이닉스(KS:000660)와 삼성전자(KS:005930)는 각각 약 6%씩 밀리며 낙폭을 키웠다.

대만의 TSMC(TW:2330)는 최근 몇 년간 AI 수혜의 대표 종목이었지만, 장 초반 최대 3% 하락했다.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훙하이 정밀공업(Hon Hai Precision, TW:2317)도 1.8%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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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닛케이 225지수가 기술주 약세에 4.5% 급락했다. 소프트뱅크 그룹(TYO:9984)은 거의 14% 미끄러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어드반테스트(TYO:6857)는 9.7%, 라섹텍(Lasertec, TYO:6920)은 8.5%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기술주 약세로 1.1% 하락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인 SMIC(HK:0981)가 2.5% 내렸고, 바이두(HK:9888), 알리바바(HK:9988), 텐센트(HK:0700)는 각각 1~3%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특히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시장 밸류에이션 급등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이후 우려가 증폭됐다.

월가 대형은행 CEO들의 경고성 메시지는 AI 테마 주도 랠리지속 가능성에 균열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예측한 투자자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엔비디아(NASDAQ:NVDA)와 팔란티어(NASDAQ:PLTR)에 대해 숏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며칠 전에도 시장 내 잠재적 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이러한 포지셔닝 소식이 투자 심리를 한층 위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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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의 약세는 전날 월가의 하락과 궤를 같이했다. 나스닥 종합지수2% 급락하며 기술주 전반의 조정을 예고했다.

팔란티어AMD(NASDAQ:AMD)가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았음에도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월가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연관 설비투자(capex) 지출 전망이 높게 제시되면서 버블 우려가 가중됐다.

지난 2년 동안의 AI 열풍은 글로벌 기술주 밸류에이션장기 랠리를 견인했다. 시장은 대규모 투자초과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가격을 높여 왔다.

그러나 최근 분기 실적에서는 AI 관련 지출가시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정도가 제한적이라는 신호가 관찰됐다. 동시에 CAPEX 증가로 인해 기업의 영업이익률(마진)압박이 커졌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AI 생태계 내 자금의 순환적 성격(circular financing)에 대한 논란도 버블 우려를 자극했다. 특히 시장의 총아인 엔비디아가 자사 AI 칩의 주요 구매처오픈AI1,000억 달러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11월 19일 발표될 예정이며, 기술주 방향성을 가를 차기 핵심 촉매로 주목받고 있다.


[용어와 맥락 해설]

스트레치드 밸류에이션: 주가가 펀더멘털(실적·현금흐름) 대비 과도하게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 경우 작은 악재에도 가격 조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CAPEX(설비투자): 기업이 장기 성장을 위해 설비·데이터센터·반도체 생산능력 등 유형 자산에 지출하는 비용이다. 단기적으로 현금 유출감가상각 증가를 통해 마진을 압박할 수 있으나, 중장기에는 생산성매출 확대를 노린다.

숏 포지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 전략이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이 커지지만, 반대로 오르면 손실이 이론상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어 위험 관리가 중요하다.

원형 자금순환(circular financing): 생태계 내부의 주요 참여자들이 서로에게 투자·구매를 반복하며 외형 성장을 만들 때 발생하는 구조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칩 공급자가 고객사에 대규모 투자와 파이낸싱을 제공하고, 해당 고객사가 다시 그 칩을 대량 구매하면,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해설·전망]

이번 조정의 특징은 지역과 종목을 가리지 않는 동조화된 약세라는 점이다. 코스피의 -6%, 닛케이 225의 -4.5%, 항셍의 -1.1% 하락은 밸류에이션 재조정 국면이 개별 호재를 상쇄할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팔란티어와 AMD의 긍정적 실적조차 단기 하방 압력을 덜어내지 못한 대목에서 확인된다.

촉발 요인으로는 월가 대형은행 CEO들의 지속가능성 경고, 마이클 버리의 숏 포지션 공개, 빅테크의 공격적 AI CAPEX 가이던스가 맞물린 점이 꼽힌다. 특히 CAPEX 증가는 장기 경쟁력에는 유리하나, 단기 현금흐름마진 훼손을 통해 주가 밸류에이션을 압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쉽다.

관전 포인트11월 19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다. 시장은 데이터센터 AI GPU 수요의 지속성, 고객사들의 구매 패턴, 그리고 CAPEX-매출-현금창출 간의 선순환이 실적 수치로 입증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만약 수익성 및 현금흐름 지표가 기대에 미달할 경우,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더 진행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반대로 실적이 질적·양적 측면에서 기대를 상회한다면, 최근의 급락은 기술적 반등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원형 자금순환 논란과 과잉 투자 프레임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 레짐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로는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지수가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AI 하드웨어 공급망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기대-현실 간 괴리에 대한 조정도 크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과 부합한다.

결론적으로, AI 버블 논쟁은 밸류에이션, 실적의 질, 그리고 자금 흐름의 건전성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실적 데이터CAPEX 집행의 효율성이 이 논쟁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