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숨 고르기에 아시아 증시, 7개월 만에 최대 하락

아시아 증시가 수요일(현지시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공지능(AI) 주도 랠리가 길어지며 과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기술주가 낙폭을 키우며 하락장을 주도한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은 장기간 이어진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증시는 직전 사상 최고가에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의식하며 후퇴했다. 특히 월가 대형사인 모건 스탠리 [/equities/morgan-stanley]와 골드만 삭스 [/equities/goldman-sachs-group]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나스닥 선물 [/indices/nq-100]은 1% 하락했고, 전일 월가 현물지수(cash index)2% 급락한 여파가 이어졌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 증시가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5% 이상 밀리며 되돌림이 확대됐다 [MKTS/GL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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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과 용어 정리

이번 조정은 AI·반도체 중심의 장기 상승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결과로 해석된다. 차익실현(profit-taking)은 상승세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수익을 확정하려는 매매를 뜻하며, 포지션 언와인드(position-unwind)한 방향으로 쏠린 포지션을 되감는 과정을 말한다. 또한 리스크 오프(risk-off)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노출을 줄이고 안전자산 선호를 높이는 시장 기조를 의미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현물지수(cash index)*는 선물이 아닌, 실제 거래되는 지수의 당일 현물 움직임을 가리킨다. *지수선물 대비 현물시장의 당일 성과를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단기 심리를 읽는 데 활용된다.


전문가 코멘트

매트 심슨(스톤엑스 브리즈번, 선임 시장분석가)은 최근 조정이 긴 랠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미세조정’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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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은 7개월 연속 랠리를 이어오며 4월 저점 대비 50% 넘게 상승했다. 현재의 매도세는 큰 그림에서 보면 가벼운 충격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선가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모멘텀이 꺾이면 손절매가 연쇄적으로 발동되고, 손실을 메우기 위해 다른 시장의 포지션까지 청산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새로운 약세 흐름을 부를 수 있다. 지금 실제 돈을 걸고 있는 이들은 답을 찾는 대신 서로를 베끼는 시험장 아이들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달아나는 것’이다.”

차루 차나나(삭소, 싱가포르, 최고투자전략가)는 아시아 AI·반도체 리더들에서 전형적인 포지션 해소와 차익실현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미국 빅테크의 흔들림이 글로벌 성장주와 AI 관련주 전반의 심리를 훼손했다. 동시에 암호화폐의 급락이 위험자산 선호를 조여놓았고, 엔화 강세는 일본의 수출주에 부담을 줬다. 이들 요인이 결합해 건전한 조정을 만들고 있으며, 아직 패닉성 투매로 보이진 않는다.”

제이슨 웡(BNZ 웰링턴, 선임 시장전략가)은 과열 랠리가 잠시 멈출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한 방향으로만 달려왔다. 이제 시장 전반에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스며들고 있다.”

“아마도 지난주 미 연준(Fed)미국 통화정책 완화 경로가 기정사실이 아님을 일깨워준 것이 경고음이 됐을 것이다. 약간의 조정은 이미 기한이 지난 과제였다.”

라이언 펠스먼(CommSec 시드니, 수석 이코노미스트)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하며 불확실성을 꼽았다.

“지금은 약간의 차익실현이 이뤄지고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과 관련된 불확실성도 있다 — 우리는 지금 정부 셧다운 35일째에 접어들었다.”

“정부가 결국 재개되면 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높은 금리는 성장주·금리민감주, 즉 기술주에 압박으로 돌아오기 쉽다. 기술 섹터는 지금 완벽에 가깝게 가격이 책정돼 있다. 비싸다. 투자자들도 시장이 과도하게 질주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에어 리 림(컨베라, 싱가포르, APAC FX·거시 리드 전략가)은 단일한 촉발 요인 부재를 오히려 복합 불확실성의 신호로 해석했다.

명확한 단일 촉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 미국의 정부 셧다운 관련 협상, 주요 산업의 설비투자(capex)에 대한 감시 강화거시적 불확실성의 조합이 투자자 신중론을 이끌고 있음을 시사한다.”

토니 시카모어(IG 시드니, 시장분석가)는 이번 하락을 리스크 회피 매도의 시작으로 봤다.

“이제 막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본다. 여섯, 일곱 가지 요인이 결합해 리스크 회피성 매도를 촉발했다.”

“4월 저점 이후 랠리는 쉼 없이 이어졌다. 거기에 CEO들의 조정 경고, 그리고 ‘빅 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 [/equities/nvidia-corp]와 팔란티어 [/equities/palantir-technologies-inc]에 하방 베팅을 샀다는 소식, 미국 정부 셧다운이 사상 최장 기록 영역에 들어선 점까지 — 이제 하방 압력을 이어갈 이유가 너무 많아졌다.”

존 위터(피크테 자산운용 싱가포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핵심을 포지셔닝에서 찾았다.

“결국은 포지션 문제다. 개인과 헤지펀드가 특히 전 세계 기술주롱(매수) 노출을 극도로 키워왔다. 여기에 밤사이 나온 CEO들의 밸류에이션 부담 코멘트와 암호화폐의 급락이 결합해 심리를 악화시켰다.”

“이번 매도는 포지셔닝 주도의 성격이 크며, 최근 아웃퍼폼했던 종목들이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 아시아에선 소프트뱅크 [/equities/softbank-corp.]와 SK하이닉스 [/equities/sk-hynix-inc] 같은 이름들이 포함된다. 어제의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유의’는 개인·기관 모두를 놀라게 한 대목이었다.”

근본적(펀더멘털) 촉매가 부재하다면, 시장은 주말 이전 반등할 것으로 본다. 다만 새로운 사상 최고가로의 복귀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분석과 시사점

종합하면, 이번 아시아 증시 급락과열 포지션의 해소차익실현이 맞물린 결과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기술주성장 기대와 금리 민감도라는 양날의 성격을 지니며, 금리 상승 우려밸류에이션 경계 신호에 빠르게 반응한다. 이번 하락 국면에선 엔화 강세가 일본 수출주에, 암호화폐 급락이 전반적 위험 선호에 직격탄이 됐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다만 복수의 전문가가 지적했듯, 현 단계는 패닉이 아닌 ‘건전한 조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손절매 트리거포지션 언와인드가 증폭시킨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거셀 수 있으나, 근본 요인(기업 실적·수요)에서 새로운 부정적 촉매가 확인되지 않는 한 기술적 반등 여지도 남아 있다는 해석이 병존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선 포지션 사이징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며,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의 선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핵심 수치와 체크포인트

나스닥 선물 1% 하락, 전일 현물 나스닥 지수 2% 하락 연장.
한국·일본 증시 전일 사상 최고가 대비 5% 이상 되밀림.
AI·반도체 리더 중심 차익실현·포지션 해소 확대.
엔화 강세, 암호화폐 급락, 밸류에이션 경계가 동시 작용.

정리하면, AI 랠리의 일시 정지는 과열 해소라는 측면과 동시에, 정책·환율·대체자산 변동이 결합할 때 기술주의 민감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투자자들은 과도한 쏠림을 경계하고, 거시 신호포지셔닝 변화 모두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