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광풍, 경제 파급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BCA 리서치 분석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실제 경제 효과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거시경제 분석기관 BCA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AI는 가장 중요한 테마로 떠올랐지만, 미국 성장률과 생산성에 미친 실질적 기여도는 아직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AI 관련 종목 시가총액 그래프


1. 몸집만 커진 AI 대장주, 시가총액 18조 달러 돌파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Nvidia), AMD,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아마존AI 연관 대형주의 합산 시가총액은 18조 달러에 달해 S&P 500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 폭발적인 증가세다.

그러나 BCA 전략가들은 “이 같은 시가총액 급증은 주로 수입 장비에 대한 설비투자(Capex)가 견인했으며, 해당 투자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비거주용 설비투자와 연동되는 기업들의 Capex 계획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Peter Berezin 전략가가 이끄는 BCA 팀은 보고서에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AI가 생산성에 끼친 영향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MIT의 최근 연구 결과 95%의 조직이 생성형 AI 투자에서 ‘제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2. 밑 빠진 독? 장기 수익성이 관건

BCA는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면 AI가 기업 수익성에 지속적인 상승효과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항공·셰일오일 산업처럼 수요 급증→단기 이익 확대→공급 증가→마진 축소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또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배했던 네트워크 효과가 대규모 언어모델(LLM)에서는 뚜렷하지 않으며, 모델을 확장·유지하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됐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추이


3. 성능 정체·전력난…AI 산업의 잠재 리스크

BCA는 LLM 성능이 ‘정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주목했다. 애플 연구진은 최신 모델에서 일부 약점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2025년 초 출시된 GPT-5 역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반응을 얻었다.

에너지 소비도 치명적 변수다. 미 에너지부(DOE)는 2023년 기준 미국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의 4.4%를 사용했으며, 2030년에는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력 도매가격을 관리하는 PJM 인터커넥션은 최근 가격 급등의 약 75%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5년 7월 기준 미국 평균 가정용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6.2% 뛰어 전체 인플레이션 상승률의 두 배를 기록했다. 이는 AI 인프라 확대가 일반 소비자 물가에도 직·간접적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 ‘하이퍼스케일러’ 현금흐름 둔화…시장 변곡점 오나

AI 인프라 구축비용을 실질적으로 감당해 온 클라우드 3대 강자(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아마존 AWS, 구글 클라우드)자유현금흐름(FCF)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완만한 내림세를 보인다. BCA는 “주식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려면 FCF가 더 큰 폭으로 감소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메타는 AI 부문 채용을 일시 중단했으며,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섹터가 거품(bubble)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5. ‘솔로우 패러독스’ 재현 우려…투자자 인내 시험대

BCA는 상황이 1987년 로버트 솔로우 교수가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나 보이지만 생산성 통계에는 없다”고 꼬집었던 때와 유사하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개인용 컴퓨터(PC) 도입 효과가 통계로 나타나기까지는 약 10년이 걸렸다.

보고서는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잠재력을 부정하진 않는다”면서도, “단기적 경제 변화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실망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6. 용어 설명

생성형 AI(Generative AI):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LLM(대규모 언어모델):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 수준의 언어 이해·생성을 수행하는 AI 모델. GPT-시리즈, 파운데이션 모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Capex(설비투자): 기업이 기계·장비·부동산 등 장기 자산을 취득·개선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 경제 성장과 직결되는 핵심 지표다.

FCF(자유현금흐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을 제외하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 기업 건전성·주주환원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7. 전문가 시각

국내 IT 애널리스트들은 “BCA 분석은 투자심리가 펀더멘털보다 앞서 있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AI 투자 사이클 초기에 나타나는 과도한 밸류에이션실적 부진은 과거 인터넷·모바일 혁신 초기에도 반복된 패턴”이라며, “장기적 시각에서 현금창출력, 전력 효율성, 데이터센터 운영비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에너지 인프라 확충친환경 전력 믹스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AI 발전 속도가 전력 공급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과 기술 혁신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