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기술주 변동, 미 증시의 기술 편중 의존도 부각

뉴욕발 인공지능(AI) 수혜주 변동성 확대가 S&P 500나스닥 종합지수의 향배가 기술 섹터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는지를 다시 드러냈다다. 이번 주 들어 AI 연관 대형주의 흔들림은 광범위한 시장 지수의 동반 약세를 촉발하며, 미국 증시의 구조적 편중 위험을 부각했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는 화요일(현지시간) 기술주의 급락 여파로 거의 한 달 만에 가장 큰 일중 하락을 기록했다. 수요일에는 지수가 일부 반등했으나, 기술주는 오히려 낙폭을 소폭 확대했다는 평가다.

오랜 기간 누적된 초과 수익에 힘입어 기술주 비중은 S&P 500에서 약 36%로 가장 크며, 이는 25년 전 닷컴 버블 정점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S&P 다우존스 인디시즈의 선임 지수 애널리스트 하워드 실버블랫은 밝혔다. 섹터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업종의 변동이 지수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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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기술 섹터로 분류되지 않는 초대형주인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테슬라, 메타 플랫폼스까지 합산하면, 이들 빅테크·메가캡지수 내 결합 비중은 S&P 500의 거의 절반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AI 기대에 대한 스토리가 지수 전반을 견인하는 구조가 한층 강화됐다.

핵심 포인트는 명확하다. AI의 사업성과와 투자 사이클에 지나치게 많은 기대가 실리는 구도에서, 기술 섹터의 과중한 지수 내 비중은 부정적 뉴스 플로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취약성을 키운다. 이는 포트폴리오 분산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이른바 구조적 집중 리스크다.

그린우드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월터 토드는 “S&P의 상당 비중이 사실상 하나의 섹터와 하나의 테마(AI)에 묶여 있다. AI와 관련해 작은 삐걱거림이라도 발생하면, 개별 종목은 물론 시장 전체에 리스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 섹터는 지난주 이후로만 3% 이상 하락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엔비디아 등, 이번 AI 매수세를 상징해온 대표 종목들의 약세가 눈에 띄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기술주의 가파른 상승 이후 숨 고르기가 불가피했으며, 이러한 단기 조정이 이후 추가 상승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월가에는 주가에 ‘AI 버블’ 조짐이 있는지에 대한 경계심도 팽배해 있어, 작은 약세마저 심화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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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식시장이 하락 구간(드로우다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밸류에이션도 높다. LSEG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S&P 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로, 10년 평균 18.8배를 상회한다. 기술 섹터의 선행 PER은 약 32배10년 평균 22.2배를 훌쩍 웃돈다.

이번 강세장(불마켓)의 상징적 특징기술주의 ‘독주’였다. 3년을 갓 넘긴 현 강세장에서 S&P 500이 누적 90% 상승한 동안, 기술 섹터는 186% 급등했다. 그만큼 리더십이 편중돼 왔다.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기술주는 올 들어 S&P 500의 11개 섹터 중 수익률 1위를 지키고 있다. 연초 대비 약 27% 상승했으며, 광범위한 S&P 500은 15%를 웃도는 상승으로 사상 최고가 부근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초과 수익 덕분에 기술주의 S&P 500 내 비중은 연초 ‘33% 미만’에서 현재 약 36%로 뛰었다. 두 번째로 큰 섹터금융주 비중은 13%에 그친다. 지수의 체중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방증이다.

밀러 타박의 최고시장전략가 매트 말레이는 “기술주가 의미 있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지수는 함께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술주의 실적(이익)은 높은 주가와 지수 비중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LSEG의 타진더 딜런 수석(어닝 리서치 총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P 500의 총이익 가운데 약 25%를 기술주가 차지할 전망이다. 이익 기여도가 비중 확대를 정당화해온 셈이다.

투자자들은 또한 AI 테마의 중심에 선 기술기업들의 재무 체력이 25년 전 인터넷 초창기 대비 훨씬 견고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매출 기반, 현금흐름, 사업모델의 현실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의 수석 글로벌 시장전략가 스콧 렌은 “AI로 돈을 벌며 선봉에 선 기업들은 실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실체가 있는 기업’들”이라고 평가했다.

렌은 특히 대형 기술기업들의 AI 관련 설비투자(capex)를 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최근 주식시장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시나리오가 흔들린다는 아주 작은 신호만 보여도, 시장은 즉각적으로 낮은 레벨로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설 | 왜 ‘기술 편중’이 문제인가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대형주가 전체 지수의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기술 섹터 비중 36%에 메가캡 비기술주까지 합산하면 ‘거의 절반’이라는 구조는, 특정 테마(이번에는 AI)의 기대 변화가 시장 전체 변동성으로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분산투자의 환상을 깨뜨릴 수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한 섹터 리스크를 과도하게 떠안고 있는 상태가 된다.

또한 ETF·인덱스 투자의 대중화는 이러한 편중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가격이 오르면 비중이 커지고, 비중이 커지면 자금이 더 유입되는 자기강화 루프가 형성된다. 반대로 조정 국면에서는 같은 경로로 자금 이탈과 가격 하락이 증폭될 수 있다.


핵심 지표 풀이 | PER와 드로우다운

선행 PER은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현재 주가의 배수를 의미한다. S&P 500의 23배, 기술 섹터의 32배라는 수치는 과거 10년 평균(각각 18.8배, 22.2배)를 크게 웃돈다. 이는 기대 성장률과 자본비용(금리)을 모두 감안했을 때도 밸류에이션 민감도가 높아져 있음을 시사한다. 성장률 둔화나 투자 축소 신호가 포착될 경우 멀티플(배수) 압축이 빠르게 전개될 여지가 크다.

드로우다운은 고점 대비 낙폭을 뜻한다. 최고치 대비 하락률이 커질수록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의 리스크 관리 규칙(예: 손실 한도, 증거금 요건)이 자동으로 개입되며, 이는 강제적 리스크 축소를 통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빅테크 중심의 지수 구조에서는 이러한 하방 베타가 더 크게 표출될 수 있다.


전략적 시사점 |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

첫째, 이익 모멘텀이 핵심이다. LSEG에 따르면 기술주가 3분기 S&P 500 이익의 약 25%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는 실적 공시 시즌의 서프라이즈/미스가 지수 전반을 흔들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수요, 모델 상용화 수익성이 관건이다.

둘째, 자본지출(capex) 지속성을 주시해야 한다. 스콧 렌이 지적했듯, 대형 기술기업의 AI 관련 투자 유지는 시장의 중력과 같다. 조달 비용 상승이나 수익성 압박 등으로 투자 속도가 둔화될 조짐이 보이면, 멀티플 조정은 물론 이익 추정치 하향이 동반될 수 있다.

셋째, 지수 집중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개별 투자자든 기관이든, 포트폴리오 내 섹터·테마 상관관계를 재점검하고, 리밸런싱 규율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단기 매매 조언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조적 안정성을 위한 원칙에 가깝다.


정리

요약하면, AI가 견인한 기술주 랠리는 미국 증시 강세장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그만큼 지수의 체중이 기술에 과도하게 실린 구조를 만들었다. 이번 주 관찰된 단기 조정은 건강한 숨 고르기일 수도, 버블 논쟁을 재점화할 신호일 수도 있다.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에게 남은 과제는 이익의 탄탄함투자 사이클의 지속성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일이다. 만약 그 기둥에 금이 가는 징후가 조금이라도 포착된다면, 지수 전반의 조정 압력은 생각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