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다 밑에서 ‘숨 쉬는’ 이유: 해저 케이블 초장기 사이클의 개막과 미국 증시·안보·규제의 재정렬

이중석의 마켓 인사이트 — 지금 AI 경제의 심장은 데이터센터에, 그 동맥은 해저에 있다.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음성 통화의 95% 이상이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흐른다. 총 연장 약 100만 마일에 이르는 이 네트워크는 정부 통신, 글로벌 금융거래, 스트리밍과 화상회의, 그리고 대륙을 가로지르는 AI 훈련 데이터까지 실어 나르는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축이다. 본 칼럼은 ‘해저 케이블’이라는 단일 주제를 중심으로 향후 10년 미국 주식·경제에 미칠 장기 파급을 데이터·사례·정책 프레임으로 해부한다.

1) 서론: AI는 데이터센터로 숨 쉬지 않는다, 해저에서 숨 쉰다

AI 열풍을 말하면 우리는 GPU, HBM, 데이터센터 전력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연결성(connectivity)이 빠진 데이터센터는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 메타의 네트워크 투자 담당 부사장 알렉스 에임은 “AI는 해저 인프라 수요를 증가시킨다.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이 없으면 클라우드와 AI는 제 성능을 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해저 케이블 투자는 통신사에서 웹스케일 빅테크로 중심이 이동했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에 따르면 지금은 메타·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가 전체 발주 물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숫자는 더 분명하다. 텔리지오그래피에 따르면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은 약 130억 달러로,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 배로 추정된다.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닌 초장기 사이클의 서막을 뜻한다. 근저에는 두 가지 구조 변화가 겹친다. 첫째, AI 학습·추론 트래픽의 기하급수적 증가. 둘째, 대륙·해역별 데이터센터 집적지 간 초저지연·초대역폭 연결 수요의 폭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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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요의 물결: 빅테크 단독 케이블 시대와 용량 경쟁

해저 케이블의 수요를 체감하려면 빅테크의 실제 프로젝트를 보라. 메타는 프로젝트 워터워스(Project Waterworth)를 통해 5개 대륙을 잇는 총 5만 km(31,000마일) 규모의 단독 케이블을 구축 중이다. 아마존은 메릴랜드–아일랜드(코크)를 연결하는 첫 단독 케이블 패스트넷(Fastnet)을 발표했다. 설계 용량은 320Tbps+(테라비트/초)로, 동시에 HD 영화 1,250만 편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대역폭이다. 구글은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을 연결하는 솔(Sol) 등 30개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체 케이블 투자와 파트너십을 병행 중이다.

AI는 대역폭뿐 아니라 지연시간(latency)에 극도로 민감하다. 대륙 간 분산 학습·모델 동기화·데이터 레이크 복제·엣지 추론 피드백 루프 등 AI 파이프라인은 빠른 왕복 지연을 요구한다. 위성 통신은 보완재이지만, 고지연·고비용·용량 한계로 인해 해저 케이블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 아마존 AWS의 네트워킹 총괄이 “해저는 국제 연결의 핵심이며, 위성은 고객과 인터넷이 요구하는 용량·처리량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못 박은 이유다.

3) 기술·공급망의 병목: 광섬유, 증폭기, 선박·포설·랜딩 스테이션

해저 케이블은 광섬유 케이블과 함께 반복 증폭기(repeater), 브랜치 유닛, 착저 장비(해저 부설선·ROV)와 랜딩 스테이션(육상 상호접속·전력·보안), 장거리 코히어런트 광송수신기 등으로 구성된다. 제조·설치 업체는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 NEC, SubCom(美) 등이 Big 3로 꼽힌다. 문제는 리드타임이다. 케이블 제조·증폭기·전장, 전 세계에 몇 대 안 되는 케이블 부설선의 선복(船腹) 확보, 해상·해저 기상 윈도우, 다국 간 허가·환경 영향평가까지 고려하면 착수부터 상업 운용까지 통상 24~36개월이 걸린다. 투자 사이클이 켜지는 시점에는 병목과 단가 상승이 발생하기 쉽다.

투자자 관점에서 가치사슬은 넓다. (1) 케이블/증폭기(광학·전장) 제조, (2) 포설·수리 선박/운영, (3) 랜딩 스테이션 전력·보안·교환장비, (4) 장거리 코히어런트 광학 부품/모듈(예: 광 트랜시버, 레이저/디텍터), (5) 케이블 모니터링/지도/보안 소프트웨어, (6) 보험/재보험/리스크 프라이싱. 미국 상장 기준으로는 순수 플레이어가 제한적이지만, 해저용 코히어런트 광학, 광섬유·케이블소재, 데이터센터/엣지 상호접속 관련 공급망에서 레버리지가 생긴다. 또한 데이터센터 REIT(상호접속/해저 랜딩 접근성 우위), 대형 클라우드(대역폭 비용 구조)까지 간접 수혜·영향이 연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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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고·파손·지정학: ‘보이지 않는 전선’으로 떠오른 해저

해저 케이블의 탄약고는 신호(Tbps)지만, 취약점은 물리적이다. 통가의 유일한 케이블 절단(2022)은 국가 전체의 디지털 연결을 마비시켰다. 홍해 케이블 파손(2025년 9월)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서비스 지연을 유발했고, 아시아·중동 사용자들이 성능 저하를 체감했다. 대다수 파손은 어로 활동, 투묘(닻), 해저지형 등 우발적 요인에서 비롯되지만, 최근에는 의도적 손상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레코디드 퓨처는 2024~2025년 발트해·대만 주변에서 의심 사건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나토는 발트해 연쇄 절단 이후 ‘Baltic Sentry’ 작전을 통해 드론·항공기·수중/수상 함정을 동원해 해저 인프라 감시·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25년 1월 말 이후 발트해에서 절단 사례 보고가 없었다. 해저 케이블 보호는 더 이상 민간의 몫이 아니다. 국가 안보연합군 작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미국 내에서도 FCC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러시아 연계 장비/사업자의 해저 프로젝트 참여를 사실상 차단하는 규제를 강화했다. 하원은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CEO에게 중국 연계 유지보수 업체 사용 여부를 질의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중국 기업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5) 규제·표준의 뉴노멀: 보안 내재화와 상호운용성

안보 리스크가 상수라면, 보안-바이-디자인(Security by Design)이 표준이 된다. (1) 다중 경로·다중 착저(지리적 다양성), (2) 암호화/물리 보안의 광층·IP층 동시 강화, (3) AOA(Anomaly/Outage Analytics) 기반 이상징후 탐지, (4) 해양 활동 데이터·AIS 융합 모니터링, (5) 랜딩 스테이션의 국경형 보안체계 적용, (6) 공급망(장비·소재) 검증·인증. 또한 케이블 공동 투자 시 거버넌스 표준(접속·업그레이드 권리, 장애시 복구 우선순위)은 재정의될 것이다. FCC·Team Telecom, CFIUS 성격의 심사 강화는 착수~상업화 기간을 늘리지만, 보험·재보험의 위험모형 개선과 프리미엄 합리화를 돕는다.

6) 거시·시장 파급: 미국 증시 관점의 5가지 축

  1. 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플랫폼): 해저 대역폭은 트래픽·DATA egress 비용 구조에 직접 반영된다. 단독 케이블 보유는 장기 단가 안정화경쟁사 대비 지연·안정성 우위를 창출해 서비스 ARPU·AI API 부가가치를 방어한다. CapEx는 증가하나, 규모의 경제로 ROIC가 방어되는 구간 진입. 장기 멀티플에 중립~우호.
  2. 코어 네트워킹/광학 부품: 해저용 코히어런트 광학·초장거리 트랜시버·레이저/디텍터 수요 증대. 세대전환(baud-rate, modulation)SDM(공간다중화)의 개념 확장은 공급망의 기술 리더에 프리미엄. 다만 사이클 변동성 고려.
  3. 데이터센터·상호접속(REIT/IX): 랜딩–백홀–코어 DC 간 상호접속 수요 증가. 해저 착저·상호접속 허브에 인접한 코로케이션은 구조적 수혜.
  4. 해양 포설·유지(선박/운영): 선복 부족·리드타임 상승. 포설/수리 레이트 상승, 장기 backlog 확대. 민관 합작동맹 간 공동 발주의 기회.
  5. 보험/재보험: 해저 케이블 사고·안보 리스크 프라이싱 재조정. 복수 경로 확보·감시 솔루션이 프리미엄 절감의 열쇠.

7) 2025~2030 시나리오: 베이스/불/베어

시나리오 핵심 가정 시장 함의
베이스 빅테크 주도 130억$ 케이블 투자 집행, 다중 경로 표준화, 국지적 사고는 우회로로 흡수 클라우드/AI 성장 정상화, 코히어런트 광학·상호접속 수요 견조. 멀티플 중립~상향
불리시 AI 트래픽 가속(AGI 인접), 미·동맹 공동 프로젝트 촉진, SDM·초고속 광학 상용화 조기 해저 가치사슬 전반 CapEx 레버리지 → 매출/마진 상향. 하이퍼스케일러 장기 ROIC 재평가
베어 대규모 지정학 충격(발트해·대만·홍해 동시 장애), 규제/허가 지연 심화, 보험비 급등 일시적 서비스 차질·비용 급증으로 마진 압박. 리드타임 장기화·프로젝트 취소 리스크

8) 투자 체크리스트: 12~24개월 관찰 지표

  • CapEx 가이던스: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의 네트워크 CapEx 세부(해저/백홀/랜딩).
  • 리드타임·선복: 부설선 가동률·포설 백로그·증폭기/광학 모듈 공급 상황.
  • 장애 통계: 해역별 절단 빈도(발트해/홍해/대만), 우회 성능·복구 TTR(Time to Repair).
  • 규제 이벤트: FCC/Team Telecom 승인 속도, 동맹 공동선언/자금(나토·EU·쿼드).
  • 보안 표준: 랜딩 스테이션 보안 프레임·AIS/해양 감시 결합 솔루션의 상용화.

9) 밸류체인 지도: 어디에 ‘지속 가능한 초과수익’이 있는가

핵심 원칙: 해저 케이블은 장수명·고정비 자산이다. 승자는 (1)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2) 리드타임/선복 등 비가격적 경쟁력을 보유하며, (3) 계약 구조(LTSA·성능 업그레이드 권리)로 반복 매출이 확보되는 곳이다. 미국 상장 측면에서 순수 해저 케이블 제조사는 제한적이지만, 초장거리 코히어런트 광학, 광섬유 소재, 상호접속·랜딩 인접 코로케이션, 케이블 모니터링/보안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구체적 기회가 있다.

전략 힌트 — “해저에서 시작해 랜딩, 백홀, 코어 DC, 상호접속으로 이어지는 연결의 사슬을 지도화하고, 각 고리의 병목과 가격결정력을 찾아라. 거기가 레버리지다.”

10) 정책 제언: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 보이는 지원을

  • 허가·심사 일원화: 다중기관·다국 간 허가를 병렬화하고 안보 심사환경 영향평가를 표준화해 리드타임을 6~9개월 단축할 필요가 있다.
  • 동맹 공동투자: 나토·쿼드·EU와 대양·해협별 다중 경로 공동 프로젝트를 상시화. 공공자금은 선박/수리·감시 인프라에 우선 배분.
  • 보안 내재화: 랜딩 스테이션을 국경형 중요시설로 지정하고, AIS/해양감시·위성·수중음향을 결합한 실시간 이상징후 경보를 배포.
  • 국내 공급망: 해저용 코히어런트 광학·증폭기·케이블 소재의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을 유도해 병목 해소와 안보성 제고.
  • 보험·재보험 촉진: 복수 경로·감시 시스템을 갖춘 프로젝트에 프리미엄 인센티브를 부여, 민간자본 유인을 강화.

11) 케이스 스터디: 사고가 만든 교훈, 기술이 만든 해법

홍해 케이블 절단과 발트해의 연쇄 사고는 ‘한 줄 케이블’의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경로 분산·착저 분산 그리고 모니터링이다. 다중 경로 구축은 비용을 키우지만, 서비스 지속성보험료 절감, 규제 승인 측면에서 순효과가 플러스다. 또한 코히어런트 광학의 세대전환과 공간다중화(SDM)한 케이블당 경제성을 끌어올려 경로 다변화의 비용 부담을 상쇄한다.

12) 투자자 행동전략: ‘파란 뼈대’를 보는 눈

AI 사이클의 겉모습은 GPU와 모델이다. 그러나 장기 수익은 ‘보이지 않는 뼈대’를 보는 눈에서 나온다. 투자자는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 사이클 분해: (A) 해저/백홀 → (B) 코어 DC/상호접속 → (C) AI 컴퓨트/스토리지. A가 늘면 B·C의 레버가 확장된다.
  • 병목 추적: 부설선·증폭기·광학 모듈·허가 리드타임. 병목이 곧 가격 결정력이다.
  • 리스크 프라이싱: 지정학·사고·보험. 중첩 리스크가 커지는 해역(발트해/대만/홍해)은 우회·다중 경로를 사전에 가정해야 한다.
  • 데이터 지표: 빅테크 CapEx 노출, TTR(복구 시간), AIS 기반 해양 이상 이벤트, FCC/Team Telecom 승인 속도.

부록: 사실과 수치 — 본 칼럼이 참고한 공개자료

  • 트래픽 비중: 국제 데이터·음성 통화의 95%+가 해저 케이블을 경유.
  • 투자규모: 2025~2027년 130억 달러(텔리지오그래피). 2022~2024년 대비 약 2배.
  • 메타: Project Waterworth — 5대륙 연결, 5만 km, 수십억 달러 단독 투자.
  • 아마존: Fastnet — 메릴랜드–아일랜드, 320Tbps+ 용량, AWS 글로벌 백본 확충.
  • 구글: Sol — 미국–버뮤다–아조레스–스페인 연결. 30개+ 프로젝트 참여.
  • 장애 사례: 2025.9 홍해 케이블 절단 → Azure 지연; 2022 통가 단일 케이블 절단 → 국가 단절.
  • 보호 작전: NATO Baltic Sentry — 발트해 해저 인프라 감시/보호, 2025.1 이후 절단 미보고.
  • 규제 동향: 미국 FCC — 중국·러시아 연계 리스크 차단, 장비·사업자 심사 강화; 하원, 빅테크 CEO 질의.

결론: AI의 새로운 전력망은 ‘푸른 전선’이다

전기는 산업혁명을, 철도는 대륙을, 인터넷은 지식을 연결했다. AI는 ‘해저’에서 숨 쉰다. 해저 케이블은 GPU와 모델의 한계를 넘어, AI 경제의 본원적 생산성을 좌우하는 연결의 인프라다. 향후 10년 미국 증시의 장기 성과를 가르는 축은, (1) 해저–랜딩–상호접속으로 이어지는 연결의 사슬을 먼저 구축하는 자, (2) 그 사슬의 병목을 기술로 해소하는 자, (3) 지정학·안보 리스크를 비용·보험·표준으로 통제하는 자가 될 것이다. AI가 바다 밑에서 숨 쉬는 한, 푸른 전선을 지배하는 자가 초과수익을 지배한다.


참고: 본 칼럼은 최근 공개된 메타·아마존·구글의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텔리지오그래피의 투자 추정, 홍해/발트해 사례, NATO 보호 작전, FCC·미 하원의 안보·규제 동향, 그리고 빅테크 AI CapEx 흐름 등 객관적 데이터·보도를 종합해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