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가스업체 산토스(Santos Ltd)ASX: STO가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bu Dhabi National Oil Company·ADNOC) 컨소시엄의 대규모 인수 제안이 무산되자 주가가 급락했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ADNOC가 이끄는 ‘XRG 컨소시엄’은 호주 증시 마감 직전 188억 달러(약 290억 호주달러) 규모의 산토스 전격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거래 조건에 대한 합의 도달이 불가능했다
고 설명했다.
인수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산토스 주가는 장중 한때 13.6% 급락한 6.610호주달러로 미끄러지며 최근 3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호주 대표 지수 ASX 200 역시 0.8% 하락해 산토스가 지수 하락의 주요 비중(weight) 종목으로 작용했다.
앞서 XRG 컨소시엄은 주당 5.76달러(호주화 8.89달러)를 전액 현금
으로 제시하며 산토스 인수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산토스는 내부 평가 끝에 주당 5.626달러 정도면 합의할 의사가 있다
고 밝히며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XRG 컨소시엄은 ADNOC의 해외 자회사, 아부다비 국부펀드 ADQ, 그리고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Carlyle)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현금뿐 아니라 총부채를 포함해 산토스를 약 364억 호주달러 가치로 평가했으나 주주들의 기대·가격 갭을 좁히지 못했다
고 설명했다.
이번 철회는 지난 7년간 세 번째 대형 인수 실패 사례다. 산토스는 2018년 하버에너지(Harbour Energy)의 108억 달러 제안을 거절했으며, 이후 우드사이드(Woodside)와의 합병 논의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산토스 이사회는 “XRG 컨소시엄은 여전히 당사의 사업 모델과 경영진 역량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가격 요소에서 공통 분모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즉각적 반응은 주주 가치 훼손 우려였다. 기관투자가들은 세 차례 M&A 좌절로 인한 이사회 책임론과 매각 전략 재검토를 본격 제기할 전망이다. 특히 일부 행동주의 성향 펀드는 향후 배당 확대나 부분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
ADNOC은 중동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석유회사로, 최근 천연가스·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해외 인수를 진행 중이다. ASX 200은 호주 증권거래소 상위 200개 기업을 시가총액 기반으로 산출한 주가지수로, 한국의 코스피200과 유사한 벤치마크다.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산토스가 독자 생존을 택할 경우,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 생산비 절감과 LNG(액화천연가스) 장기계약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ESG·탈탄소 전략이 강화되는 흐름에서 천연가스 자산의 인수 프리미엄이 점차 축소되고 있어, 산토스는 앞으로도 보다 현실적인 가격 조정 없이는 새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2025년 호주 총선을 앞두고 자원 세제·환경 규제가 변수로 떠오르는 만큼, 시장은 정책 리스크를 선반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매각 압박과 사업 독립경영 전략 사이에서 이사회가 선택할 옵션은 향후 몇 분기 동안 산토스 주가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끝으로, 기술적 관점에서 산토스 주가는 6.60호주달러 부근에 자리한 52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앉았으며, 경우에 따라 과매도 지표가 작동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거론된다. 다만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 신호 없이는 반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