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1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이는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완만한’ 상승률을 기록하며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미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98%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 같은 기대가 달러 매도 압력으로 연결되고 있다.
미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CPI는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의 소비자 물가 전가(pass-through) 효과는 현재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물가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시장 인식이 한층 공고해졌다.
투자자들은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달러/엔 환율을 통해 방향성을 확인하고 있다. 달러/엔은 장중 0.05% 하락한 147.76엔에서 거래됐고, 전일 0.5% 급등했던 유로/달러는 1.1676달러 부근에서 보합을 나타냈다.
달러지수(DXY)는 전날 약 0.5% 하락한 뒤 98.08선에서 횡보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가파른 하루 낙폭 중 하나다.
“7월 CPI는 관세로 인한 물가 전가 증거가 거의 없음을 보여줬다… 다만 9월 금리 인하가 시장 가격이 암시하는 것만큼 확실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캐롤 콩(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외환 전략가)은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최근 고용지표에서 확인했듯, 단 하나의 보고서만으로도 정책 논의를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할 수 있다”며 추가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까지 연준의 결정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채시장도 같은 맥락에서 반응했다.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날 10bp(베이시스포인트) 가까이 등락을 보인 끝에 3.7371%로 내려섰고, 대표물인 10년물 금리는 4.2965%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주요 용어 설명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즉 10bp 변동은 금리가 0.10%포인트 움직였다는 뜻이다.(투자자들이 금리 민감도를 정밀하게 파악할 때 쓰는 단위)
트럼프 대통령, 연준 독립성에 또다시 압박
달러를 둘러싼 심리적 불안은 백악관의 연준 압박이 재점화한 것도 한몫했다. 카롤린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워싱턴 본부 리노베이션 관리 책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제때 하지 못했다’며 수개월째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이날도 “골드만삭스가 관세가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잘못 예측했다”며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했다.
파운드·오세아니아 통화 동향
영국 파운드화는 0.03% 상승한 1.350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영국 노동시장 통계는 고용 둔화를 시사했지만 임금 상승률이 견조해 영란은행(BOE)이 금리 인하에 신중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보여줬다.
“영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취약하다”면서도 “다음 25bp 인하는 11월로 예상한다”고 마이클 브라운(페퍼스톤 수석 전략가)은 말했다.
호주달러는 0.05% 하락해 0.6526달러, 뉴질랜드달러는 0.03% 내린 0.5953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전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인플레이션과 고용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채권-외환 복합 전략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은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가 비둘기파적으로 기울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 및 채권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자 의견·전망
현재 시장은 ‘9월 25bp 인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천명해온 만큼, 8월 말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과 추가 고용·물가 지표가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낳아 달러 신뢰도에 구조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요약하면, 완만한 인플레이션·정책 불확실성·정치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달러 약세 국면이 이어질 여지가 크다. 투자자들은 금리 선물, 장단기 금리차, 위험자산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