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리스크 고조…시장 ‘개학 시즌’ 앞두고 상승 피로감 경계

【시장 리스크 집중 분석】 여름철 거래 부진이 끝나면서 9월로 접어든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휴가철이 마무리되는 시점마다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9월은 유독 정치·통화·지정학 변수들이 한꺼번에 겹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2025년 9월 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 리사 쿡 경질과 프랑스 정치권 불안이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통계상 9월은 ‘시장 성적’이 가장 저조한 달로 악명이 높다*.

“유동성이 여름 휴가 이후 다시 살아나는 순간, 큰 폭의 가격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우려다” — 저스틴 오뉴에쿠시(St. James’s Place 최고투자책임자)


1) 연준 독립성 시험대

연준을 둘러싼 잡음은 미국 고용 지표(release 9월 5일)FOMC 회의(9월 16~17일)을 앞두고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7월 고용 통계가 예상치를 빗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 노동통계국(BLS) 국장까지 해임했고, 이어 연준 이사 리사 쿡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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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물가가 “끈질기게 높은(Sticky) 수준”이라고도 경고해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렵게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달 인하 가능성을 약 85%로 반영하고 있으나, 정치권의 압박이 연준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번 정치적 논란은 미국이 ‘투명하고 규칙 기반인 자본시장’이라는 글로벌 벤치마크 지위를 흔들 수 있다” — 이펙 외즈카르데스카야(스위스콰트은행 수석애널리스트)


2) 프랑스의 ‘신뢰(Confidence)’ 시험

프랑스 프랑수아 바이어루 총리9월 8일 하원 신임투표에서 재정지출 삭감안을 두고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소수 정부가 무너질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을 재구성하거나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예산안 공백이 길어지면 장기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일정도 촘촘하다. 피치는 9월 12일, DBRS는 19일, 스코프는 26일 각각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재검토한다.

“프랑스가 흔들리면 도미노 효과가 발생해 유럽시장 전반의 견조한 수익률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게 될 것” — 스테판 에콜로(트래디션 글로벌 전략가)


3) 지정학 변수 확대

지난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으나, 시장은 평화 모멘텀 약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우크라이나 국채는 회담 직전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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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유럽 방위산업주는 국방비 확대 기대감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브렌트유 가격은 러·우 양국의 에너지 시설 타격이 반복될 때마다 급등락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인도에 25%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고, 기존 25% 관세와 합쳐 실질 관세율이 50%에 달한다. 석유·가스 관련 공급 차질은 에너지 민감 업종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전쟁 이후 재건 수혜가 기대되는 소재기업 홀심(Holcim) 등은 상황 개선 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4) 관세 불확실성 지속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이후 관세발(發) 헤드라인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등 주요 신흥국을 겨냥해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EU와는 예비 무역 합의가 이뤄졌으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임시 관세 유예가 연장될지, 혹은 전면 철회 없이 또 다른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5) 고점 경계 심리 확산

글로벌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안이함(complacency)’의 신호로 해석한다. MSCI 월드지수는 2020년 이후 매년 9월 평균 4%가량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9월만 유독 음(-)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6) 채권시장의 복합 리스크

마지막으로, 국채 발행 확대재정 건전성 문제가 얽히며 채권시장 변동성도 주목 대상이다. 미국·일본·독일은 9월 상반기 중 초장기물(30년) 국채를 잇달아 발행한다.

특히 일본 30년물 금리는 연초 대비 100bp(1%p) 가까이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유럽 주요국 장기 금리도 수년 만의 고점을 호가하고 있다.


■ 용어 집중 해설

잭슨홀 심포지엄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매년 열리는 경제 정책 콘퍼런스로, 연준 의장·각국 중앙은행 총재·학계·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여기서의 연설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비공식 가이던스’로 통한다.

페드워치(FedWatch)는 CME그룹이 산출·공개하는 금리선물 기반 ‘시장 내 금리 인하·인상 확률 지표’다. 실제 정책금리보다 몇 주 앞서 ‘판단 기초 데이터’로 널리 활용된다.


기자 시각

9월은 ‘유동성 귀환’과 ‘정치 이벤트’가 만나는 교차로다.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프랑스 재정 리스크, 러·우 전쟁 장기화 등이 맞물려 단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관세 정책 완화 혹은 우크라이나 휴전 돌파구 같은 ‘긍정적 쇼크’가 동시에 발생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헤지 관점에서 변동성 지수(VIX)와 장단기 금리차 관리가 필요하며, 방어 및 실물자산 비중 확대 전략이 단기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