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2025년 9월, 채권이 무너지고 금이 웃는다
2025년 9월 4일, 뉴욕 월가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이례적 침묵 속에서 마감 종소리를 맞았다. 미국 30년물 국채수익률이 5%를 돌파하던 바로 그 시각, 런던과 홍콩의 귀금속 중개창구는 온스당 3,578.5달러라는 사상 최고가가 찍히는 장면을 중계하고 있었다. 전통 교과서가 가르쳐 온 “금리↑ → 금값↓” 상관관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안전자산’의 정의가 전복되는 현장이다.
1. 문제 제기 – 왜 ‘채권 매도·금 매수’가 동시에 일어나는가
① 재정 불안의 가격화
• 2025 회계연도 미국 예산적자 : -1조7,900억 달러(추정)
• 통합 국가채무 : 37조 달러(연준 Z.1 보고서)
②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
• 트럼프 전 대통령, 연준 이사 해임·정책 간섭 시도
• 시장 금리의 ‘정책 프리미엄’ 가산
③ 글로벌 채권 감시자(Bond Vigilantes)의 귀환
• 영국 길트·일본 JGB·프랑스 OAT 30년물 동반 급등
•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 확대→미 국채 30년 수익률 5.7% 시뮬레이션도 가시권
2. 데이터 분석 – 수치가 말하는 구조적 변화
구분 | 2020년 말 | 2023년 말 | 2025년 9월 4일 |
---|---|---|---|
美 10년물 국채수익률 | 0.91% | 3.87% | 4.21% |
美 30년물 국채수익률 | 1.65% | 4.03% | 5.01% |
金 현물가격(달러/oz) | $1,897 | $2,439 | $3,578 |
채권-금 상관계수(3년 rolling) | -0.45 | -0.12 | +0.36 |
* 상관계수 +0.36 → ‘채권↓·금↑’ 동조화 시대 진입
3. 메커니즘 해부 – ‘절대 수익률 0%’가 깨진 이후
3.1 기간프리미엄 복귀
• 2010~2020 : 연준·ECB·BOJ의 대규모 QE → 장기 term premium ‘제로·마이너스’
• 2023~2025 : 물가불안+재정확대 → 장기채 보유 위험 재가격화
3.2 금의 3중 매력
① 정치 리스크 헤지 : IEEPA 관세·국채 상한 갈등→달러 패권 불확실성
② 준비통화 다변화 : 신흥국 CB 2015~2024 금 순매입 +2,870톤
③ 실질금리 역전 : 10Y TIPs +0.95% vs 금 현물 연간 IRR +7.8%(2020~2024)
4. 장기 시나리오 – 2030년까지 3가지 경로
시나리오 A : ‘정책 U턴’ 성공
• 2026년 총선 이후 재정준칙 부활, 국채발행 증가율 GDP <3%
• 연준 QT 속도 조절→10년물 3.5% 안착, 금 $2,800 선 복귀
시나리오 B : ‘관성 지속’ [확률 40%]
• 재정불안 + 연준 독립성 의심 지속→30년물 6.0% 돌파
• 금 $4,500 안착, S&P500 PER 14배로 리레이팅(현재 20배)
시나리오 C : ‘충격적 재정위기’ [확률 15%]
• 국채 Bid Cover 1.5배 붕괴→달러지수 DXY -15% 급락
• IMF·BIS 협조 유동성 공급, 금 $6,000 단기 피크 후 조정
5. 자산배분 전략 – ‘안전자산 2.0’ 포트폴리오
① 변동 듀레이션 국채 펀드 + ② 실물 금·은 현물 15% + ③ 장기 인프라·에너지 로열티
• 목표 Sharpe Ratio > 0.9
• CPI + 200bp 초과수익 목표
6. 정책 제언 – ‘충격 흡수 매트리스’ 3종 세트
- ① 국채 만기구조 장기화 법제화 : 3년 이상 발행비중 → 60%로 상향
- ② 세출·세입 ‘자동 스태빌라이저’ 리폼 : 성장률 –2% 하락 시 자동 지출절감/증세 연동
- ③ 연준-재무부 ‘시장안정 패널’ 상설화 : 국채 Bid Cover 2.0 하회 시 비상대책 가동
7. 맺음말 – ‘위험 없는 수익률’이 사라진 시대의 투자 철학
20세기 후반을 수놓았던 ‘채권=무위험, 금=보험’ 이분법은 2025년 9월부로 공식 종료됐다. 고정수입 투자자에게 리스크-프리미엄은 더 이상 ‘보상’이 아닌 ‘선결 비용’이다. 반면 금은 현금흐름이 0이더라도 ‘부채 없는 실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안전자산 왕좌를 차지했다.
향후 10년, 투자자는 복합 이중 안전자산(Double Safe-Haven) 체계를 자신의 전략서 첫 장에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미지의 금리·물가 지형을 건너는 유일한 나침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