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설계는 정적인 예산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동하는 ‘생애 주기형 지출 계획’이다. 특히 65세부터 75세 사이에는 여행·취미 등 자기계발 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주택담보대출 상환 완료나 차량 감가로 생활비가 줄어드는 등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다.
2025년 9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정 전문가들은 이 시기 건강관리비와 장기요양비가 전체 지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은퇴자는 연금·투자 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때 ‘의료 인플레이션’과 ‘수명 연장’ 리스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① ‘고고(Go-Go) 단계’의 소비 패턴
업계에서는 60대 중·후반을 여행·취미·외식이 활발한 ‘고고 단계’라 부른다. 이 시기에는 전일제 근무에서 해방된 덕분에 여가 시간과 소비 여력이 모두 늘어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했거나 출퇴근용 차량을 매각해 교통비·차량 유지비가 감소하는 사례도 많다. 단, 보이지 않는 비용 증가가 존재한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미국인은 연평균 1만 3,000달러(약 1,770만 원)를 의료비로 지출한다. 이는 단순 진료비뿐 아니라 처방약·진단검사·보험 본인부담금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② 의료 인플레이션과 생활물가 상승
물가 상승은 생활 전반에 걸쳐 지출 구조를 재편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식료품 가격은 28.3% 올랐고, 동기간 전기·천연가스 등 주거 공공요금은 각각 26.3%, 28.3% 상승했다. 이러한 ‘생활필수재 인플레이션’은 고정 소득자의 실질 구매력을 빠르게 잠식한다. 특히 의료 인플레이션은 일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상회할 때가 많아, 70대 이후 실질 의료비 부담은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③ Fidelity 2024 분석: 은퇴 의료비 16만 5,000달러
Fidelity Investments가 발표한 2024년 추정치에 따르면, 2024년에 은퇴를 시작한 부부(65세 기준)는 남은 생애 동안 평균 16만 5,000달러(약 2억 2,400만 원)를 의료비로 지출할 전망이다. 이는 병원비뿐 아니라 파트B 보험료·처방약·시력·치과 진료 등 Medicare 비급여 영역까지 포함한 값이다. 즉, 은퇴자들은 ‘의료비 적립 계좌(Health Savings Account)’ 혹은 별도 투자 계좌를 통해 의료비 전용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④ 장기요양비(롱텀케어)의 파급력
CareScout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어시스티드 리빙(Assisted Living) 시설의 미국 내 중위 월 비용은 5,900달러(연 7만 800달러)다. 간병 서비스 수준이 더 높은 스킬드 너싱홈(Skilled Nursing Home)으로 이동하면, 2인실 기준 월 9,277달러(연 11만 1,325달러), 1인실은 월 1만 646달러(연 12만 7,325달러)까지 치솟는다. 장기요양보험(LTCI)을 가입하려면 건강심사를 통과해야 하므로, 65~75세 사이 상대적으로 건강할 때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 용어 해설
Assisted Living은 일상생활 지원을 제공하지만 의료 서비스는 제한적인 주거형 시설이다. 반면 Skilled Nursing Home은 상주 간호사·치료사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 형태다. Medicare는 65세 이상 미국인에게 제공되는 공적 건강보험이지만, 장기요양과 치과·시력·청력 치료의 상당 부분은 제외돼 있다.
⑤ 65세에서 75세, 재무 전략은?
전문가들은 분기 또는 연 1회 예산 검토를 권한다. 물가·금리·투자 수익률이 변동하면 ‘지출 대 자산’ 비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과 미리 치료 선호도·재정 대책을 공유하면, 돌발 상황에서도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릴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인컴 자산 확보가 핵심인데, 배당주·우량 채권·인플레이션 연동 채권(TIPS) 등이 대표적이다.
기자 시각
필자는 현업 상담 과정에서 ‘의료비 저축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다 은퇴 후 10년 만에 자산 고갈 위기에 직면한 사례를 수차례 접했다. 특히 기대수명 연장으로 90세 이상 생존 확률이 빠르게 높아진 만큼, ‘나는 건강하다’는 주관적 확신만으로 의료·요양 비용을 과소 추계하면 안 된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저축·투자·보험 설계를 병행하는 것이 65세 이후 재무 안정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