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6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예고한 25% 대(對)일본 관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조업 전반이 받은 충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Reuters)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1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발표한 무역 통계에서 수출은 시장 예상치(+0.5%)를 밑도는 -0.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1.7% 이후 두 달째 감소세다.
일본은 7월 9일로 종료된 ‘국가별 관세 유예기간’ 내에 미국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동차 부문에 이미 부과된 25% 관세 철폐에 집중하느라, 전체 대미(對美) 관세 부과 중단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은 “8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일본산 제품에 25% 관세를 전면 부과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관세 최종 적용 시점이 다가오면 일본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다이와종합연구소의 아키모토 고키(Koki Akimoto)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세부 품목별 부진
6월 대(對)미국 수출은 11.4% 급감해 2021년 2월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자동차 -26.7% ▲자동차 부품 -15.5% ▲의약품 -40.9%가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물량 기준 자동차 수출은 3.4% 늘어나,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자체 흡수하며 가격을 낮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SMBC 닛코증권의 미야마에 고야(Koya Miyama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마진을 희생하면서도 생산량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당장 관세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엔화 강세와 교착 상태인 미·일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기업들도 결국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일본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1조 엔2이며, 이 가운데 자동차가 약 28%를 차지한다.
무역수지와 대중(對中) 수출
같은 기간 중국향 수출도 4.7%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반면 총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해 시장 전망(-1.6%)을 상회했다. 그 결과 6월 무역수지는 1,531억 엔 흑자로 집계됐으나, 이는 전문가 예상치(3,539억 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관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일본경제는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BOJ(일본은행)는 당분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 컨센서스”라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문가 해설 – ‘관세(Tariff)’란?
관세는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미국이 일본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동일 상품이라도 미국 내 판매가격이 25%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일본 기업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마진 축소 또는 생산공장 이전 같은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일본 경제는 1분기 GDP가 역성장했다. 높은 물가가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마저 둔화되면 경기 회복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이와조사연구소의 아키모토 이코노미스트는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엔화가 강세를 이어갈 경우, 제조업체들이 흡수할 수 있는 비용 한계가 빠르게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OJ의 딜레마
미국 관세와 경기 둔화 리스크가 겹치면서 BOJ는 금리 인상보다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명목 임금 상승률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상승할 때까지 BOJ가 정책 스탠스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엔화 환율은 17일 달러당 148.43엔3에 거래됐다.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더라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수출기업에는 이중 악재가 될 수 있다.
향후 일정과 시장 관전 포인트
− 7월 31일: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결과 발표.
− 8월 1일: 미국의 25% 대(對)일본 관세 최종 부과 시한.
− 8월 중순: 일본 2분기 GDP 1차 속보치 발표 예정.
향후 관세가 실제 발효되면, 일본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남아시아·멕시코 경제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글로벌 공급망 지형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석
1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글로벌 금융·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
2 1엔=약 0.0067달러(2025년 7월 17일 기준).
3 달러/엔 환율은 보도 시점 실시간 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