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금 100만 달러를 50세에 마련하고 직장을 떠날 계획이라면 이미 많은 이들의 목표 두 가지—조기 은퇴와 7자리 수 저축—를 동시에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100만 달러가 ‘큰돈’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거주 지역·생활 방식·세금·투자 수익률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퇴직 시점과 이후 자산 관리 방식이 50세 은퇴자의 경제적 여정 전체를 좌우한다. 특히 12년 이상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납부 공백과 62세 조기 수령 시 최대 30% 삭감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사 원문은 재정 정보 전문 매체 GOBankingRates가 제공했으며, 본 번역문은 모든 수치를 그대로 옮겨왔음과 동시에 한국 독자를 위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네스트에그(nest egg)’란 노후 생활자금을 일컫는 영어 속어로, 직역하면 ‘둥지 속 달걀’이라는 의미다. 서구권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모아둔 목돈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1. 100만 달러가 지역별로 갖는 서로 다른 ‘가치’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주별 평균 생활비 자료에 따르면, 미시시피·아칸소 주의 월평균 생활비는 2,700달러 미만에 그친다. 반면 하와이 주의 경우 중간값 기준 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만 5,000달러를 웃돈다. 즉 동일한 100만 달러라도 거주지에 따라 체감 구매력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소득이 동일하다 해도 세금을 포함한 총생활비가 지역마다 다르면 노후 자산 소진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매사추세츠·뉴욕·하와이 주는 평균 연방·주 소득세 합계가 연 7,000달러를 넘어선다. 반면 플로리다·텍사스·네바다 등 州(주)소득세가 없는 지역은 같은 금액으로 더 오랜 기간 생활할 수 있다.
2. 사회보장연금 수령 시점에 따른 영향
미국 사회보장국(SSA)은 ‘62세 조기 수령 시 월 지급액이 최대 30% 삭감’된다고 명시한다. 반대로 70세까지 지급을 연기하면 최대 24%의 추가 가산이 붙는다. 즉 50세에 은퇴하더라도 12~20년간 연금을 청구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달리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납부 기간 및 평균 소득을 기반으로 산정되며, 조기 수령 시 감액, 연기 수령 시 증액이라는 구간별 차등 구조를 가진다.
3. 50세 은퇴 시 가정별 자산 소진 시점
GOBankingRates는 뮤추얼 오브 오마하(Mutual of Omaha) 계산기를 이용해 ‘물가상승률 2.4% 반영·연방 소득세율 22%·주세 미포함·사회보장연금 미반영’이라는 동일 조건 아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100만 달러를 월 3,000·5,000·7,000달러씩 인출하고, 전·후세전 수익률을 6%·10%로 설정했을 때, 자산 소진 예상 연령은 다음과 같다.
- 연 6% 수익·월 7,000달러 인출: 14년 후(64세) 소진
- 연 10% 수익·월 7,000달러 인출: 19년 후(69세) 소진
- 연 6% 수익·월 5,000달러 인출: 21년 후(71세) 소진
- 연 10% 수익·월 5,000달러 인출: 30년 이상(80세 이후까지) 유지
- 연 6% 수익·월 3,000달러 인출: 30년 이상(80세 이후까지) 유지
- 연 10% 수익·월 3,000달러 인출: 30년 이상(80세 이후까지) 유지
표에서 보듯 인출액과 수익률의 조합이 자산의 수명을 결정한다. 월 7,000달러를 인출하면서 연 6% 수익에 그칠 경우 64세에 자산이 고갈된다. 반대로 월 3,000달러 인출·연 10% 수익을 달성하면 80세 이후까지도 100만 달러가 유지된다.
4. 생활 방식이 미치는 실질적 영향
퇴직 후 의료비·주거비·여가비 등은 현역 시절보다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미국 의료비는 고령화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는 대표적 비용이므로, 보험·메디케어 가입 여부와 개인 부담률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또한 인플레이션 2.4%는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최신치를 반영한 수치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기본 생활비가 매년 비슷한 비율로 상승한다는 신호이므로,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인출액도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5. 투자 수익률 달성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시각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장기 평균 시장수익률을 연 7% 내외로 제시한다. 50세 은퇴자가 주식·채권·대체자산에 분산 투자하면서 연 10% 이상의 세전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는 해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고정적인 생활비 인출은 역(逆)달러코스트 효과를 유발해 잔고를 빠르게 줄인다.
“평균 수익률 10% 달성은 역사적 데이터상 가능하지만, 연속 30년간 동일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드문 시나리오”
라고 재무설계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러므로 보수적 인출 전략과 동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병행돼야 한다.
6. 한국 독자를 위한 추가 조언
한국 투자자라면 국민연금 수급 시기·퇴직연금(IRP·DC·DB)·세제혜택형 연금저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연금 수입원 분산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 연기 전략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달러 자산을 일정 비율 보유하면 원화 약세 구간에서 구매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끝으로, 100만 달러라는 금액은 단순히 환율을 적용해도 약 13억 원(1달러=1,300원 가정) 수준이다. 이 금액이 서울·수도권의 주택 마련 및 생활비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결론
100만 달러는 조기 은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해 보이지만, 자산의 지속 기간은 인출 속도, 투자 수익률, 거주 지역에 따라 50대 중반 혹은 80대 후반까지로 극단적으로 갈릴 수 있다. 따라서 자산관리 계획 수립 시 ‘보수적 가정’과 ‘유연한 인출 전략’을 동시에 적용해야 장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