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2025년 8월 30일 중국 톈진(天津) 국제컨벤션센터 앞에는 중국·인도·카자흐스탄·파키스탄 등 10개 회원국의 국기가 일렬로 펄럭였다. 이곳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SCO) 연례 정상회의는 미국의 무역 정책과 관세 분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가운데, 회원국 간 결속을 강화하며 막을 내렸다.
2025년 9월 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0여 명의 비(非)서방 국가 정상들이 참석한 이번 이틀간의 회의는 베이징이 주도하는 새로운 안보·경제 질서를 과시하는 무대로 평가된다. 특히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막연설에서 “냉전 사고의 그림자와 강권·따돌림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더 공정하고 균형 잡힌 국제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촉구했다.
상하이협력기구란?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6개국이 상하이에서 창설한 지역 안보협의체다. 현재는 인도·파키스탄·이란·벨라루스가 추가 가입해 회원국이 10개로 늘었으며, 관찰국·파트너국을 포함하면 조직의 인구·경제 규모가 세계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테러리즘·극단주의 대응에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무역·에너지·첨단기술까지 의제를 확대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 질서에 대응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1. 인도·중국 관계 해빙 분위기
시진핑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7년 만에 중국 땅에서 처음 회동해 “경쟁 아닌 파트너”라는 공동비전을 제시했다. 두 정상은 약 28억 명 인구를 대표하는 만큼 국경 분쟁 해결과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저가 수입품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압박받는 두 나라가 외교적 신호를 보냈지만, 반덤핑 규제 등 인도의 수입 제한 조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 시·푸틴·모디 ‘트로이카’ 등장
톈진 정상회의장 주변에서 시진핑·블라디미르 푸틴·모디 세 정상은 손을 맞잡고 웃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린 서방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러·인도가 전략적 연대를 과시한 순간이었다.
에너지·방위 협력을 지속해온 인도·러시아 관계는 미국의 견제에도 활기를 띠고 있다. 모디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어려운 시기에도 양국은 나란히 서 있다”고 강조했고, 이후 소셜미디어 X에 푸틴의 방탄 리무진 Aurus 내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유라시아그룹 제러미 챈 수석분석가는 “미국이 인도·중국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의혹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세 정상의 결속을 강화했고, 중국 외교가 워싱턴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설했다.
3. AI 파트너십 로드맵
“모든 국가는 인공지능(AI)을 개발·활용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 — 톈진 선언문
SCO 정상들은 ‘톈진 선언’을 통해 AI 협력 강화를 재확인하고, 위험 완화·안전성 개선·책임성 확보를 위한 공동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는 지난 7월 상하이 AI 콘퍼런스에서 리창 총리가 제안한 글로벌 AI 조정 기구 설립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DGA그룹의 폴 트리올로 파트너는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을 ‘생산성 인프라’로 보는 베이징의 전략이 두드러진다”며 “국경을 넘는 오픈소스 모델 규제 방식이 가장 큰 과제”라고 분석했다.
4. SCO 개발은행 설립 가시화
일부 회원국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 결제 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 SCO 개발은행 신설에 합의했다. 중국은 이미 2014년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최대 주주로서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에 도전해왔다.
APAC어드바이저스의 스티븐 오쿤 CEO는 “SCO 개발은행은 규모 면에서 AIIB에 못 미치더라도, 시진핑 주석이 중국 주도 글로벌 거버넌스 설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20억 위안(약 2억8,000만 달러)의 무상 원조와 3년간 100억 위안(약 14억 달러)의 대출을 회원국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 해설: 중국의 다자 전략과 한계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은 ‘탈(脫)달러’ 생태계 구축, AI 표준 선점, 인도와의 갈등 완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렸다. 그러나 국경 분쟁·무역 불균형·러시아 제재 등 구조적 난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 재편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SCO가 서방의 G7·나토처럼 긴밀한 공동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합의 이행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개발은행 설립·AI 규범 제정 등 굵직한 과제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본 기사는 원문을 충실히 번역·재구성하고, 기자의 분석을 포함해 ‘-다’ 체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