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들어가며 — ‘보호무역 2.0’의 서막
2025년 7월 스코틀랜드 터너베리에서 발표된 미·EU 통상 합의 세부안은 ‘모든 품목 15% 상한 관세’라는 파격적 문구로 월가를 뒤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기자회견에서 “이제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로 오를 것”이라며 장기적 고율 유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4년 2.3%였던 평균 관세율이 2025년 13.3%, 2026년 15% 이상으로 점프한다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은 현실이 됐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① 대형주·소형주 수익률 격차, ② 공급망·CAPEX(설비투자) 재편, ③ 인플레이션·연준 경로, ④ 패밀리오피스·헤지펀드 포지셔닝, ⑤ 달러·국채·귀금속까지 15% 만능관세가 1년 이상 미칠 구조적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Ⅱ. 시장 구조 — 왜 ‘15% 상한’이 게임 체인저인가
1) 무차별 관세, 산업별 실효세율 불균형 확대
- 자동차·반도체·제약·목재 모두 동일 상한 → 단가·마진 구조가 다른 업종 간 실질 부담 편차 발생
- 고부가가치 품목일수록 관세 전가 능력↑, 저부가 내수형 소형주는 원가 흡수 여지↓
이로써 규모·브랜드·가격 결정권이 있는 대형주가 상대적 수혜를 본다는 월가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2) “딜할 수 있는 기업” vs “딜할 수 없는 기업”
레이몬드제임스의 에드 밀스는 “트럼프 방식은 Deal or Die
”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애플·엔비디아·인텔·삼성은 미국 내 추가 CAPEX 또는 로열티 지불을 통해 관세 면제 ‘사이닝 보너스’를 받았다. 반면 인스타카트·스피릿항공처럼 교섭력이 약한 중소형 기업은 비용 압력과 수요 둔화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Ⅲ. 주식시장 장기 지형도
1) 대형주–소형주 상대 총수익률 시뮬레이션
시나리오 | S&P500 (Large Cap) |
Russell 2000 (Small Cap) |
수익률 격차 |
---|---|---|---|
연평균 EPS 성장률 | +7.5% | +3.0% | ≈ 4.8%p |
PER 변동(멱등) | -5% | -10% | |
배당·자사주 | +2.0% | +0.5% |
15% 관세 고정·FFR(연준 기준금리) 4% → 2026년 말까지 대형주 초과수익 4~6%p가 보수적 추정치로 도출된다.
2) 섹터별 득실
- 수혜 : 반도체(엔비디아·TSMC·AMD), 클라우드 인프라(HPE·MSFT), 방산(BAE·RTX), 정유·파이프라인(선오코·에너지 트랜스퍼)
- 직격탄 : 카지노·레저(라스베이거스 샌즈), 의류·저가 리테일(월마트 낙폭), 항공 LCC(스피릿항공)
- 팽팽 : 헬스케어(관세+약가 인하 동시 진행), 자동차(전기차 稅 인센티브가 변수)
Ⅳ. 공급망·CAPEX 재편 로그
1) “Made in Americas” 가속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만 40GW(온코어 추정). 멕시코·코스타리카·캐나다 남부로의 차선 이동(shoring)이 이미 진행 중이다. 2025~2027년 북미 CAPEX 지출액은 연평균 18%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전력·건설·산업재 수요를 견인한다.
2) 리스크: 인플레이션 재점화 vs 생산성 제고
CAPEX와 관세 부담이 상품·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 CPI 상방 압력이 남는다. 그러나 IMF 연구(2024)는 국가 안보형 재편이 중장기 생산성(총요소생산성 +0.2%p/년)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효과의 교차점이 2026~2027년으로 예상된다.
Ⅴ. 연준— 인플레·실업 간 ‘균형목표’ 재설정
7월 FOMC 의사록은 “인플레 리스크가 고용 둔화보다 크다”는 다수 위원의 판단을 담았다. 관세 상시화는 수입물가 인상→기대 인플레 상방 경로를 의미한다. 캔자스시티 연은 슈미드 총재·달러 강세 기사 모두 이를 시사했다.
시나리오 분석
- 2025 12월 CPI YoY 3.3% 이상 지속 → 연준 1차 인하 지연(‘25 3Q → 4Q)
- FF선물시장(FedWatch) 인하 기대가 79%→60%로 조정될 경우 10년물 금리 25~40bp 재상승
- 채권·주식 밸류에이션 리세팅으로 멀티플 압축
Ⅵ. 자본 흐름— 패밀리오피스·헤지펀드·ETF
CNBC Inside Wealth 분석에 따르면 2분기 패밀리오피스는 AI 대형주 올인, 소비·레저·카지노 비중 축소 전술을 이미 완료했다. 헤지펀드 461개 전략을 추적한 헤이즐트리 보고서는 UK·EU 소형주 숏 포지션이 5년래 최고치라고 밝힌 바 있다.
ETF 시장에서는 로우볼·퀄리티 팩터로 자금 이동이 가속. 거래량 급증한 TCAL ETF는 월마트 · MSFT 콜옵션 커버드 전략을 통해 배당·프리미엄을 동시에 노린다.
Ⅶ. 투자 전략 제언
1) 전략적 자산배분(SAA) 관점
관세·금리·인플레 3고(高) 환경에서 Risk Parity 포트폴리오 변동성은 오히려 증가한다. 따라서
- 미국 대형주 50% (IT 37 / 방산 8 / 인프라 5)
- 선진국 ex-US 15% (캐나다·멕시코 우량)
- 채권 25% (단·중·TIPS)
- 원자재·실물자산 10% (금·구리·에너지 MPL 리츠)
처럼 달러 블록 중심의 멀티에셋 구성이 바람직하다.
2) 전술적 포지셔닝(TAA)
단기에는 캘린더 콜 스프레드 리버설과 같은 저위험 AI 콜·소형주 풋 매도 결합 전략으로 변동성을 활용하되, 2026년 경기 피크아웃 대비 XLP·XLU 같은 방어 ETF를 점진 매수하는 이중 구조가 유효하다.
Ⅷ. 결론 — “15% 관세 시대, 승자·패자·교훈”
∙ 관세는 단일 요금제(15%)라는 단순함 뒤에 대기업 우위라는 복합 효과를 숨긴다.
∙ 마켓 밸류에이션은 대형주 프리미엄을 재정당화하는 길로 수렴할 것이다.
∙ CAPEX 대이동이 미국·멕시코·캐나다 경제를 연결하고, 연준은 인플레-실업 균형 목표를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 투자자는 대형주 집중+지역 다변화+옵션 헤지 삼각 구도로 3년 이상 포트폴리오 방어막을 구축해야 한다.
요컨대 15% 만능관세는 보호무역 1.0(트럼프 1기)보다 세련된 형태의 ‘제도화된 장벽’을 의미한다. 시장은 과거보다 빨리, 더 체계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다. 투자자의 임무는 규모·협상력·혁신·지리적 다변화라는 네 가지 잣대 위에서 종목·섹터·자산을 선별하는 일이다. “관세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