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로열티가 남긴 파장 – 美 정부 ‘AI칩 중국 매출 공유’ 정책의 구조와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이중석 | 2025-08-12 | ©LongWave Insights
① 서론 — 한 줄 헤드라인이 던진 파장
2025년 8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엔비디아·AMD, 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라는 단독을 타전하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일순 정적에 휩싸였다.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를 요구했으나 협상 결과 15%로 낮췄다
”는 후속 브리핑까지 내놓으면서 시장은 충격을 넘어 혼란으로 흘렀다. 이는 단순히 두 회사의 실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출 허가 대가로 정부 로열티를 납부한다’는 전례 없는 모델이 향후 5‧10년간 글로벌 공급망, 연구개발 인센티브, 심지어 무역 규범까지 구조적으로 재편할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이번 조치를 로열티(royalty)·통제(control)·패권(hegemony)의 3각 렌즈로 해부하고, 2030년까지 전개될 시나리오를 객관적 데이터·산업 체인 추정치·정책 변동 분석에 기반해 전망한다. 최소 1년, 길게는 10년에 걸친 장기 임팩트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되, 투자자·정책입안자·학계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actionable insight를 제시하고자 한다.
② 정책 메커니즘 — ‘15% 공유’는 관세도, 세금도 아니다
• 법적 형식 : 수출 면허 부속 조건(Export License Rider)
• 행정 주체 : 상무부 BIS + 재무부 OFAC, 로열티 징수는 재무부 산하 신설 Critical Chip Revenue Fund(CCRF)
• 계정 귀속 : 일반예산이 아닌 국가안보기금으로 별도 관리
• 적용 범위 : 엔비디아 H20·H20X, AMD MI308 및 후속 모델, 기타 연산 FPGA 등 ‘AI 가속기’로 지정된 품목
• 지급 방식 : 분기별 셀프 리포팅 → 외부 회계법인 컨펌 → 국세청 (IRS) 검증
핵심은 ‘관세(수입세)’가 아니라 수출 허가 유지 조건이라는 점이다. 즉, 칩이 중국으로 밟는 첫 발까지는 허가 서류가 필요하고, 팔려서 현금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15%를 after-sales revenue share로 정부에 송금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통제권은 강화하면서도 관세 역풍(보복 관세)을 최소화하는 ‘인터널 징수’ 모델을 구축했다.
③ 숫자로 읽는 구조적 영향
구분 | 2024년 중국향 매출* | 15% 로열티 추정 | 2026E 중국향 매출(Scenario A) | 누적 로열티(’25-’26) |
---|---|---|---|---|
엔비디아 (Data Center) | $15.3B | $2.3B | $12.1B | $4.1B |
AMD (Instinct MI Series) | $3.8B | $0.57B | $4.5B | $1.2B |
기타 (인텔 Gaudi 등) | $1.2B | $0.18B | $2.0B | $0.48B |
*회사 분기보고서·세관 데이터·IDC 추정치를 종합
불과 2년이면 5~6억 달러 규모의 ‘안보기금’이 조성된다. 향후 클라우드 ASIC, AI PC SoC 등으로 확대되면 연간 100억 달러 이상 현금흐름이 정부 금고로 흘러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④ 공급망 관점 — ‘디커플링 2.0’ vs ‘관리된 상호의존’
2019-2022 : 디커플링 1.0은 수출 금지·블랙리스트 중심 하드 디커플링이었다. 하지만 미국 기업 역시 중국발 캐시카우를 잃는 부작용이 컸다. 2023-2025 : 과도기에는 기업이 규제 회피를 위해 H20·A800 같은 다운클럭 버전을 고안하는 ‘compliance engineering’ 국면이 나타났다.
2025 이후 : 디커플링 2.0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정부가 공유하는 ‘Soft Decoupling’ 모델이다. 중국은 필요 칩을 구입하되 가격이 오른다 → 미국 기업은 매출 규모를 유지하되 15%를 포기한다 → 정부는 통제권+세수 win — 일종의 관리된 상호의존
.
⑤ 경쟁사 및 동맹국 리액션 맵
- 인텔·퀄컴 : “동일 선상 규제 적용 원칙” 요구. 차등적 라이선스는 독과점 심화 가능성.
-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 파운드리 ODM 고객 다변화 기회 vs 로열티 chain-pass 우려.
- 화웨이·바이두·텐센트 : “달러 결제 차단 시 현물 지불 또는 위안화 계정 관리 대안 모색.” 이미 자체 ASIC (Kirin 9100, Qian Xian) 투자 가속.
- EU (European Chips Act) : ‘안보 펀드’ 아이디어 벤치마킹 검토. 2026년까지 EU Version 발표 가능성.
⑥ 거시경제 — 무역규범·WTO 논쟁 촉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은 “회원국은 특정 기업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자국 정부에 납부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 조항을 포함한다. 하지만 국가안보 예외(XXI조)가 ‘빈(blank) 체크’로 남아 있어 미국은 이를 근거로 WTO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년까지 US vs China 로열티 분쟁이 제소될 경우, WTO 개혁 논의와 규정 재해석의 불확실성이 장기 변수로 작용한다.
⑦ 금융시장 — 밸류에이션 리프레이밍
엔비디아 : 컨센서스 2026 EPS $29.4 → 로열티 반영 시 $25.0 (-15%). 그러나 중국 매출 유지 감안 PER 27배 → 29배로 일부 상승 가능.
AMD : 서버 GPU ASP 상향(+25%)로 로열티 상쇄 전망, EPS 영향 미미.
글로벌 ETF—SOXX : 중국익 비중 23% → 15%로 조정 가정 시, MSCI 반도체 지수 ROE -80bp 추가 하락.
⑧ 長期 시나리오 정리
시나리오 | 확률 | 주요 특징 | S&P 500 5Y CAGR 추정 | 엔비디아 Target (2027E) |
---|---|---|---|---|
A. Managed Interdependence | 55% | 로열티 제도 유지, 범위 확대·세율 변동 | 7.8% | $1,050 |
B. Full Decoupling Escalates | 25% | G2 협상 결렬, 로열티 → 전면 금수 | 3.1% | $600 |
C. Multilateral Revenue Fund | 15% | EU·일본·韓 참여, 공동 펀드화 | 9.2% | $1,200 |
D. 정책 Rollback | 5% | 정권 교체·소송 패소로 로열티 폐지 | 10.5% | $1,320 |
⑨ 정책·기업·투자자별 실천 과제(Action Checklist)
정부(미)
‒ 로열티 징수 투명성 제고, Deloitte 외부 감사 의무화
‒ 안보기금 용처 명확화 : DARPA 연구 R&D 비, STEM 장학금 등
정부(동맹)
‒ 공급망 보호를 위한 cross-fund matching 모델 검토
기업(미국 팹리스)
‒ 중국향 로드맵 vs 비중국향 로드맵 Dual-SKU 전략 수립
‒ 파운드리 다변화 (TSMC Arizona / 삼성 Texas 등) 가속
기업(한국·대만)
‒ 가격·공급 계약서에 ‘국가 로열티 pass-through clause’ 명시
‒ 패키징·HBM 등 고부가 공정 의존도 확대로 수익성 방어
투자자
‒ 모노라인 Tech ETF → 방산+AI+EdgeCompute 혼합 포트폴리오
‒ 옵션 VIX 11 ~ 13 구간 tail hedge 선제 구축
⑩ 결론 — ‘찻잔 속 태풍’인가, 패러다임 전환인가?
15% 로열티 모델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중 모두 상호의존을 인정하되 통제권을 극대화하려는 현실적 해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무역·안보 복합 거버넌스의 새 프로토타입일 수도 있다. 1947년 GATT 체제가 상품 교역 틀을 구축했고, 1994년 WTO 체제가 서비스·지재권으로 확장됐다면, 2025년은 전략 기술(Strategic Tech)이 별도 규범을 요구하는 첫 해가 될지 모른다.
투자자는 단기 주가 변동보다 “정책 베타(β)”가 기업 가치에 내재화되는 속도
— 즉, 규제·보조금·로열티 capex 등 메타 회계 변수 — 를 보다 정교하게 모델링해야 한다. 정부·기업·투자자 모두에게 남은 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투명하게, 얼마나 공정하게
새로운 룰셋을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무대 조명이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