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통 스프링위트 선물, CME 신상품 도전 막아내다

미국·캐나다 북부평원에서 재배되는 고품질 스프링 위트(Spring Wheat) 선물시장에서 140년 역사를 지닌 전통 상품이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 CME 그룹의 신상품 공세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2025년 8월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봄 CME 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스프링위트 선물계약이 거래량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 면에서 미네아폴리스 곡물거래소(Minneapolis Grain Exchange·MGEX)의 기존 상품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스프링위트는 베이글·냉동도우·라면 등에 쓰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밀 품종이다. 1883년 MGEX에서 최초로 상장된 이 선물계약은 한 세기가 넘도록 북미 제분업체와 글로벌 수출시장의 프리미엄 밀 기준가격 역할을 해 왔다.

CME 그룹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19세기 기원에서 출발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 캔자스시티거래소(KCBT) 등을 인수하며 시가총액 9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옥수수·대두·겨울밀·가축 등 하루 200만 건 가까운 농산물 파생상품을 지배하지만, 스프링위트만큼은 소규모 경쟁사마이애미인터내셔널홀딩스(MIAX)가 수성 중이다.

올여름 CME가 출시한 스프링위트 선물은 초기에 하루 수만 건까지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수십 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CME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미결제약정은 정점이던 2,100계약에서 약 600계약으로 70% 이상 증발했다.

“마치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 같다.” — 프런티어 퓨처스(Frontier Futures) 중개인 조 누스마이어(Joe Nussmeier)

CHS,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카길(Cargill)·플로리스톤 합작사인 아던트밀스(Ardent Mills) 등 주요 곡물업체와 제분사는 MIAX 상품을 고수하고 있다. 거래 참가자들은 CME의 초반 거래 증가가 실제 헷지 수요가 아닌, CME가 인센티브를 제공한 시장조성자(Market Maker) 덕분이었다고 지적한다.

누스마이어는 “상업적 참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며, 제분업체나 곡물엘리베이터 같은 실수요 기반 헷지 참여 없이는 시장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HS와 ADM은 코멘트를 거절했고, 아던트밀스는 답변하지 않았다.

MIAX의 공세

MIAX는 2020년 MGEX를 인수한 뒤, 2025년 6월 30일 CME의 전자거래 플랫폼 글로벡스(Globex)에서 자체 플랫폼 ONYX로 이전했다. 8월 초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주가가 38% 급등하며 기업가치 약 25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MIAX의 미니애폴리스 스프링위트 선물은 8월 하루 7,000~1만4,000계약이 꾸준히 체결됐다. 7월 거래량이 31% 주춤한 것은 플랫폼 전환 초기의 기술적 문제로 분석됐으며, 미결제약정은 역사적 평균치인 6만~7만 계약대를 유지 중이다.

현물(현금) 시장 역시 MIAX 편이다. 미국·캐나다 북부 평원 지역 곡물엘리베이터들이 게시하는 스프링위트 현물 호가 대부분이 MIAX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전통적인 MIAX 계약이 여전히 시장의 페이버릿이다.” — 와세다 커머더티(WASEDA Commodities) 제프리 맥파이크 애널리스트

지난 7월, CME 임직원 3명은 노스다코타주 파고(Fargo)를 찾아 밀 품질평가 투어(Wheat Quality Council)에 참석한 50여 명의 제분업체·트레이더에게 신규 상품을 홍보했다. CME 로고가 박힌 기념품과 바비큐 브리스킷 만찬까지 제공했지만, 거래량 증폭에는 연결되지 못했다.

CME 농산물 부문 책임자 존 리치(John Ricci)는 “스프링위트 상품이 시장에 안착할 시간을 주겠다“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용어·배경 해설

스프링위트(Spring Wheat)는 봄에 파종해 가을에 수확하는 경질 적색 봄밀(Hard Red Spring)을 주로 가리킨다. 단백질과 글루텐 함량이 높아 쫄깃함이 요구되는 베이글, 수제 피자도우, 냉동빵 반죽 등에 적합하다.

선물(Futures)은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인도·인수할 것을 약정하는 파생상품이다. 헷지(Hedge)는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물 포지션과 반대 방향의 선물을 매매하는 전략이며, 시장조성자는 거래소가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위탁·지정한 전문 딜러를 뜻한다.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만기까지 청산되지 않은 계약 수를 의미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활동성과 유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CME와 MIAX의 경쟁 구도는 선물거래소 생태계의 집중화다양화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상징한다. CME가 대다수 농산물 파생상품을 장악하는 가운데, MIAX가 전통·지역성·상업수요를 무기로 틈새시장 방어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