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에게 설명해 달라고’ ChatGPT에 물었다… 인플레이션이 지갑을 갉아먹는 이유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네 글자로 이뤄진 단어조차 아니지만, 경제학자·TV 평론가·정치인에게서 들려오는 투로만 보면 마치 금기어처럼 느껴진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몰라도, 지갑을 향해 날아올 수 있는 ‘훅’이 걱정된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 용어가 가득한 설명을 듣고 싶은 것도 아니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고(故) 뱅킹레이트스(GOBankingRates)의 한 칼럼니스트는 ‘12살 아이라 생각하고 인플레이션을 설명해 달라’는 가상 실험을 ChatGPT에 요청했다. 필자는 평소라면 전문가를 인터뷰하거나 자료를 심층 분석했겠지만, 대규모 언어 모델(Language Model)의 기초 답변이 학습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ChatGPT의 설명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기본 개념’이라는 면에서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정식 정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 등 2차 소스를 병행 검증했다.


“주스 박스 이야기를 해볼까?”

첫 단추부터 삐걱거렸다. ChatGPT는 ‘네가 가장 좋아하는 주스 박스가 현재 1달러’라고 가정하자고 했다. 필자(본래 12살 시절 폴리 포켓에 빠져 있던)는 10달러를 들고 있다고 치자.

“쉬운 산수지?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가격이 1달러에서 1.25달러로 오르면 같은 10달러로 살 수 있는 주스 박스는 10개가 아닌 8개로 줄어든다. ChatGPT는 이를 두고 “Same money, fewer juice boxes”라는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물가 상승, 그 정의를 다시 묻다

IMF는 인플레이션을 ‘일정 기간 동안 가격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속도’로 규정한다. 이는 식료품·이·미용서비스 등 특정 품목별 상승률로도 세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물가는 오르고 소득이 그대로면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평균 소비자에게 낯선 ‘실질 구매력’(real purchasing power)은 돈의 가치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인플레이션이 5%라면, 1년 뒤 100달러의 체감 가치는 95달러 수준으로 떨어진다.


“왜 내 지갑만 얇아지는가”

ChatGPT는 ‘용돈’ 사례로 설명을 이어갔다. 물가는 오르는데 용돈(혹은 급여)이 그대로면, 사용자의 경제적 체감은 ‘가만히 있어도 가난해지는’ 쪽으로 기운다. 성인이 되면 이는 급여, 연금, 수당 등으로 대체된다.

특히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데 명목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중산층 이하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2023~2024년 미국의 경우, 특정 기간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초과한 적이 있어 ‘주스 박스 현상’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책은 없는가?

필자가 ChatGPT에 ‘해결책’을 묻자,

“고수익 저축계좌(High-Yield Savings Account)를 활용하거나,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해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라”

는 제안이 돌아왔다.

고수익 저축계좌란 일반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연 4~5% 수준의 이자율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이자율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해야 실질 수익이 보장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장기 평균 연평균 수익률이 7~10% 수준이라는 연구가 많지만, 시장 변동성원금 손실 위험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다양한 자산군 분산’과 ‘장기 투자’가 인플레이션 방어의 정석이라 조언한다. 또한 생활비 절감, 예산 재조정, 부채 관리 등 가계 재무전략을 병행하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용어 한눈에 보기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190여 개 회원국의 글로벌 금융 안전망 역할을 하는 국제 기구다. 주로 외환 위기 시 구제 금융과 정책 조언을 제공한다.

CPIConsumer Price Index의 약자로, 일반 소비재와 서비스 가격 변동을 추적해 물가 수준을 측정한다.

High-Yield Savings Account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온라인 전문 은행 상품을 일컫는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ChatGPT가 제시한 단순 비유가 입문자 친화형 설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데이터 출처, 정책 효과, 분산 투자 전략 등 세부 영역에서는 추가적 전문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AI 도구는 ‘첫 단추’로 훌륭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에는 재무 전문가의 맞춤 조언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