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주화·지폐, 미국 중형 도시 주택 가격을 넘어섰다

희귀 수집품 시장이 부동산을 압도하고 있다. 일부 오래된 주화와 지폐가 미국 중형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수십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7월 26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재무 전문 매체 고뱅킹레이트(GOBankingRates)의 보도에 따르면, 인증과 경매 과정을 거친 희귀 주화·지폐는 6자리 달러 이상의 가격에 거래돼 전통적 자산인 부동산과 동일선상에서 비교되고 있다.

해당 매체는 “올바른 수집품은 유지·보수, 재산세, 복잡한 서류 작업 없이도 초과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은 거래 기간이 길어 90일 이상이 소요될 수 있고, 세금·중개 수수료·수리 비용 등이 뒤따르지만, 코인이나 지폐는 전 세계 입찰자를 상대로 며칠 만에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대비된다.


쿠광쉬(光緒) 타엘(1906)

2025년 6월, 헤리티지 옥션(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이 진행한 경매에서 Peh 가문 컬렉션 소속 중국 은화 ‘쿠광쉬 타엘’이 81만 달러(약 11억 1,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오스틴(52만3,769달러), 덴버(55만5,304달러), 솔트레이크시티(57만1,623달러)의 평균 주택 가격을 모두 상회하는 수준이다.

타엘(tael)은 청나라 시기 도량형 단위를 뜻하며, 당시 무게·가치를 나타내던 화폐 단위다. 오늘날엔 실물로 남아 있는 개체가 극히 드물어, 완전한 상태의 코인은 국제 시장에서 ‘전설적’으로 평가된다.


롱위스커드래곤(長鬚龍) 달러(1911)

같은 컬렉션의 1911년 롱위스커드래곤 달러 2종도 경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Restrike Specimen Pattern Long-Whiskered Dragon Dollar Year 3”로 분류된 SP63 등급 코인은 50만4,000달러에, 거의 동일한 SP63+ 등급 코인은 40만8,000달러에 각각 낙찰됐다. 이는 투손(33만1,789달러)·잭슨빌(29만108달러)의 평균 주택 가격보다 높다.

‘리스트라이크(restrike)’는 원본이 발행된 이후 동일 금형(또는 복원 금형)으로 재타격해 찍어낸 화폐를 가리킨다. 정식 유통 목적이 아니라 기념·수집용으로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진품 여부와 보존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네덜란드 은행 100길더 지폐(1814~1838)

같은 경매장에서 네덜란드 왕국 성립 초기에 발행된 100길더(gulden) 지폐 한 장이 11만4,000달러에 손바뀜됐다. 금이나 보석이 아닌 종이 한 장이 디트로이트 평균 주택(7만8,601달러)보다 높게 평가된 것이다.

길더는 2002년 유로 통합 전까지 사용된 네덜란드의 통화 단위다. 19세기 초반 전쟁·재정 변동기를 거치며 살아남은 고급·미사용 등급(UNC) 지폐는 극히 드물다.


왜 수집품이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가

미국 중형 도시의 일반 주택은 매각까지 3개월 이상 걸리고, 매도인은 재산세·중개 수수료·수리·마감 비용을 부담한다. 또 지역 경기에 따라 가격 상승이 제한돼 연평균 수익률이 낮다.

반면 주화·지폐 같은 이동형 자산은 위치 제약이 없고, 국제 배송·보관 비용이 비교적 낮으며, 온라인·현장 경매를 통해 즉각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뉴저지 서랍 속에 있던 코인이 실물 이동 없이 도쿄 또는 두바이의 낙찰자에게 판매되는 사례도 흔하다.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초희귀 수집품은 ‘대체 투자처’로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보관 시 유의점

인증: PCGS·NGC 등 국제 공인 감정·등급 기관의 슬랩(slab) 여부가 가격에 결정적이다.
보존: 온도·습도·자외선을 차단해 원형 상태를 유지해야 가치가 상승한다.
세금: 미국 기준, 수집품은 최대 28%의 자본이득세(long-term capital gains)가 적용된다.※국가별 과세 기준 상이

이처럼 철저한 검증과 관리가 뒤따를 때에만 “부동산 이상의 초과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